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성장이룬 VC, 질적 개선하려면 "평가 가능한 DB 구축해야" [넘버스]

(사진=블로터)

“우리나라 벤처캐피탈(VC) 시장 규모는 글로벌 상위권이다. 2022년 신규 벤처펀드 결성액은 10조7000억원이다. VC 투자 규모는 2021년 기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6위다. VC업계에서도 자금 공급 수준은 풍족하다고 인식한다. 다만 투자금이 양질의 벤처기업에 효율적으로 분배되는가 하는 문제는 개선의 여지가 존재한다. VC의 질적 성장과 경쟁이 필요한데,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VC의 전문성 등을 평가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김현열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8일 오전 한국증권학회·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다.

‘실물경제를 위한 금융의 역할, 모험자본시장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엔 산·학·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VC 시장에 초점을 둔 모험자본의 현황과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VC 시장 질적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는 금융 시장이 충분히 발전하면 추가적인 양적 성장이 더 큰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질적 개선을 통해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요구된다.

더불어 풍부한 벤처 자금이 그동안 양질의 벤처기업에 효율적으로 분배돼 왔는지 돌아봤을 때 물음표가 붙어서다. 김현열 박사는 “기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태펀드를 통한 자펀드의 투자 효과가 ROA(총자산이익률) 등 기업의 수익성 개선으로까진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오지열 성균관대학교 교수도 "VC가 공급자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VC가 현재 스타트업 시장에서 공급자적 역할로 압도적인 중요성(피투자사의 매출 성장·경제 전반 고용 창출)을 가지고 있고,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자들의 대체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자원 배분의 효율성 차원에서 VC 시장 질적 개선을 위한 핵심 과제론 정보 비대칭성 해소가 제시됐다. 이를 위해선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VC의 재무적 정보뿐 아니라 비재무적 정보까지 포괄한 데이터를 쌓아야, 이를 기반으로 개별 VC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고 VC 간 질적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터가 있어야 높은 잠재성을 가진 소규모·성장 초기 단계 기업의 경우도 적시에 충분한 자금조달을 받을 수 있다.

김현열 박사는 “미국이나 유럽에선 데이터 솔루션 업체들이 개별 펀드나 운용사 등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는데, 한국에선 투자 규모 등 시장 전반 통계치 제공에 그치고 있다”면서 “투자·비용·수익률 등 기본 재무적 정보뿐 아니라 경영지원 서비스에 대한 내용, 성과와 실패 기록 등을 축적해놔야 VC 시장 질적 개선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국내 벤처펀드 시장은 정부 주도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더 수월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모태펀드 역할을 하는 시장이 있다는 건 아직 시장에서는 자유롭게 정보를 얻을 수 없지만, 이미 데이터가 어딘가에 집중돼 있다는 뜻”이라면서 “마음만 먹으면 정책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빨리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데이터 공개 범위와 관련해선 이견이 있다. 이권재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투자과 과장은 “정부 입장에선 모태펀드를 VC에 출자하기 때문에 일부 데이터를 VC로부터 받아보긴 하지만, 데이터 주권이 VC에 있다"면서 "법률상으로 충분한 검토 끝에 공개할 수 있는 범위만큼만 현재 최대한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지원 아주IB투자 대표도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데이터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VC 입장에서 어떤 LP(출자자)로부터 얼마의 돈을 받아서 얼마의 펀드를 만들었다는 정도의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어떤 기업에 얼마를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다 하는 내용은 영업비밀이라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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