
고혈압은 더 이상 노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30~40대에서도 꾸준히 유병률이 증가하는 가운데, 식습관 개선은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칼륨’의 중요성은 점점 강조되고 있다.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촉진하고 혈관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전해질로, 충분히 섭취할 경우 혈압을 자연스럽게 낮추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칼륨 섭취원으로 바나나와 감자만을 떠올린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작 고칼륨 식품 중 혈압 조절에 더 탁월한 식재료들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 글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과학적으로 검증된 고칼륨 식품 4가지를 선정해 그 기능성과 섭취 방법까지 함께 살펴본다.

1. 연근 – 이뇨작용을 돕는 알칼리성 고칼륨 식재료
연근은 연꽃의 뿌리로, 전통 한식에 자주 등장하지만 그 영양학적 가치는 과소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연근 100g에는 약 556mg의 칼륨이 함유돼 있으며, 이는 감자보다도 높은 수치다. 칼륨뿐만 아니라 연근에는 ‘타닌’이라는 수렴 성분이 풍부해 혈관벽을 안정화시키고, 모세혈관을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성분 조합은 단순히 혈압을 낮추는 수준을 넘어, 혈관의 누수와 염증을 방지하는 역할까지 한다. 특히 연근은 알칼리성이 강해 체내 산성 노폐물을 중화시키고, 자연스러운 이뇨 작용을 촉진해 부종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얇게 썰어 간장과 식초에 절여 먹는 방식이나, 조림 요리로 활용하면 향과 식감이 살아 있으면서도 영양 흡수가 용이하다.

2. 아보카도 – 나트륨을 밀어내는 고지질-고칼륨 조합
아보카도는 흔히 지방이 많은 과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지방은 대부분 ‘불포화지방산’으로, 혈중 LDL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아보카도는 칼륨이 매우 풍부한 과일로, 한 개당 약 970mg의 칼륨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바나나보다 약 2.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중요한 점은 아보카도의 지방 성분이 칼륨의 체내 흡수를 돕는다는 점이다. 보통 칼륨은 수용성 미네랄로 쉽게 소변으로 배출되기 쉬운데, 아보카도의 지방은 소화 속도를 조절해 칼륨이 장 내에서 더 오래 머무르게 만든다. 그 결과 흡수율이 높아지고, 혈중 칼륨 농도 유지가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아보카도는 오일 드레싱 없이 샐러드에 바로 올려 먹거나, 구운 채소와 곁들이면 심혈관 건강식으로 손색없다.

3. 표고버섯 – 건조 상태일수록 칼륨 밀도 높아져
표고버섯은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질적인 가치는 그 안에 숨겨진 고칼륨 함량에 있다. 생 표고버섯 100g당 칼륨 함량은 약 320mg 수준이지만, 건조 표고버섯으로 섭취할 경우 무려 2배 이상 농축된다. 건조 시 수분이 빠지며 무게당 영양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표고버섯에는 ‘에리타데닌’이라는 특수 화합물이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 내 염증 반응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 물질은 혈관 내벽의 이완을 유도해 혈압 저하에 기여하며, 동맥경화 예방에도 긍정적이다. 표고버섯은 국물 요리에 넣어 감칠맛을 내는 동시에, 나트륨 없이도 깊은 풍미를 제공해 고염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줄 수 있다.

4. 검은콩 – 식물성 단백질과 칼륨의 이상적 균형
검은콩은 단백질이 풍부한 식재료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 못지않게 칼륨 함량도 뛰어나다. 익힌 검은콩 100g에는 약 650mg 이상의 칼륨이 포함돼 있으며, 이외에도 마그네슘, 아연, 식물성 식이섬유까지 풍부하다. 무엇보다도 검은콩은 당질이 낮아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된 혈관 손상을 예방하는 데 유리하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 환자들에게는 고단백 고칼륨 식단이 필요하지만, 동물성 식품은 포화지방의 함정이 있다. 검은콩은 이 부분을 안전하게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으로, 나트륨 배출과 혈관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볶아서 물에 우려내는 ‘콩차’ 형태로 마시면 흡수율을 높이고,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