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텍 유상증자]③ 차입 대신 신주 발행…이례적 행보 배경은

/사진 제공=오텍

오텍은 그안 유상증자 없이 자금을 조달해왔다.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보다는 재무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차입에 의존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최근 3년간 상환한 단기차입금만 4000억원을 웃돈다. 이런 오텍이 ‘184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주식의 절반이 넘는 신주를 발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발행비율 55%…의문 커지는 조달전략

오텍은 주주배정 이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주당 2160원에 신주 850만주를 발행해 184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기존 발행주식 수 대비 신주 발행 비중은 55.22%에 달하며, 조달자금의 65%가량이 자본잠식에 빠진 자회사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텍 주가는 이달 11일부터 17일까지 연속 하락하며 누적 낙폭이 24%에 달했다. 이에 따라 연초 500억원대 초반이었던 시가총액은 100억원가량 감소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추진 배경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오텍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9000억원을 낸 회사다. 간판 계열사인 오텍캐리어가 매년 5000억~6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그룹 외형성장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현금성자산은 396억원, 기타유동자산을 포함하면 약 500억원 규모의 여유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재무여건을 감안하면 전체 조달금액은 기업 규모에 비해 크지 않다. 그러나 기존 주식 대비 55%를 넘는 신주 발행 비율은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금사용처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더해지며 시장의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오텍그룹이 당초 유상증자를 선호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오텍이 주식자본시장(ECM)에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2010년 약 6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 뒤 15년 만이다.

오텍의 조달전략은 ‘차입’으로 요약된다. 2003년 증시 입성 이후 이 같은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2011년 캐리어에어컨(현 오텍캐리어)과 캐리어에어컨냉장(현 씨알케이) 인수를 계기로 차입 규모는 더욱 확대됐다. 피인수기업이 오텍보다 컸던 만큼 조달방식도 더욱 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 재무활동현금흐름을 보면 장단기차입금의 차입, 상환이 반복돼왔다. 특히 단기차입 비중이 전체 재무활동을 통한 현금유입액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최근 3년간 오텍의 단기차입금은 4161억원, 상환액은 4109억원이다.

부채비율 323.4%…차입 여력 한계 달했나

그룹의 전반적인 차입 여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증자가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추가 차입에 나서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오텍의 주요 재무지표를 보면 전반적인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323.4%로 통상 안정적 기준선인 200%를 크게 웃돈다. 반대로 유동비율은 93.66%로 100%를 밑돌아 단기채무 상환 여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총차입금은 2403억원으로 총자산의 44.27%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누적된 차입 부담을 고려하면 증자로 재무구조를 일정 부분 정비하려 했다는 해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기업으로서는 신용경색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증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시장 상황이나 내부구조에 따라 그런 판단을 내릴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듯 오텍은 유상증자 구조 설계에도 신중을 기했다. 최대주주는 100% 청약 참여를 약속했다. 총수일가인 강성희 회장과 강신욱 전무, 강신형 상무는 신주 배정분을 모두 인수할 계획이다. 사재 출자를 감수하면서 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책임경영 행보로 해석된다.

신주 발행가는 시가 대비 25%가량 할인된 2160원으로 결정됐다. 할인율을 크게 적용한 데는 청약률을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다만 높은 할인율로 기존 주주의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어 향후 주가흐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존재한다. 유상증자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계열사 재무개선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텍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들의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차입금보다는 증자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며 “다만 최대주주가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청약에 100% 참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공모 이후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이 잔여물량을 인수한다”며 “오텍은 소액주주 및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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