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이 시대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까? 가창력 부족, 미신 조장, 광고 효과 제한 등 한국 음악사에는 다양한 이유로 방송에서 사라진 노래들이 있다. 지금 들으면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황당한 이유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은 곡들을 소개한다.

키다리 미스터 김 │이금희
키 작은 사람을 무시
1960년대 가수 이금희의 대표곡으로, 순수하게 키 큰 남자를 좋아하는 여성의 감정을 표현한 경쾌한 곡이다. 그러나 1975년 6월 19일, 박정희 정권은 "단신인 박정희를 빗댔다"는 근거로 이 노래를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당시 키가 160cm였던 대통령의 콤플렉스를 자극했다는 판단이었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사랑 노래에 불과했다.
“세상에 키 크고 싱겁지 않은 이 없다고 말은 하지만
그래도 그이는 그렇지 않아요
정말로 멋쟁이에요”

0시의 이별 │배호
통행금지 위반
1971년 배호가 발표한 이 감성적인 발라드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을 서정적으로 노래였지만, 발표 직후 "0시(자정)에 이별하는 것이 통행금지를 위반한다"는 황당한 이유로 금지되었다. 당시 통행금지 시간은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였으며, 정부는 이 노래가 법칙을 가볍게 여기도록 한다고 판단했다.
“한없이 그리워도 보고싶어 외로워도
너와 나는 사랑하고 사랑하니까
너는 다시 돌아오겠지”

영구 캐롤 │심형래
가창력 부족
1980년대 중반, 한국 대중문화계에서는 캐럴 음반의 황금기가 열렸다. 이 시기에 다양한 가수들과 연예인들이 캐럴 음반을 발매했는데, 그중에서도 '영구' 캐릭터로 인기를 끌던 심형래의 코믹 캐럴이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가창력이 부족하고 가사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을 받게 된다. 경향신문의 2015년 12월 17일 기사에 따르면, 심형래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독특한 스타일로 캐럴을 불렀기 때문이라고 한다.
“띠리리띠디디~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잘 모르겠는데요~”

덩크슛 │이승환
미신 조장
1993년 이승환의 3집 앨범에 수록된 '덩크슛'은 당시 공중파 방송과 케이블 종교방송에서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 금지 사유는 가사 중 "주문을 외워보자 야발라바히기야 야발라바히기야"라는 부분이 미신과 사이비 풍조를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덩크슛'이 금지된 구체적인 배경에는 1992년 한국에서 발생한 '휴거 소동'이 있었다. 이는 예수의 심판에 따라 구원받은 사람은 하늘로 올라가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지구의 종말을 맞이한다는 소문으로 일어난 사회적 소동이었다. 이런 사이비 종교 때문에 온 나라가 뒤숭숭할 때 '덩크슛' 노래 속 주문이 다시 사회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되었다.
“주문을 외워보자 야발라바히기야 야발라바히기야
주문을 외워보자 야발라바히기야모하이마모하이루라”

아나까나 │조혜련
수준 미달
'아나까나'는 2005년 발매된 조혜련의 1집 앨범 타이틀곡으로, KBS 심의위원회로부터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 2005년 10월 25일 KBS 심의위원회는 스포츠칸과의 통화에서 “외국 팝송과 샹송을 우리말 발음대로 불렀는데, 그 가사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국적불명의 언어인데다, 중간중간 저속한 표현이 많아 금지곡으로 분류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MBC에서는 이 노래가 심의를 통과했다. 2015년 3월 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 조혜련은 "MBC는 심의 통과가 됐다. KBS만 수준 미달로 안 되는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요 일하러 나왔다 놓고 디스코다 유 길쭉길쭉 단추더 펑키디스코다
너 뮤직있니 아유 웬일로 우베이 아우 스캔들나”

사랑 안 해 │백지영
출산율 저하
백지영의 '사랑 안해'는 2006년에 발매된 발라드곡으로, 당시 '저출산 조장곡'이라는 황당한 이유로 방송 부적합 판정을 받을 뻔했다. 백지영은 2024년 11월 27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긴 한데 국민정서에 좋지 않은 곡을 선정했는데 그중에 '사랑 안해'가 들어갔다. 저출산 조장곡이라고, 사랑을 안 하면 어떻게 애를 안 낳냐는 너무 단순한 이유더라"라며 당시 상황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제 다시 사랑안해 말하는 난 너와 같은 사람
다시 만날 수가 없어서 사랑할 수 없어서”

HOME SWEET HOME │지드래곤
광고 금지
2024년 12월 4일, 지드래곤의 신곡 'HOME SWEET HOME'이 KBS 가요 심의에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판정 사유는 "특정 상품의 브랜드를 언급하는 등 방송심의규정 46조(광고효과의 제한)에 위배되는 가사" 때문이었다.
'HOME SWEET HOME'은 지드래곤이 빅뱅 동료 멤버 태양, 대성과 함께 작업한 신곡으로,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제목처럼 그리운 집과 같은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Don't play on me, no, we're
Airbnb, you're homeless”
ㅣ덴 매거진 Online 2025년
에디터 김진우(tmdrns1111@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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