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8개월 만의 '레전드 대첩', 사이그너에 남은 건 0-3 셧아웃의 상처뿐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프로당구(PBA) 왕중왕전에서 대회 최대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시즌 '월드 챔피언'이자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세미 사이그너(웰컴저축은행)가 조별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짐을 싸게 되었습니다.

사이그너는 9일 열린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제주특별자치도 PBA-LPBA 월드챔피언십 2026’ 남자부 조별리그 A조 패자전에서 팀 동료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에게 세트 스코어 0-3(8-15, 12-15, 11-15)으로 완패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의 조기 퇴장, 2연패 꿈 무너지다

지난 대회 우승자로서 2연패를 노렸던 사이그너에게 이번 제주는 '기회의 땅'이 아닌 '고난의 땅'이었습니다. 1차전에서 김종원에게 0-3으로 덜미를 잡히며 불안하게 출발했던 사이그너는, 벼랑 끝에서 만난 산체스와의 '레전드 매치'에서도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무너졌습니다. 조별리그 2패를 기록한 사이그너는 규정에 따라 16강 진출에 실패하며 대회를 일찍 마감했습니다.

‘천적’ 산체스에게 당한 셧아웃… 속수무책이었던 사이그너

사이그너는 1세트부터 산체스의 정교한 장타에 고전하며 흐름을 내줬습니다. 2세트에서 12점까지 추격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결정적인 순간 산체스의 노련함에 막혔고, 승부처였던 3세트에서는 11:11 접전 상황에서 산체스에게 끝내기 4점타를 허용하며 고개를 떨궜습니다. 지난 시즌 64강 대결에 이어 다시 한번 산체스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 뼈아팠습니다.

"전설의 대결이었지만 승부는 냉혹했다." 사이그너의 화려한 예술구도 산체스의 실리 당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판도 뒤흔든 ‘A조의 반란’… 조건휘 16강 확정

사이그너라는 거함이 침몰한 사이, A조는 요동치고 있습니다. 시즌 랭킹 32위로 '막차'를 탔던 조건휘(SK렌터카)가 산체스와 김종원을 잇달아 꺾고 2승으로 16강 진출을 먼저 확정 지었습니다. 사이그너를 집으로 보낸 산체스는 이제 10일 김종원과 16강행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운명의 최종전을 치릅니다.

흔들리는 강호들… 조재호는 기사회생

사이그너 외에도 엄상필, 강민구, 하비에르 팔라손 등 쟁쟁한 강호들이 2패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반면 1패 뒤 벼랑 끝에 몰렸던 '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는 김현우를 3-0으로 꺾고 살아남으며 11일 초클루와 16강 결정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이그너의 탈락은 왕중왕전의 수준이 얼마나 상향 평준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이 16강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탈락한 것은 당구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사이그너를 꺾은 산체스가 기세를 이어 16강에 합류할 수 있을지, 그리고 11일 열리는 조재호와 초클루의 '단두대 매치' 결과에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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