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녀가 '독전2'에 캐스팅된 이유는 OO이었다
[인터뷰] '독전2' 백 감독이 답했다...바뀐 이선생 설정‧미드퀄 시도‧오승훈 캐스팅
(이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러닝타임이 길어지더라도 바꾼 설정의 설명을 집요하고 친절하게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아주 처절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독전2'(제작 용필름)를 연출한 백 감독(본명 백종열)이 '미드퀄을 시도하는 다른 감독이 조언을 구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 17일 공개된 '독전2'는 2018년 개봉해 5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독전'(감독 이해영)의 후속작으로, 전작이 다루고 있는 시간대 중간에 일어났던 일을 담는 미드퀄의 형식이다. 한국영화 후속 시리즈가 미드퀄을 시도하기는 '독전2'가 처음이다.
2편은 1편의 하이라이트인 용산역 혈투부터 극 말미 조원호(조진웅)와 서영락(류준열)이 만나는 노르웨이 오두막 총격 사건 사이에 일어난 중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2편에서 서영락 역할은 신예 오승훈이 맡았다.
공개 직후 '독전2'에 대한 '불호' 반응이 쏟아졌다. 영화는 1편의 핵심을 비튼다. '독전2'는 락(서영락의 애칭)이 시리즈의 핵심 인물인 아시아 최대 마약 카르텔의 수장인 이선생이 아니고, 진짜 이선생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펼쳐진다.
1편이 락을 이선생으로 보이게 그리며 반전의 묘미를 안겼던 것을 2편이 손수 뒤집으며 매력을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영화를 본 관객 사이에서는 "1편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 '독전2'의 시작…"락이 이선생이 아니라면?"
2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백 감독은 "이 작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호기심을 자극했던 문장이 있었다"며 바로 '서영락이 이선생이 아니라면 어땠을까?'라는 문장이 본인의 흥미를 자아냈다고 고백했다.
"신선했고,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어요. 이에 1편을 계속 학습하면서 어떤 틈에 이 이야기를 집어넣어 완성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죠."
"전편에서 진하림(고 김주혁)이 이선생 측과 거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이 가짜 이선생을 찾아내기 위한 작전이었다면 어땠을까 했죠. 초반에는 흥미로 출발했지만, 미드퀄의 형태를 띠면서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졌어요."
락이 개인적인 원한으로 이선생을 집요하게 쫓는 인물이고 알고 보니 진하림이 이선생의 심복이라는 설정은 백 감독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지만, '독전'의 팬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독전2'는 공개 직후 많이 본 영화 순위 1위에 오르고,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했지만 실제 평가는 이와 상반된다. 22일 기준 평점 플랫폼 왓챠피디아 평점은 5점 만점에 1.8점을 기록 중이고, 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 평점은 10점 만점에 2점대를 기록하고 있다.
백 감독은 자신의 의도와 관객의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에 "생각과 고민이 많고, 복잡한 마음이다"며 "워낙 팬덤이 큰 영화이고 500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본 이야기라서 물음표를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개 이후 평점이나 리뷰를 봤는데 그분들의 지적이나 해석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딘가에 실력의 한계가 있었죠."
"만약 시간을 되돌려 '서영락이 이선생이 아니라면 어땠을까?'라는 문장이 제 손에 다시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매력적인 출발 지점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요. 제가 그걸 표현하고 설명하는 데 부족했습니다."
● '독전' 시리즈의 새 얼굴…오승훈·변요한·한효주 캐스팅한 이유
'독전2'에 등장하는 주요 배역 캐스팅은 백 감독에게 주어진 커다란 미션이었다.
'독전'에서 락을 연기한 류준열이 출연하지 않으면서 백 감독은 영화의 핵심 인물인 락을 새로운 배우에게 맡겨야 했다.
오디션으로 락 역을 뽑기로 하면서 락 역할에 무려 1000여명이 지원했다. 그 결과 오승훈이 역할을 차지했다.
"영화의 마지막 완성해야한다는 목적이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있었어요. 배우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이 드라마를 가장 적합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았어요."
"오승훈 씨의 목소리를 듣고 가능성을 느꼈어요. 발음과 전달력이 정확했고, 락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죠."
백 감독이 '독전2'를 하면서 넘어야 했던 허들 가운데 또 하나는 고 김주혁이 맡은 진하림 역할의 캐스팅이었다. 락 역할보다 고민이 먼저 시작됐다. 여러 배우를 만났고 최종적으로 변요한이 젊은 시절의 진하림을 연기했다. 변요한은 과거 회상 장면에서 등장하는 10여년 전 진하림을 소화했다.
백 감독은 "주혁 씨가 함께하지 못하기에 딥페이크 방식으로 살려내면 어떨까 싶어서 기술진도 만났지만 무산됐다"며 "여러 배우를 만났고 요한 씨가 진하림의 모습을 깊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성격의 진하림의 10여년 전으로 돌아가 그가 왜 그런 성격을 가지게 됐는지 함께 완성했어요."
'독전2'의 메인 빌런인 큰칼, 섭소천은 한효주가 맡아 이색적인 모습을 완성했다.
원래 큰칼은 남자로 염두에 두었지만 백 감독은 "큰 열등감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성장한 큰칼이 문득 여자라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며 "사연이 훨씬 깊어 보일 것 같았고 한효주가 한다면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밝혔다.
"효주 씨한테 죄송하지만 덜 씻고 관리도 덜 해줬으면 한다고 피력했어요. 그렇게 거친 느낌이 완성됐습니다."
이제 막 작품이 공개된 만큼 여전히 '독전2'에 대한 기대감을 지닌 예비 관객들도 있다. 이에 백 감독은 "1편이 락을 이선생으로 몰고 간 것으로 꼬면서 펼쳐지는 내용에 스스로 매력을 느꼈다"며 "만약 그걸 관객들이 감안하고 진입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