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성장보다 밸류업?' 기업대출 드라이브 걸던 하나은행 속도조절

강지수 2024. 10. 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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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마이너스 대출성장률 기록 예상
내실·위험가중자산 관리해 자본비율 상향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대출 확대 전략을 펴 왔던 하나은행이 3분기에는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분기별로 원화대출금이 줄어든 것은 지난 2016년 1분기 이후 8년여만에 처음이다.

기업대출 확대로 줄어든 주주환원 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인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반기 속도조절…건전성관리 집중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3분기 말 원화대출금은 전분기 대비 약 3조원(-0.95%) 줄어든 304조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은행들의 3분기 원화대출금이 전분기 대비 약 1~4%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하나은행 원화대출금 총량이 전분기 대비 줄어든 건 지난 2016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하나은행 원화대출금 잔액은 전분기보다 1.2% 줄어들었는데, 대기업대출이 6.2%, 가계대출이 3.0% 줄어들었다. 지난 2015년 옛 외환은행과의 통합 이후 대기업 여신을 줄인 영향이다.

이번 대출총량 감소에는 대기업 및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나란히 줄어들면서 기업대출 잔액이 전분기보다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다. 3분기 말 하나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약 167억원으로 전분기대비 3조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함께 3분기 가계대출이 전분기대비 약 5000억원 수준으로 소폭 늘어난 데 그친 점도 '디레버리징'에 힘을 실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2단계 스트레스DSR 도입 직전 막차 수요 등으로 지난 3분기에만 전분기보다 22조3948억원 늘어났는데, 이와 비교하면 3분기 하나은행 가계대출 성장률은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리딩뱅크 도약(수성)을 위해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올 상반기까지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는데 3분기에 급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리스크관리 및 내실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하나금융 안팎에선 해석하고 있다.

CET1비율 13%로 끌어올리자 

시장에선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한다. 대출이 늘어나면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는데 이는 CET1비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나금융의 지난 2분기 말 CET1비율이 12.75%로 13% 아래로 떨어졌다. 

하나금융은 지난 2022년 말 발표한 '그룹 자본관리 및 주주환원 정책'에서 CET1비율 관리 목표를 13~13.5%로 설정하고 해당 구간에서는 전년 대비 증가한 자본비율의 50%에 해당하는 자본을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서는 CET1비율 13% 이상이라는 조건이 전제가 돼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올 상반기 CET1비율이 13%를 밑돌자 하나금융은 올 하반기에는 CET1비율을 13%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종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분기 말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말 기준으로 CET1비율 13%를 목표로 추진 중이고,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통해 4분기 말 기준 전년 수준(13.22%)을 소폭 상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때 충분히 대출 성장을 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위험가중자산 관리를 통해 CET1 비율을 높이는 것을 우선적인 과제로 둔 것"이라며 "3분기 말 CET1 13%는 충분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4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 100개 종목을 공개했는데, 해당 종목에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제외돼 논란이 됐다. 하나금융이 CET1 비율을 끌어올려 주주환원율을 확대하는 등의 밸류업 계획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2분기 말 신한지주 CET1비율이 13%를 넘어섰는데, 향후 3년 동안 주주환원율을 5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라며 "하나금융도 CET1비율 13%가 안정적으로 안착되면 주주환원율을 40% 중반까지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지수 (jiso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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