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집 잃은 위기가정에 새집 지원… 은행들 재기 돕는다
윤명진 기자 2023. 3. 17. 03:02
[‘지방 소멸’ 위기 극복] 상생 위한 ‘임팩트 금융’ 〈3〉
신한금융, 위기상황 4133가정 도와… 학대 피해아동엔 의료-심리치료도
중증질환 앓는 중기 근로자 가족에 IBK기업銀 작년 치료비 6억 후원
신한금융, 위기상황 4133가정 도와… 학대 피해아동엔 의료-심리치료도
중증질환 앓는 중기 근로자 가족에 IBK기업銀 작년 치료비 6억 후원
지난해 5월 5일 어린이날 경북 울진군에 사는 최모 씨(50)는 화재로 집을 잃었다. 차단기 누전으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번져 나갔다. 당시 집에 있던 최 씨와 가족들이 소방대원이 오기 전에 불을 끄려고 애썼지만, 결국 지붕과 벽 등 집의 3분의 2가 불타고 말았다. 가족들이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지만 집은 허물어졌고 화재 진압을 위해 뿌린 물 때문에 가전제품은 모두 망가졌다.
순식간에 터전을 잃은 최 씨의 눈앞은 막막했다. 부산이 고향이던 최 씨는 인근에 사는 친척도 없었고, 5명의 자녀를 데리고 갈 곳도 마땅치 않았다. 당시 고3이었던 딸 때문에 전학을 고려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월 수입이 130만 원 수준으로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기에 펜션 등 숙박시설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간신히 지인의 도움으로 집 근처 교회 교육관에서 임시로 머무를 수 있었지만 생활은 열악했다. 한 달 정도 라면과 즉석밥으로 끼니를 해결했고, 이후에는 가스 버너를 구매해 계란찜 등 간단하게 먹고사는 생활이 8개월간 이어졌다.
이런 최 씨의 7인 가족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건 신한금융의 위기가정 재기지원사업 덕분이었다. 방 3개, 화장실 2개가 있는 집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주거복지 비영리단체 한국해비타트가 집을 지었고, 신한금융이 700만 원 이상을 지원해 가전, 가구 등 살림살이를 장만했다. 최 씨는 “다시 살 공간이 생겼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며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에 막막하고 어려웠지만, 외면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희망을 가졌다”고 말했다.
막다른 위기에 몰린 가정이 주저앉거나 해체되는 일을 막아야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금융사들은 취약계층, 한계상황에 몰린 가정을 적극 지원하는 등 임팩트 금융을 실천하며 ‘최후의 안전망’을 자처하고 있다.
● 위기가정·학대피해아동 다시 설 수 있도록 지원
신한금융은 2018년부터 시작된 위기가정 재건 사업으로 2022년까지 총 4133가정을 지원했다. 특히 최 씨와 같이 위기 상황에 놓인 ‘취약계층 맞춤형 재기지원사업’은 △생활비와 주거비 △교육·양육비 △의료비 △재해재난 구호비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가구당 최대 10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학대피해아동을 위한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아동쉼터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의료적 치료, 생필품 지원, 심리 치료, 원가정 복귀 등을 위한 지원을 돕는다.
9일 방문한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여느 가정집과 같은 모습이었다. 신한금융은 인력을 채용하고, 아이들 치료와 의류 문제를 해결하도록 경제적 지원을 하는 한편 차량과 3년간 유류비도 제공하고 있다. 쉼터의 특성상 다친 곳을 치료해야 하거나 심리 상담이 필요한 아이들이 머물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병원을 가야 하는 일이 많았는데, 차량이 없을 때는 외출하기가 쉽지 않았다.
김금성 원장은 “학대피해아동들은 의식주부터 정서적·물리적 치료와 함께 그동안 거의 해보지 못한 문화생활 등 나이에 맞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며 “2년째 지원을 받은 덕분에 아이들이 이곳을 ‘안전한 곳’ ‘편안한 곳’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중증질환 치료비도 지원, “금융권이 사회적 안전망 역할 해야”
순식간에 터전을 잃은 최 씨의 눈앞은 막막했다. 부산이 고향이던 최 씨는 인근에 사는 친척도 없었고, 5명의 자녀를 데리고 갈 곳도 마땅치 않았다. 당시 고3이었던 딸 때문에 전학을 고려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월 수입이 130만 원 수준으로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기에 펜션 등 숙박시설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간신히 지인의 도움으로 집 근처 교회 교육관에서 임시로 머무를 수 있었지만 생활은 열악했다. 한 달 정도 라면과 즉석밥으로 끼니를 해결했고, 이후에는 가스 버너를 구매해 계란찜 등 간단하게 먹고사는 생활이 8개월간 이어졌다.
이런 최 씨의 7인 가족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건 신한금융의 위기가정 재기지원사업 덕분이었다. 방 3개, 화장실 2개가 있는 집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주거복지 비영리단체 한국해비타트가 집을 지었고, 신한금융이 700만 원 이상을 지원해 가전, 가구 등 살림살이를 장만했다. 최 씨는 “다시 살 공간이 생겼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며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에 막막하고 어려웠지만, 외면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희망을 가졌다”고 말했다.
막다른 위기에 몰린 가정이 주저앉거나 해체되는 일을 막아야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금융사들은 취약계층, 한계상황에 몰린 가정을 적극 지원하는 등 임팩트 금융을 실천하며 ‘최후의 안전망’을 자처하고 있다.
● 위기가정·학대피해아동 다시 설 수 있도록 지원
신한금융은 2018년부터 시작된 위기가정 재건 사업으로 2022년까지 총 4133가정을 지원했다. 특히 최 씨와 같이 위기 상황에 놓인 ‘취약계층 맞춤형 재기지원사업’은 △생활비와 주거비 △교육·양육비 △의료비 △재해재난 구호비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가구당 최대 10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학대피해아동을 위한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아동쉼터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의료적 치료, 생필품 지원, 심리 치료, 원가정 복귀 등을 위한 지원을 돕는다.
9일 방문한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여느 가정집과 같은 모습이었다. 신한금융은 인력을 채용하고, 아이들 치료와 의류 문제를 해결하도록 경제적 지원을 하는 한편 차량과 3년간 유류비도 제공하고 있다. 쉼터의 특성상 다친 곳을 치료해야 하거나 심리 상담이 필요한 아이들이 머물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병원을 가야 하는 일이 많았는데, 차량이 없을 때는 외출하기가 쉽지 않았다.
김금성 원장은 “학대피해아동들은 의식주부터 정서적·물리적 치료와 함께 그동안 거의 해보지 못한 문화생활 등 나이에 맞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며 “2년째 지원을 받은 덕분에 아이들이 이곳을 ‘안전한 곳’ ‘편안한 곳’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중증질환 치료비도 지원, “금융권이 사회적 안전망 역할 해야”
희귀난치성·중증질환은 순식간에 가정을 위기에 빠뜨린다. 오랜 기간 치료에 전념해야 하고 고액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 치료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해체되거나 극한으로 치닫는 가정도 적지 않다. 8년째 투병 중인 남편의 치료비를 부담하던 조모 씨(63)도 개인회생 신청을 고민 중이었다. 개인용달업을 하던 남편은 다발골수종 진단을 받은 뒤 계속되는 재발로 생활비를 홀로 부담해야 했고, 쌓여가는 치료비까지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IBK기업은행이 시행한 중소기업 근로자의 가족 치료비 지원을 받게 되면서 치료와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기업은행은 치료비 지원으로 위기가정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38명에게 6억7000만 원을 치료비로 지원했다. 중소기업 근로자 가족을 위해 2006년 IBK행복나눔재단을 설립하고부터는 2022년까지 총 143억 원의 치료비를 후원해 왔다.
취약계층들을 지원하는 임팩트 금융 사례는 그 외에도 많다. 신한은행은 여름·겨울방학 동안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에게 밀키트를 정기 지원하고 있다. 또 다문화가정의 아동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거나 차별 등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에게는 심리정서 치료를 지원한다. 기업은행은 겨울이 되면 한파에 약한 쪽방촌 거주민들을 위해 방한물품과 위생용품을 2021년부터 지원해 오고 있다. 명절에는 김치나 과일 등도 전달한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이 막다른 상황에 몰린 이들의 재기를 돕는 최후의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금융권이 ‘상생’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찾고 도와주는 역할이야말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이라며 “금융권에 안전망 역할을 맡겨만 둘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을 정부도 제공하는 등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치료비 지원으로 위기가정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38명에게 6억7000만 원을 치료비로 지원했다. 중소기업 근로자 가족을 위해 2006년 IBK행복나눔재단을 설립하고부터는 2022년까지 총 143억 원의 치료비를 후원해 왔다.
취약계층들을 지원하는 임팩트 금융 사례는 그 외에도 많다. 신한은행은 여름·겨울방학 동안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에게 밀키트를 정기 지원하고 있다. 또 다문화가정의 아동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거나 차별 등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에게는 심리정서 치료를 지원한다. 기업은행은 겨울이 되면 한파에 약한 쪽방촌 거주민들을 위해 방한물품과 위생용품을 2021년부터 지원해 오고 있다. 명절에는 김치나 과일 등도 전달한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이 막다른 상황에 몰린 이들의 재기를 돕는 최후의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금융권이 ‘상생’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찾고 도와주는 역할이야말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이라며 “금융권에 안전망 역할을 맡겨만 둘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을 정부도 제공하는 등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울진·천안=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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