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이돌까지 불똥…월드컵경기장 '불량잔디' 후폭풍
서울시, 내년부터 문화행사 그라운드석 판매제외
올림픽주경기장 리모델링으로 대형 공연장 부재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훼손을 두고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 시내 대규모 공연장 부족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보호를 위해 내년부터 콘서트 등 문화행사는 그라운드석 판매를 제외한 부분 대관만 허용할 방침이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좋지 않다는 문제 제기는 처음이 아니다. 그러다 지난달 5일 북중미월드컵 3차 예선 팔레스타인전에서 대표팀 선수들의 패스 실수가 이어지며 잔디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홈에서 할 때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감독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100%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시와 서울시설공단은 잔디를 보강하고 그라운드 컨디션을 점검하는 등 잔디 복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KFA)가 잔디 상태를 점검한 결과 빠른 시일 내 잔디 상태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오는 15일로 예정된 이라크전 장소는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치른 가수들에게 화살이 돌아갔다. 공단 홈페이지 등에서 아이유 콘서트를 취소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에 아이유 팬들은 '아이유 갤러리'를 통해 "월드컵경기장 잔디 문제는 전적으로 공단의 관리 소홀 책임"이라며 "관리를 잘못한 서울시가 사과하는 게 도리인데, 마치 아이유 콘서트 여파로 내년부터 월드컵 경기장 그라운드석 판매가 중단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유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는 공연 당일 그라운드석에 잔디보호재를 설치하고, 관객들에게 하이힐 착용 자제를 요청했다.
콘서트 대관 이후 잔디 복구 과정에서 훼손면적과 복구비용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영희 서울시의원(국민의힘·비례)이 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콘서트의 잔디 훼손면적과 원인자 복구비용은 세븐틴 1760㎡·1억8656만원, 임영웅 500㎡·5300만원으로 나타났다.
세븐틴 콘서트는 그라운드석을 판매해 경기장 전체 잔디 면적을 대부분 사용하고도 19%에 해당하는 면적만 복구했다. 임영웅 콘서트는 그라운드 전면에 걸쳐 무대 조립에 따른 훼손이 있었다.
윤 의원은 "그라운드석 판매 상황을 봤을 때 잔디 훼손 면적이 과소 추정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공단의 잔디 훼손 평가 방식이 적절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시는 당초 내년부터 문화행사 대관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팝 콘서트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서울에 관람객 2만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형 공연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그라운드석 판매 제외 조건만 붙이기로 했다.
이에 서울 시내 대형 공연장 부족 문제가 불거졌다. 최대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주경기장이 지난해 8월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가 월드컵경기장으로 공연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공사가 완료되는 2027~2031년도 잠실구장 대체 공간으로 사용돼 공연장 대관이 불가하다.
고척스카이돔은 2만여석에 불과한 데다가 야구경기 비시즌에만 대관이 가능하다. 올림픽공원 KSPO돔은 1만5000석, 2027년 준공 예정인 서울아레나는 1만8000석에 불과하다.
사실상 2031년까지 서울에서 대형 공연이 열릴 장소가 마땅치 않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는 시와 정부에 △대형 대중음악 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임시 공연장 마련 △공연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합협의체(TF) 구성 등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음공협은 "대형 공연장 부족 문제는 해외 아티스트 글로벌 투어에서 한국만 빠지는 '코리아 패싱'과 K팝 아이돌의 한국 활동 축소로 이어진다"며 "이는 막대한 경제효과가 사라지는 효과를 낳으며, 대관 전쟁에 따른 티켓 가격 상승과 암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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