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잘 가는 아이 부모들의 놀라운 공통점


중학교 내내 우등생이었던 자영이는 얼마 전, 고등학교 1학년이 됐습니다. 내신 시험이 어렵기로 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한 고등학교에 가게 된 터라 불안했지만, 다행히 결과가 좋았습니다. 주요 과목에서 1등급을 받은 것입니다. 1학년 재학생 300명 중에 겨우 4퍼센트, 12명만 가능한 1등급을 받아 뿌듯한 마음으로 부모님께 소식을 알렸더니, 예상치 못한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칭찬은커녕 타박만 하는 부모님에 자영이의 기분은 상해버리고 맙니다. 우수한 성적인데도 이해를 못 하는 부모님이 답답하고 인정받지 못하니 공부 의욕도 떨어집니다.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중학교 때는 100점도 흔하게 받아오던 아이의 점수가 확 떨어지니 속이 상합니다.

같은 성적을 두고 부모님과 자영이의 해석이 왜 이렇게 다른 걸까요? 이런 일은 비단 자영이네에게만 벌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상대 평가와 절대 평가의 차이에 익숙하지 않은, 그러니까 학력고사 세대 및 수능 초기 세대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입니다.


입시를 모르는 부모들

엄마들은 교육 뉴스를 보면 절반은 모르는 단어입니다. 수시, 정시, 학생부종합전형이 뭔지도 모르겠는데 자유학기제니, 고교학점제니 앞으로 입시가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질 것이라며 난리입니다. 문제는 무작정 새로운 교육 뉴스와 소문에 눈을 감고 귀를 막을 수도 없다는 사실이지요. 예전 학력고사나 수능 시대와 현재는 너무나 달라졌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모르니 온갖 ‘카더라’ 소식에 휘둘리기 십상입니다. 누구는 성적이 좋지 않아도 비교과만 좋으면 명문대 진학이 가능하다거나 수능에 집중하지 않으면 대학 진학이 어려울 거라니 아이에게 줏대 없이 조언하게 됩니다.

아이의 고민에도 제대로 된 답을 해준 적이 없습니다. 어려운 정보는 제쳐두더라도 당장 고등학교 진학만 봐도 일반고, 외고, 특목고며 마이스터고까지 어디를 가면 좋을지 아이가 물어도 답할 수가 없습니다. 무조건 공부 열심히 하고 대학 좋은 곳으로 가라는 판에 박힌 조언밖엔 할 수가 없죠. 학력고사나 수능만 잘 보면 원하던 대학교에 갈 수 있었던 학창 시절을 보낸 부모들은 오늘날의 입시가 버겁기만 합니다.

부모와 대화할 수 없는 아이들

아이들의 고민은 어른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내가 원하는 미래를 손에 넣기 위해서 어떤 길을 택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등의 고민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장래를 위해 고민하며 잠을 설치고,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그 방법에 대해 논의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지요. 하지만 “부모님은 네 생각을 알고 계시니?”라는 제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대개 “부모님은 제가 이런 생각하는 줄 꿈에도 모를걸요.”입니다.

아이들이 부모님 앞에선 어떤 고민도 털어놓지 않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처음부터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부모님께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큰 용기를 내어 진로와 미래에 대해 자신의 고민거리를 털어놓았지만, 소통이 되지 않거나 윽박지르는 경험을 반복하면 결국 입을 닫고야 맙니다. 포기를 학습하는 것이지요. ‘우리 엄마랑은 말이 안 통해’의 연장선입니다.

문제는 이런 부모와 자녀 간의 불통이 대학 입시의 난관을 넘어 관계 악화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뜩이나 감수성 풍부한 10대, 사춘기를 험난하게 헤쳐 나가고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털어놓는 진로와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두고 “공부나 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이들의 마음에 큰 상처로 남게 됩니다.

입시는 아이와 대화를 나눌 열쇠

입시는 단순히 대학교에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입시 문제란 곧 진로를 결정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입시의 최전선에 있는 우리 아이들과 ‘말이 통하려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 성적, 진로에 관한 대화가 아닐까요?

‘입시를 아는 부모’라고 해서 교육과정의 세세한 변화나 합격 커트라인 같은 세세한 숫자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당장 내년에 학교에서 배울 과목 선택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아이 앞에서 “수시가 뭐야?”라는 말을 하는 부모는 되지 않아야 합니다.

시험 평가 방식을 아는 부모는 1등급을 받고 기뻐하는 아이에게 “점수가 그것밖에 안 나왔냐”며 타박하는 대신 아이의 노력에 대한 진심 어린 칭찬을 건네며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습니다.

새로운 고등학교 분류를 아는 부모는 마이스터고에 가겠다는 아이에게 “그런 건 공부 못하는 아이나 가는 거잖아!”라며 타박하는 대신 아이의 목표와 졸업 후의 비전에 대해 논의하고 관련 학교를 안내해줄 수 있습니다.

개편된 교육 과정의 목적을 아는 부모는 선택 과목을 고민하는 아이가 친구를 따라가거나 인터넷에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검색하게 하는 대신 진로와 적성에 맞는 방향을 설정해야 함을 알려줄 수 있고, 진로 탐색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지원해줄 수 있습니다.


30년 전 과거에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기준으로 현재를 사는 아이들의 모습을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 세대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교육의 세계가 다가왔습니다. 이제 아이의 현재와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입시를 아는 것은 ‘하면 좋은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내 아이가 자신의 적성에 맞게 공부하고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게 하기 위해서, 아이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기 위해서, ‘입시를 알고’ 아이와 ‘말이 통하는’ 부모가 되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