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캡슐' 신청한 371명…그들이 원하는 '안락한 죽음'이란? [스프]

안혜민 기자 2024. 10. 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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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안락사1 - 인간의 존엄을 생각하다
 

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주 마부뉴스가 발송됐던 목요일에 엄청난 소식이 전해졌죠. 대한민국 최초, 그리고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로 한강 작가가 무려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서점가에는 한강 작가의 작품이 재고가 부족할 정도로 팔리고 있고, 해외에서도 한국어 원서 작품도 다 나간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수상을 기회로 전 세계 사람들이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게 된다고 생각하니 괜히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고요. 늦었지만 한강 작가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한림원에서는 이번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력한 서정적 산문"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다 보면 인간의 삶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느낄 수 있는데, 이번 마부뉴스 주제도 어쩌면 우리들의 삶과 맞닿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안락사와 존엄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아마 독자 여러분도 소식 들었을 겁니다. 최근 스위스에서 이른바 '자살 캡슐'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 말이죠. 전 세계적으로 안락사 논란은 상당히 뜨거운 이슈인데, 이 이야기를 한 번 데이터를 통해 정리해 봤습니다.
 

안락사, 존엄사, 조력 자살... 이들의 차이점은?

안락사와 관련된 논의를 주욱 보다 보면 비슷하지만 다른 단어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혼용하기 쉬운 키워드인 안락사, 존엄사, 조력 자살이 정확히 어떤 뜻인지부터 정리하고 시작하겠습니다.

✏️ 안락사

먼저 안락사입니다. 안락사는 영어로는 euthanasia라고 하는데요. 이 영단어를 뜯어보면 안락사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안락사는 eu와 thanasia가 합쳐진 건데, 뒤에 thanasia는 죽음의 신 타나토스(thanatos)와 비슷하게 생겼죠? thanasia는 죽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잘 아는 타노스의 이름도 나왔죠. 그리고 eu는 '좋은', '행복한'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행복감, 도취증이라는 뜻을 가진 드라마 유포리아(euphoria)에도 eu가 들어있죠.

정리해 보면 안락사를 어원적으로 따져보면 '좋은 죽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치료 불가능한 질병에 걸려서, 그 질병으로 인해 끔찍한 고통으로 힘들어할 경우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보다 더 좋은 죽음을 선택하는 게 바로 안락사인 거죠.

안락사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하나는 환자가 의사에게 약물을 처방받아서, 그 처방받은 약을 복용해서 사망하는 경우입니다. 또 하나는 환자가 의사에게 요청해서,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약물, 가스 등을 주입해 사망하는 경우이고요. 처방받은 약물을 직접 복용해 사망하는 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를 '조력 자살'이라고도 부릅니다.


✏️ 존엄사

존엄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죽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Death with Dignity라고 쓰고요. 존엄사는 생명 연장 치료를 중단할 것을 스스로 결정하여 죽음을 맞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안락사와 비교하면 존엄사는 치료를 중단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고, 안락사는 치료를 이어가되 죽음을 선택한 겁니다. 그래서 존엄사를 소극적 안락사, 조력 자살 등의 안락사를 적극적 안락사라고 구분 짓기도 하죠.

다만 존엄이라는 표현 때문에 존엄사를 품위 있는 죽음, 웰 다잉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넓은 범위로 사용할 경우에는 엄격한 의미의 존엄사(연명치료 중단)와 안락사까지 포함하게 되죠. 헷갈릴 수 있으니 이번 마부뉴스에서는 존엄사는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경우의 의미로만 사용하겠습니다.
 

전 세계는 안락사 논쟁 중?

이번에 이슈가 되었던 스위스의 자살 캡슐은 호주의 의사이자 안락사 찬성론자인 필립 니츠케 박사가 만든 기기입니다. 캡슐 안에 들어가서 버튼을 누르면 질소가 배출되고, 가득 찬 질소로 인해 잠이 들면 10분 안에 저산소증으로 숨을 거두게 된다고 하죠. 이 제품이 만들어진 건 2017년이고, 2020년대 초부터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The Last Resort라는 단체가 올해 이 캡슐을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사람들이 더 주목하게 됐죠.

스위스는 현재 외국인에게도 조력 자살이 허용된 유일한 국가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이 소식이 전해졌을 때, 스위스니까 법적인 문제가 없나 보다 싶었어요. 2021년 기사를 살펴보면 스위스 기관에서 해당 캡슐을 승인했다는 내용도 있었고요. 그런데 실제로는 스위스는 이 자살 캡슐을 승인한 바가 없습니다. The Last Resort 단체가 캡슐 사용 선언을 한 이후 해당 지역주의 의사는 캡슐 사용을 금지했고, 지역 검찰청도 우려를 표명했을 정도죠. 스위스 보건부 장관 역시 이 캡슐이 제품안전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경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9월 24일에 자살 캡슐은 가동됐고, 64세 미국인 여성이 사망하게 됩니다. 이 분은 면역체계가 심각하게 손상되어서 끔찍한 고통을 겪던 환자였다고 하죠. 자살 캡슐이 사용된 이후 스위스 지역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고, 경찰은 The Last Resort 대표와 현장에 있던 네덜란드 기자 등을 자살 방조 등의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해당 단체는 캡슐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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