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32만명,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동시에 앓는다
58세 남성 직장인 권씨는 최근 1년 사이에 체중이 점점 불었다. 최근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작년에 없던 고혈압 진단이 나왔다. 그뿐만 아니었다. 공복 혈당이 당뇨병 기준(126mg/dL 이상)에 가까운 121로 올라 있었다. 총콜레스테롤 수치도 고지혈증 진단 기준에 가까운 235였다. 권씨는 평소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일 년 만에 만성질환 3개가 동시에 나온 것에 크게 놀랐다.
권씨처럼 만성질환이 여러 개 겹쳐 있는 경우를 통상 복합 만성질환이라고 부른다. 지난 3일 열린 한국헬시에이징학회는 복합 만성질환이 건강 장수를 가로막는 최대 복병이라고 보고, 고혈압학회·당뇨병학회·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등이 모여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 질병 3개는 몰려다닌다. 대한고혈압학회 2023년 팩트 시트에 따르면,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한국인 전체 환자 1045만여 명을 놓고 봤을 때, 고혈압만 치료받는 경우는 33.3%에 불과했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같이 있는 경우가 39%였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3개를 동시에 치료받는 환자는 232만6000여 명(22.2%)이나 됐다.
이렇게 몰려다니는 경향은 만성질환이 생기기 시작하는 50대에서도 나타난다. 건강검진 최대 의료기관인 한국의학연구소(KMI)가 지난해 수행한 50대 남성 직장인 10만여 명의 검진 데이터에 따르면,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이 하나도 없는 경우는 27%이고, 이 중 한 가지만 있는 경우는 42%였다. 나머지 21%는 두 가지 이상 겹쳐 있었다. 그러다 60대에서는 두 가지 이상 갖고 있는 비율이 39%로 오른다. KMI 김우진(예방의학 전문의) 상임연구위원은 “만성질환이 생길 때부터 동시에 생기는 경향을 보이다가 나이 들면서 그 비율이 확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택(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사장은 “셋이 몰려다니는 경향을 대사증후군이라는 큰 범주로 보는데,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인슐린 저항성)에서 혈당이 상승하면서, 혈압도 높아지고,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만성질환은 동시다발로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세 가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지난해 발표된 네이처 리뷰 심장학 연구 논문에 따르면, 세 가지가 동시에 있는 경우 심근경색증·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크게 오르는데, 그나마 세 가지를 모두 관리하면 그 위험이 20.6%이지만, 관리하지 않으면 그 위험은 51.1%로 치솟는다.
김광일(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 교수) 고혈압학회 총무이사는 “당뇨병이나 고지혈증은 반드시 병의원에서 혈액검사를 해야만 알게 되는 질환이다 보니 증상이 없는 분들이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하지만 고혈압은 환자가 스스로 혈압 측정을 통해 고혈압 상태임을 알 수도 있고, 세 가지 질환 중 가장 유병률이 높다 보니 고혈압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에게서 당뇨병·고지혈증 등의 동반 여부를 확인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그 시급성과 중요성에 따라 여러 분야 전문의가 위험 인자를 같이 조절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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