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악재 몰아친 '검은 수요일'..환율·채권시장 이틀 만에 또 '발작'
환율 장중 1442원선 급등, 2거래일 만에 연고점 경신
국고채 금리 전 구간 상승, 10년물 장중 4.426% 찍어
"안정화 조치에도 불안한 시장, 대외악재 장기화 전망"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영국발(發) 통화위기설, 러시아 가스관 누출에 더해 반토막 난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까지 각종 대외악재들이 한꺼번에 휘몰아치면서 외환, 국채 시장이 또 다시 발작을 일으켰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2원선까지 급등했고, 10년물 국채 금리가 남유럽 재정위기인 2011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로 환율은 1440원 턱밑에서 마감했고, 국고채 금리 급등세 역시 일단은 안정된 모습이지만 문제는 앞으로 대외악재가 장기화하면서 시장 충격이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바라보고 있고, 국고채 시장도 당국의 일시적 안정화 조치가 끝나면 다시 약세 흐름으로 돌아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고강도 긴축에 경기침체까지 ‘연타’…환율 1440원대 뚫렸다
28일 외환, 채권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과 국고채 금리가 모두 장중 고가 기준 연고점을 넘어섰다. 환율은 미국 달러 강세, 중국 위안화 약세폭 확대에 연동해 전일 대비 20.7원 가량 급등한 1442.2원까지 올랐다가 마감 직전 당국의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에 낙폭을 18.9원으로 낮춰 1439.9원에 마감했다. 고가, 종가 모두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1488.0원, 1440.0원) 이후 최고치다. 지난 22일 기록한 고가, 종가(1435.4원, 1431.3원)를 단 이틀 만에 갈아치우면서 연고점을 새로 썼다.
특히 이날 시장 불안을 증폭시킨 건 경기침체 이슈였다. 미국을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유럽으로 이어진 러시아의 가스관 폭발 등 소식은 에너지 대란 위험을 키웠고, 달러 강세를 용인하는 미국의 입장까지 더해지면서 경기침체, 킹달러 현상이 동시에 확대됐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아시아시장에서 114.767까지 뛰면서 20년4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백악관의 브라이언 디즈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유럽, 영국, 중국 등 특히 약한 지역들에 주는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달러 강세는 강력한 미국 경제를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강달러 현상을 용인하겠다고 시사했다.
중국의 성장률 쇼크까지 더해지면서 원화 추락 속도는 더 가팔라졌다. 세계은행이 올해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2.8%로 4월 전망치(4~5%)보다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감이 고조되자 위안화가 달러당 7.23위안대까지 치솟았다. 2008년 2월 이후 14년래 최고 수준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우리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 자체엔 문제가 없지만, 글로벌 달러 강세 상황에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 악화에 원화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지적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우리나라 펀더멘털 문제라기 보단 2016년 그랬던것 처럼 중국, 신흥국이 망가지면 원화 역시 약세 동조 현상이 심화된다”면서 “이미 상단이 뚫릴대로 뚫려 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기재부 총 5조원 규모 자금 투입…채권시장 “앞으로가 더 문제”
채권시장 반응도 격렬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점차 현실로 가까워 오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를 뚫고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5월 수준으로 회귀하자 국고채 10년물 금리 역시 4.5% 가까이 치솟았다. 장단기물 모두 급등세를 보였지만 특히 장기물 위주의 약세폭이 두드러졌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4.5%를 넘기진 않았으나,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인 2011년 4월 말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급작스러운 국고채 시장 발작에 한국은행, 기획재정부가 각각 3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과 2조원 규모의 바이백(조기상환)을 발표하면서 총 5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조치를 발표했다.
이런 영향에 국고채 장단기 금리 모두 상승폭을 10bp(1bp=0.01%포인트) 이내로 줄이면서 한 숨 돌린 모습이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29bp 오른 4.426%까지 올랐지만, 종가 기준으로는 12.4bp 오른 4.332%에 마감했다. 단기 지표 금리인 3년물 금리도 3.4bp 오른 4.338%에 그쳤다. 10년물, 3년물 모두 26일 기록한 연고점(4.548%, 4.335%)을 넘기지 않았다.
문제는 이 같은 시장안정화 조치가 단기적 안정 효과에 그칠 수 있단 점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국의 5조원 규모 안정화 조치로 다행히 채권시장의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내년까지 고강도 긴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경기 침체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대외 악재에 따른 약세 방향성을 바꿀 순 없다”고 말했다.
이윤화 (akfdl3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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