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멈췄는데 해결을 못 해” 벤츠의 안일한 대응에 뿔난 차주

출고 5일 만에 멈춰버린 차
미흡한 사후 관리 서비스
소비자 권익 보호는 어디로
사진 출처 = 네이버 남차카페 '경기II범수'님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세단인 S클래스 모델에서 원인 불명의 시동 꺼짐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무려 2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모델을 출고한 지 불과 5일 만에 도로 위에서 갑자기 멈춰버린 황당한 사건으로, 차주는 차량 교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판매사 측과는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대의 차량 결함 문제를 넘어서서, 고가 수입차 시장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온 ‘레몬법’의 실효성 한계와 제조사 및 판매사의 책임 회피 문제를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특히, 고급 프리미엄 차량일수록 소비자의 기대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서비스 정책의 미흡함과 경직된 대응이 소비자 불만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주행 중 돌연 멈췄다, 원인도 모르는 고장
사진 출처 = '보배드림'

차주 A 씨는 지난 8월 21일 약 2억 원에 달하는 벤츠 S500을 인수한 기쁨도 잠시, 5일이 지난 25일 오후 12시 10분경 경기 화성시 금곡초 사거리에서 오산 방향으로 우회전하던 중 차량이 시동이 꺼진 채 갑자기 멈춰버리는 일을 겪었다. 해당 결함은 아직 뚜렷한 원인이 나오지 않았으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오류와 관련지어 추정해볼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도 유사한 시동 꺼짐 문제로 일부 벤츠 모델들이 리콜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해당 차량은 횡단보도 중간을 걸친 채로 멈춰 서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차량은 도로 한복판에 그대로 방치되었고, 후방에는 차량이 꽉 막히는 정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사고 위험뿐만 아니라 도심 교통마비까지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A 씨는 곧바로 A/S 센터에 신고했으나, 현장에 기사가 도착한 건 그로부터 4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그는 이 과정에서 고가의 차량을 판매하고도 사고 수습에 미온적인 벤츠 측의 대응에 큰 불만을 표했다.

레몬법의 현실: 유명무실한 소비자 구제 제도
해당 기사와는 무관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차주 A 씨는 차량 구매 직후 발생한 고장이니 차량 교체를 요구했지만, 벤츠 판매사 측에서 "수리해서 타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벤츠 판매사 관계자 측은 “레몬법 규정에 관해 설명했는데, 고객께서 수리해서 타라는 표현으로 잘못 이해하신 것 같다”며 “현재 차량 교환 문제를 회사 측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 씨는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차량을 다시 운행하는 것은 불안하다”라며 벤츠 측의 책임 있는 태도가 보이지 않을 시, 소송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실적으로 ‘레몬법(Lemon Law)’이라 불리는 신차 교환·환불 중재제도는 소비자에게 있어 매우 불리한 구조다. 이 법은 출고 1년 이내, 주행거리 2만 km 이내에 발생한 하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대한 하자(안전 운행과 직결되는 결함)’는 2회, ‘일반 하자’는 3회 반복되어 수리한 뒤에도 문제가 재발해야만 교환·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문제점은 중재위원회의 판정이 강제성이 없어, 제조사가 이를 거부하고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차주는 기업을 상대로 막대한 시간과 금전적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실제로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된 2019년 이후 2,000건 이상의 분쟁 접수 건 중 실제로 교환·환불로 이어진 사례는 1%도 채 되지 않는다는 통계도 존재한다. 즉, 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구제받을 확률은 매우 낮으며, 이 때문에 수많은 소비자가 지쳐서 포기하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골프채 사건’의 재조명, 10년간 달라지지 않은 현실
사진 출처 = 유튜브 '광주MBC'

이번 사건은 2015년 발생했던 ‘골프채 사건’을 다시금 회자하기에 충분하다. 당시 한 소비자는 수억 원을 호가하는 S클래스의 고성능 모델 ‘S 63 AMG’ 차량이 세 차례나 시동 꺼짐 현상을 보이자 판매사 측에 차량 교환을 요청했다. 그러나 판매사가 이를 거부하자 차주는 분을 참지 못하고 광주 서구의 벤츠 판매 전시장 앞에서 차량을 골프채로 부수는 기행을 보였다. 연식은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이번 사건과 동일 차종(S 클래스 계열)이다.

이 엽기적인 사건으로부터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신차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결함에 대한 제조사와 판매사의 책임 회피,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한계는 여전하다. 이번 A 씨의 사고 역시, 고가 차량의 품질 문제 뿐만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겪는 불안과 불만을 해소하지 못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꼬집는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