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내년 '5조' 배당 가능할까…해약환급금 개선에 쏠린 시선

주요 보험사 전경 /사진=박준한 기자

보험 업계의 내년 주주환원 전략이 기로에 섰다. 금융당국이 올해 안으로 손질하려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의 성공 여부가 보험 업계 전체의 배당 환경을 좌우할 것으로 보여서다. 연내 제도가 개선되면 내년 보험사 배당 규모가 5조원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한화생명을 비롯한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배당을 포기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상다수 보험사가 순이익을 거뒀음에도 배당금이 한 푼 나오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해약환급금준비금(준비금)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역시 정책의 속도로, 제도 개선이 올해 말 이뤄지면 보험사들은 내년 배당을 신청·처리하는 과정에서 당국 정책을 즉시 반영할 수 있다. 반면 내년 상반기까지 미룬다면 보험사들은 배당을 미룰 공산이 크다.

앞서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이 2023년 시행되면서 보험부채 평가 방식이 기존 취득원가 방식에서 현재가치 평가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의 준비금이 급증했다. 대표적으로 한화생명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2조5000억원에서 올해 2분기 기준 4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준비금은 고객이 보험을 해지할 때 돌려줄 돈으로 떼어 두는 것으로, 보장성 상품 판매가 늘수록 준비금도 증가한다. 이익은 커지지만 배당에 쓸 수 있는 여력은 줄어든다는 의미다. 실제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코리안리 등 4곳만 2024년 배당을 실시했다. 그 외 생보사들은 순익 1조원대를 기록하면서도 배당금은 전무했다.

사정이 이렇자 당국은 보험사의 배당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시행했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200% 이상을 유지하는 보험사에 한해 준비금을 기존의 80%만 적립하도록 완화하는 안이다. 단계적으로 5년에 걸쳐 매년 기준을 10%p씩 하향 조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리가 하락하면서 보험사들의 K-ICS 비율이 전반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서 일부 대형 보험사만 배당을 실시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보험 업계는 준비금 관련 '80% 완화'로는 부족하다는 반응으로, 특히 생명보헙 업계는 2023년 이후 신규 계약을 준비금 적립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보험사가 내년에 5조원 배당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새 계약은 이미 보험계약마진(CSM)을 기반으로 가치가 평가돼 중복되는 준비금이 필요하지 않다"며 "요구사항이 시행되면 법인세 수입도 2조5000억원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신중모드를 견지하고 있다. 신계약에 대한 준비금 부담을 줄이면 보험사들의 과당 경쟁을 억제할 수 있는 방식이 사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준비금 제도 개선 여부는 표면적으로 '주주환원'과 '건전성'을 따지는 모양새"라면서도 "보험사의 고비용 경쟁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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