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은 늘 계절을 먼저 느낀다. 그리고 6월의 제주, 그 계절을 가장 감성적으로 보여주는 꽃은 단연 수국이다.
비에 젖은 듯 촉촉한 꽃잎, 수채화처럼 번지는 보라빛 풍경. 그 모든 풍경의 중심에는 제주 서쪽 해안가에 자리한 ‘한림공원’이 있다.
오랜 세월을 품은 정원 위에 피어난 수국은 단순한 풍경 그 이상, 잊히지 않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한림공원

1971년, 황무지에 야자수를 심으며 시작된 제주 한림공원은 어느새 연간 백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 대표적인 자연 명소로 성장했다. 그리고 해마다 6월이면, 이곳은 수국의 바다로 변신한다.
약 1,000여 본의 수국과 산수국이 정원을 가득 채우는 이 시기, 한림공원은 마치 유럽의 고성 정원처럼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채도가 높은 보라빛과 푸른빛이 어우러진 수국동산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치 화폭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수국이 둥글게 모여 피어나는 모양은 그 이름처럼 ‘물방울꽃(水毬花)’이라는 한자어를 떠올리게 한다.

한림공원의 수국은 단순히 화단에 머무르지 않는다. 야자수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수국이 양옆을 가득 채운 오솔길이 펼쳐진다.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고, 수국은 그늘 속에서도 제 빛을 잃지 않는다.
그 길 위에는 다양한 장면이 피어난다. 정원 한가운데에서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 꽃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는 아이들, 서로를 찍어주며 웃는 연인들까지.
한림공원에서 수국을 마주하는 순간들은 그 자체로 여름의 짧은 시 한 구절 같다.

제주에는 수국 명소가 여럿 있지만, 한림공원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꽃 구경’을 넘어 계절의 ‘품격’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꽃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원이 설계되어 있어, 누구든 이곳에서는 자연과 감정이 나란히 걷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공원을 가득 채운 수국뿐 아니라, 곳곳에 자리한 분재 정원, 석분 정원, 그리고 동굴 식물원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이어져 하루가 짧게 느껴질 만큼 풍성하다.

게다가 수국 시즌에는 포토존과 쉼터도 함께 운영되어, 가족 단위 여행자나 커플에게도 이상적인 여정이 된다.
일상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계절의 리듬을 따라 걷고 싶은 이들에게 딱 맞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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