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전형적인 무자본 M&A 피해 사례"···셀피글로벌 상장 폐지 위기에 속 타는 개미투자자들

도건협 2024. 9. 2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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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M&A 세력이 회사를 인수한 뒤 상장 폐지 위기에 몰린 회사가 있습니다.

스마트카드를 제조하는 대구 지역 코스닥 상장기업 셀피글로벌인데요.

이후 소액 주주들이 주주 조합을 결성해 회사를 정상화하겠다고 나서면서 현 경영진과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개미투자자가 대부분인 소액 주주들은 상장 폐지만은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셀피글로벌 주주조합, 현 경영진 해임 시도···부결
지난 9월 3일, 셀피글로벌 임시 주주총회장 앞에서 주총장에 들어가려는 소액 주주들과 경비를 맡은 용역업체 직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셀피글로벌 주식 거래 정지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이 결성한 주주 1호 조합은 지분 25.1%를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된 뒤 이날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경영진 해임을 시도했습니다.

총발행 주식 43.5%의 주주가 참석한 가운데 98%가 찬성해 상법상 임원 해임을 위한 특별결의 요건은 채웠지만 해임에는 실패했습니다.

현 경영진이 적대적 인수합병에 의한 이사 해임 결의는 주식 총수의 100분의 80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초다수결의제' 정관 조항을 들어 부결시켰기 때문입니다.

주주 조합은 기존 주주들이 주주제안권을 행사한 것일 뿐 적대적 인수합병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사 해임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주주 조합이 경영진 해임을 시도한 이유는?···"거래 정지 후 1년 동안 경영 개선 계획·시도 없었다" 주장
주주 1호 조합 윤정엽 대표조합원은 소액주주들이 모여 현 경영진 해임을 하려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2023년 3월 21일 갑자기 거래 정지가 되었고요. 저희 주주들은 거래 재개를 기대하면서 1년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올해 2024년 3월 30일까지 어떠한 경영 개선 계획이나 실행이 없었습니다. 경영진은 상장 폐지를 막아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그건 기본 주주에 대한 의무고요. 그것을 방기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 주주들이 나서서 상장 폐지를 막아보고자 경영진 교체를 원했고 또 저희는 대표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거래소나 기타 국가기관에 저희가 대표로 갈 자격이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빨리 경영진 교체를 원했던 겁니다. 지금 현 경영진은 1년 반 동안 어떠한 조치도 실효성 있는 조치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시간만 끈다고 저희는 보는 거죠. 그래 되면 상장 폐지는 불 보듯 뻔하고요. 그럼 1만 명 넘는 주주는 하루아침에 재산권을 다 잃게 됩니다."

만 천 명에 이르는 셀피글로벌 주주는 대부분 소액 투자자들인데요.

경남 산청에 사는 소액 주주 박민주 씨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발전소에서 계약직 근로자로 일하던 박 씨는 약 2년 전 셀피글로벌이 이차전지와 애플페이 수혜주라는 얘기를 듣고 1,500만 원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무자본 M&A 세력이 회사를 인수한 뒤 이차전지 사업에 진출한다는 공시를 띄운 이후였습니다.

"뉴스에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주가지수가) 막 3천이 막 올라갔다 하고 엄청나게 그때 코로나 시점에 엄청나게 주식이 막 그렇게 붐이 일어날 때 남편이 당신도 한번 시간이 되니까 오전 근무만 하니까 주식을 한번 해봐라 권유를 받아서 하게 됐습니다. 그때는 저도 조금 여유 자금도 있었고 그래서 그렇게 투자를 해놓으면 우리도 나중에 부자가 된다는 이제 꿈을 가지고 투자를 하게 된 건데···"

하지만 이후 주가 움직임은 박 씨의 기대와 달리 흘러갔습니다.

"주가가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는 거기 때문에 그래 좀 기다려보면 이게 최소한 생각에 5천 원은 안 가겠나 5천 원에서 내려온 걸로 알고 있거든요. 5천몇백 원에서 그래서 그 고점은 또 한 번은 안 뚫겠나 하고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죠."

이후 주가는 오르락내리락하더니 778원까지 떨어졌고,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2023년 3월 21일, 외부감사인은 2022사업연도 재무제표 감사 결과 감사 범위 제한으로 인한 '감사 의견 거절'임을 공시했습니다.

이는 코스닥시장 규정에 의한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이에 따라서 주식 거래가 정지된 것입니다.

셀피글로벌은 이의신청서를 제출했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2024년 4월 11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 3월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에서 2년 연속 '감사 의견 거절'이 나왔고, 2024년 5월 셀피글로벌 측이 제출한 개선계획 이행내역서에도 감사 의견이 변경된 2022사업연도 감사보고서나 감사 의견이 적정인 2023사업연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주식 거래 정지의 원인이 된 상장폐지 사유가 '감사 의견 거절' 의견이 담긴 감사보고서 때문에 발생한 건데, 이걸 해결하지 못한 겁니다.

언제 상장이 폐지가 될 지 모르는 상황에 이르자 소액 주주들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박민주 소액주주 "회사가 살아야 거래정지가 풀려서 제 본전만이라도 1,500만 원만··· 제가 투자한 그 돈만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게끔만 좀 해주십사, 정말 너무너무 주총장에서 정말 우시는 분도 봤고요."

셀피글로벌은 어떤 회사?
여기서 셀피글로벌이 어떤 회사이고,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몰리게 됐는지 다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셀피글로벌은 대구 성서공단에 자리 잡은 스마트카드 제조업체입니다.

지난 1998년 주식회사 아이씨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2011년 아이씨케이로 사명을 변경했고, 2022년 8월 현재 사명인 셀피글로벌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 등에 신용카드를 제조해 공급하고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95%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설립 초기부터 중소기업청의 벤처기업으로 3회 연속 선정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다 2010년 코스닥에 상장까지 했습니다.

2013년에는 고용노동부의 강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년 전인 2022년, 창업주인 김 모 씨가 외식업 프랜차이즈 업체에 주식을 매각하며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새 경영진은 자회사를 만들어 이차전지 제조 등 신사업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불과 한 달 뒤 다른 회사가 외식업 프랜차이즈 업체로부터 주식을 인수해 주인이 또 바뀌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때 5천 원이 넘었던 주가가 700원대까지 떨어지더니 급기야 이듬해인 2023년 3월 주식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1년도 안 됐는데 셀피글로벌에 무슨 일 있었나?···"전형적인 무자본 M&A 피해 사례"
불과 1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소액 주주들은 전형적인 무자본 M&A 피해 사례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회사를 인수한 세력이 자기 자본이 거의 없이 대부분 빌린 돈으로 회사를 인수하다 보니 빚을 갚기 위해 허위 공시로 주가를 띄우려다가 실패하자 자회사를 설립해 횡령까지 시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취재진과 만난 한 소액주주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거기(회계 감사보고서) 보면 자회사를 통한 자금 흐름이 불투명하다 대여금이 불투명하다 선지급금이 불투명하다··· 그건 회계 기관은 횡령이라는 단어를 쓸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그런 것들이 통상적으로 횡령입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감사에서 횡령이 발생했다는 결론이 나온 적고 사법기관의 판단이 나온 적도 없다며 단지 전임 경영진의 회계감사 대응 미숙 때문에 감사 의견 거절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반박했습니다.

책임을 물어 당시 경영진을 전부 해임 또는 사임시켰다고도 했습니다.

현 경영진은 무자본 M&A 세력이 아니며, 감사 의견 거절로 거래정지가 된 이후인 2023년 3월 31일 자로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신임을 받아 선임된 경영진으로 거래정지를 초래한 전임 경영진과 인적 구성이 완전히 다르다고도 했습니다.

셀피글로벌의 운명은?···한국거래소, 9월 말 기업심사위원회 속개
셀피글로벌이 상장 폐지를 모면하려면 상장폐지 사유, 즉 '감사 의견 거절'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현 경영진은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기 위해 재감사 계약을 체결했고, 개선계획을 수립해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영 개선을 위해 원가 절감과 함께 장기 미수금을 회수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거래가 재개되도록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셀피글로벌의 운명을 결정할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지난 5월 말 회의를 열어 상장 폐지 여부를 심사했지만 결론을 내지 않고 석 달가량 개선 기간을 더 준 뒤 9월 말 회의를 속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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