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에서 홍삼즙을 팔 수 있다고?

당근을 비롯한 여러 중고플랫폼에서 설, 추석 명절이 지나면 홍삼과 같은 건강 기능식품(건기식)을 팔려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소비자를 간간이 목격합니다. 물론 이들이 올린 게시글은 바로 삭제되거나 판매가 제한됩니다.

사진: 당근

왜냐하면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르면 영업신고를 한 사업자만이 온라인으로 건기식 제품을 팔 수 있거든요. 즉 일반 개인이 받은 선물을 재판매하거나,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기식을 팔 경우 범법자가 됩니다.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라는 무거운 형벌이 따라와요.

그리고 건기식을 적법하게 팔기 위해서는 판매자의 경우 관련 시설을 갖추고 지방자치단체장에 영업신고를 해야 합니다. 심지어 이 신고증은 매년 온라인 강의도 듣고 비용을 지불해 매년 갱신을 해야 하죠. 저희 회사에서도 건기식 제품을 위탁판매를 하려고 보니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라 꽤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죠. 그래서 개인 간 거래는 물론 무료나눔 조차 불가능했습니다.

사진: 당근

그러나 얼마 전 기사를 보니 이제 당근에서 홍삼즙을 팔 수 있게 되었더라고요.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에서 개인 간에 이루어지는 소규모 건강기능식품의 재판매에 대해서는 허용한다고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에 권고를 했다고 해요. 규제심판부가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지난 20년간 건강기능식품의 시장이 달라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건기식 시장은 2019년 2조 9508억 원에서 2023년에 6조 2022억 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건기식 제품 판매가 활성화 됨에 따라 유통채널 중 온라인몰이 건기식 판매량의 67.9%를 차지하고 있죠. 이렇게 건기식 시장도 커지고 온라인 거래도 많아지는 시점에서 개인 간의 판매를 금지하는 현행 규제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건기식 제조업은 인허가가 필요하지만 판매업은 인허가가 필요 없다 보니 개인 간 거래도 허용이 됩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체질에 맞지 않거나 불필요한 건기식 제품을 선물 받았을 때 처리 여부에 대해 고민을 했다면 이제는 당근을 통해 판매를 할 수 있으니 ‘땡큐’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어떨까요?

건기식 업계의 생각

몇몇 기사를 보면 건기식 업계의 우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KCC인삼공사를 비롯해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들의 걱정은 우회적으로 표현하지만 결국은 ‘매출’과 ‘유통’ 문제입니다. 개인 간 판매가 허용되면 유통시장 혼란이 야기되고 국민 건강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유통에 있어서의 문제를 살펴보자면 (1) 가품 거래 (2) 유통질서 혼란을 이야기할 수 있고요. 건강에 대한 문제는 (1) 안전성과 (2) 효능을 들 수 있습니다.

유통에 있어서의 가품 거래를 살펴보면, 실제 몇몇 건기식 브랜드는 전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끌다 보니 중국산 가품이 꽤 유통이 되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몇 년 전에 국내 A사의 ‘천삼’ 제품을 중국에서 위조하기 위해 가짜 정품인증서와 포장용 기계를 중국 반출을 하려던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는데요. 정품인증서가 시가 650억 원 상당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유통질서의 혼란입니다. 예를 들어 개인 간 거래에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속여서 거래할 리스크도 있고, 대량으로 구매를 한 후 싸게 재판매를 할 경우에는 유통질서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다. 도매상들이 제품을 해외 물량으로 대량을 매입한 후 해외에 팔지 않고 국내에 헐값에 팔아 브랜드 제품이 거의 망가진 사례가 있습니다. 제가 그때 도매로 싸게 넘겼던 제품이 3년 유통기한이 지났으니 이제 팔 수 있겠지? 라고 생각을 했지만 왠걸요. 도매상들이 버젓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온라인상에 그대로 싼값에 파는 것이었습니다. 따져 물었더니 유통기한 지난 제품에 대해서도 식약처 규정에는 범법행위가 아니다보니 버젓이 화장품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건기식에서도 없을 수는 없겠죠. 업계에서는 이러한 유통기한, 유통 혼란을 걱정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생각이라고 보입니다.

이번엔 건강에 있어 우려하는 (1) 안전성과 (2) 효능을 살펴볼까요?

우선 안전성의 경우 결국은 보관이슈입니다. 예를 들어 건기식은 영업신고와 관리를 하는 이유는 결국 변질이 되지 않게 보관하고 유통을 하기 위해서인데, 개인이 권장하지 않은 온도에서 보관하거나, 잘못된 보관을 해 재판매를 할 경우 이 제품을 섭취한 사람의 건강에 위험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효능의 경우에는 캡슐, 정제 제품 등의 경우에는 결국 보관이 잘못될 경우 제품 자체의 효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산균의 경우 일부 제품은 냉장보관을 해야 제품의 기능성이 유지가 되는데요. 개인이 실온 보관을 한 상태에서 재판매를 할 경우 해당 제품의 기능 효과는 급격히 떨어지겠죠.

마케터의 시선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각에서 분석해 보자면, 저는 브랜드 관점에서 세 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고 싶습니다.

1. 브랜드 가치 훼손

식품, 건기식의 경우에는 영업신고와 매년 교육을 받고 비용을 지불해 영업 신고증을 갱신해야 하는데요. 식약처에서 그동안 건기식에 대한 통제를 해오다 보니, 예를 들어 건기식 제품이 편의점에 유통되기 위해서는 각 편의점에서도 건기식 유통판매에 대한 신고증이 있어야 판매가 허용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편의점에서의 유통 물량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러나 이번에 개인 간 재판매로 허용이 될 경우, 기존 판매점포당(편의점) 제약을 걸었던 경우에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개인 간 창구만 열리게 되는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오히려 도매, 소매상들이 개인 간 거래로 당근에 등장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이 부분에 대해 어쩌면 건기식 업체들은 걱정이겠지만 오히려 해당 채널을 이용하려는 고민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약간 비약적인 사례지만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과거 중국 수출을 할 때 까다롭다 보니, 개인 봇짐상이라 하는 따이공들이 제품을 소량씩 들고나가 판매했던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거래 규모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개인 간 거래, 재판매에 대해 시범으로 1년 동안 오픈한다고 하고 식약처에서는 거래 횟수, 거래금액을 제한한다고 하지만 정말 마음먹고 판매를 하려는 도소매상들이 있다면 또 다른 방법을 찾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 훼손이 될 수밖에 없죠.

왜냐면 기본적으로 정가에서 할인율을 적용해 도소매상은 브랜드사로부터 제품을 구입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10만 원짜리 홍삼세트를 구입하는데 도매상이라 1,000세트를 구매한다고 할 경우, 기업이 40% 할인을 해주어 팔았다고 합시다. 그럼 도매상은 세트당 6만 원에 구매한 뒤 2만 원 마진을 붙여 8만 원에 팔아도 이들은 이득을 확보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가 10만 원짜리를 2만 원 할인해 구입하니 역시 기분이 좋습니다. 그러나 브랜드사는 브랜드가치가 훼손되겠죠.

2. 본사의 클레임 증가로 인한 평판 리스크 증가

또한 만약 박스 단위가 아닌 개별 포장 단위로의 판매가 허용될 경우에는 (물론 지금은 식품도 불가능합니다) 제품이 정말 변질 등이 있어 개인의 건강을 해치거나, 배탈/설사 등 어떠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는 판매자에게 따질까요? 절대 아닙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제품을 제조한 브랜드 본사로 전화해 어마어마한 클레임을 합니다. 도소매상이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불만, 항의를 본사에서 받는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감합니다.

어디서 어떠한 경로로 구매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보다, “내가 이 브랜드 제품을 샀는데 이렇게 되었다”라고 항의를 하기 때문에 결국 해당하는 불만, 항의에 대해 본사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또한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되려 온라인상에서 역풍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3. 허위 과장광고의 가능성

사실 저희도 건강기능식품, 식품의 제조 판매에서 항상 고민했던 부분은 이 제품을 ‘건기식’으로 만들지 ‘식품’으로 만들지에 대한 것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현행법상 건기식으로 만들 경우 제품 표시 광고 가이드라인이 엄격히 규제돼 있기 때문에 건기식은 광고 소재, 포스터, 영상 등 광고를 하기 위한 콘텐츠를 사전에 심의필을 받아야 합니다. 즉 광고소재당 일정 비용을 내고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건기식은 그러한 점에서 사전에 검열을 하고 광고가 집행되는 구조라 보면 좋습니다.

반면 식품의 경우 광고 표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면서 이에 맞춰 광고를 집행하게 되고, 만약 광고 가이드라인에 어긋나거나 허위, 과장 광고라 판단되면 식약처가 사후적으로 적발해 처분을 내리게 됩니다. 식품은 광고를 사후 검열, 모니터링을 하는 구조라 보면 되죠. 다만, 식품은 사후 적발이기 때문에 광고 소재당 비용을 지불하는 심의필 과정은 없습니다. 그래서 브랜드사 입장에서는 건기식을 만들어 광고 소재별 비용을 지불해 제품 판매를 할 것인지, 제약된 광고 규정 하에 소재를 만들어 파는 식품을 제조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죠.

그러나, 개인 간 거래를 하게 될 경우 해당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허위, 과장된 표현이 등장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습니다. 정작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사람은 엄청난 규제 환경 속에서 판매를 하고 처벌을 받는데, 개인 간 거래에서 이 모든 허위과장, 표시광고 위반에 대해 적발을 할 수 있는 걸까요? 그리고 이들이 허위과장광고를 할 경우 식약처는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처벌을 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실 생각해 볼 문제는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거래 규모의 증가, 건기식의 개인의 재판매 허용에 대한 문제에서 확대해서 기존의 건기식 제조-유통에 대한 정책, 가이드라인도 한 번쯤 살펴봐야 하는 건 아닐까요?

* 이 글은 아샤그룹 이은영 대표님이 작성하고, 큐레터가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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