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증세→절뚝이며 득점’ 구자욱의 부상 투혼, 삼성 분위기 불태웠다
[스포티비뉴스=대구, 최민우 기자]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31)이 부상으로 빠졌다. 그러나 구자욱의 투혼은 삼성 선수들을 일으켰다.
구자욱은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맞붙은 플레이오프(5전 3승제) 2차전에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도루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직접 홈플레이트를 밟고 득점을 올렸으나, 구자욱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1회초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구자욱은 상대 선발 손주영이 던진 3구째 116km짜리 커브를 공략해 우전 안타로 연결시켰다. 출루에 성공한 구자욱은 후속 타자 르윈 디아즈 타석 때 호시탐탐 2루를 노렸고, 결국 2루를 훔쳐냈다. 하지만 구자욱은 일어서지 못했다. 왼쪽 무릎을 붙잡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이를 지켜보던 삼성 코칭스태프도 빠르게 움직였다. 구자욱을 향해 달려가 상태를 확인했다. 구자욱은 계속 뛸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코치진도 이를 받아들였다. 구자욱은 다리를 절뚝이며 불편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그라운드에 머물렀다.
구자욱의 발로 득점 찬스를 만든 삼성. 디아즈의 좌선상에 떨어지는 안타가 나왔고, 구자욱은 홈을 밟았다. 이 과정에서도 구자욱은 뛰지 못했다. 절뚝거리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더그아웃으로 구자욱이 들어오자 삼성 코치진은 다시 몸 상태를 체크했고, 곧바로 이성규로 교체를 지시했다. 2회초 수비 때 삼성은 이성규를 우익수로 투입했다. 대신 김헌곤을 좌익수로 수비 위치를 변경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향한 구자욱은 정밀 검진을 받았다. 당초 상태를 확인한 후 추후 병원에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바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삼성 관계자는 “구자욱이 1회말 2루 도루 슬라이딩 과정에서 왼쪽 무릎 통증 느껴 선수 보호차 교체됐다. 추후 몸상태 체크 후 병원 이동 및 진료 예정이다”고 했지만 구자욱은 대구 SM영상의학과의원으로 이동해 상세 검진을 받았다.
구자욱의 이탈은 삼성에 큰 타격이다. 그라운드 안팎으로 활약해왔기 때문이다. 구자욱은 올 시즌 주장을 맡아 더그아웃 리더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개인 성적도 좋았다. 129경기에서 33홈런 115타점 92득점 13도루 타율 0.343 출루율 0.417 장타율 0.627 OPS(출루율+장타율) 1.044로 활약했다. 9월 이후 치러진 구자욱은 9월 이후 치러진 16경기에서 9홈런(1위), 24타점(1위) 18득점(2위) 타율 0.500(1위) 출루율 0.559(1위) 장타율 1.017(1위) 등에 오르며 최고의 타자로 활약했다. 구자욱은 9~10월 월간 MVP도 수상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활약은 이어졌다. 구자욱은 정규시즌 때 LG에 약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달랐다. 구자욱은 올 시즌 LG전 13경기에서 1홈런 6타점 4득점 1도루 타율 0.170(47타수 8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 1홈런 1볼넷 3타점 3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구자욱은 데일리 MVP를 수상했다.
최근 구자욱의 상태는 사실 좋지 않았다.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구자욱은 플레이오프 1차전 종료 후 구토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데일리 MVP를 수상했지만, 공식 인터뷰도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하지만 구자욱은 자신의 몸 상태보다 팀 분위기를 먼저 생각했다.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구자욱은 “플레이오프 1차전 시작 전부터 컨디션이 안 좋았다. 두통이 있었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으려 했다. 눈 주변과 머리가 아프더라. 외야 수비를 할 때도 어지러웠다. 표정도 안 좋았지만 팀에 피해를 줄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경기 상황을 돌아보며 “그래도 걱정할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은 건 아니다”며 안심시키기 바빴다.
박진만 감독도 구자욱의 희생정신에 감탄했다. “경기를 끝나고 구자욱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구자욱은 분위기 메이커라 평소에도 파이팅을 많이 불어넣는데, 오늘은 표정이 좋지 않더라. 안 좋은 컨디션을 감추고 뛰었던 것 같다. 몸이 아픈 데도 잘해줬다. 주장다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태가 완전히 호전된 건 아니지만, 구자욱은 첫 타석부터 안타를 뽑아냈다. 그리고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도루까지 성공해냈다.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황에서도 통증을 참고 뛰었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구자욱의 투혼으로 삼성은 동점을 만들었고, 분위기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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