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인공 번식에 죽기까지”… 판다 외교의 어두운 이면
중국이 미국에 임대한 판다 두 마리가 15일(현지 시각) 워싱턴에 도착한 가운데,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중국 판다 외교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고 나섰다. 무리한 인공 번식 과정에서 판다가 끝내 죽는 등의 사례를 다뤘다.
중국은 멸종위기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1980년대부터 유상 임대 형식으로 판다를 외국 동물원에 임대하기 시작했다. 임대받은 동물원은 판다 한쌍당 연간 110만달러(약 15억원)의 임대료를 중국에 지불하고, 중국은 이를 자국 내 판다 서식지 보존에 사용한다. 멸종위기종 보전 협약에 따라, 다른 판다와 짝짓기를 하는 만 4살이 되기 전에 돌려받는다. 최종적인 목표는 멸종위기종인 판다를 언젠가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중국은 설명한다.
다만 NYT가 미국 교육 재단 스미스소니언협회 기록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야생 복귀에 성공한 판다보다 잡혀 온 판다가 더 많았다. 또 동물원에서 사육된 판다들은 공격적인 인공 번식 과정에서 목숨을 잃기도 했다.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판다의 번식 가능 기간이 통상 1년에 3일 정도로 짧기에, 과학자들이 인공 번식으로 눈을 돌렸고, 무리하게 수컷의 정자를 채취해 암컷의 자궁으로 주입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했다.
NYT가 확보한 기록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번식을 위해 일부 암컷 판다에게 5일 동안 6차례나 인공수정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한 판다는 자궁을 다쳤고, 구토 증세를 보였다. 수컷 판다는 마취를 하고 전기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정자를 채취했는데, 지나치게 높은 전기 자극을 받은 탓에 한 수컷 판다는 몇 달간 피가 섞인 변을 보거나 식욕을 잃었다. 중국 청두의 판다 번식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카티 뢰플러 박사는 “당시 그곳의 과학자들이 마취제를 과도하게 사용했다”며 “당시 내 일이 판다의 복지를 재정적 이익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깨달았다”고 했다.
비슷한 일은 판다를 임대받은 외국의 동물원에서도 벌어졌다. 2000년 스미스소니언 동물원으로 임대된 판다 ‘메이샹’은 2005년 처음으로 인공수정을 통해 새끼를 낳았는데, 메이샹이 최소 21차례의 인공수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구토하는 등 건강상 문제를 보였다. 일본에서도 판다 한 마리가 정자 채취 과정에서 2010년 목숨을 잃었다.
미국 멤피스 동물원에서 2017년까지 판다 번식 프로그램 책임자로 근무했던 킴벌리 테렐은 “새끼가 돈을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이 공공연했다”며 “성공 가능성이 작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동물원 측이 매년 암컷 판다에게 인공수정을 시도했다”고 했다.
NYT는 “관람객 증가와 판다 관련 상품 판매 증진 등을 위해 동물원들이 인공 번식의 어두운 현실을 은폐해 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갈 시점에는 126마리의 판다가 동물원에서 사육됐지만, 지금은 700마리 이상이 동물원에 살고 있다”며 “과학자들 사이에 야생으로 풀어주지도 않고 동물을 집중 번식시키는 것이 윤리적인지 논쟁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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