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 감독 첫 기자회견! 손흥민 이적설 놓고 기자들과 펼친 5라운드 대결

토마스 프랑크 신임 토트넘 감독이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섰다. 18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트레이닝 센터에서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역시 이슈는 손흥민 그리고 크리스티안 로메로였다. 프랑크 감독의 첫 기자회견이었지만 질문의 비중은 손흥민 쪽으로 꽤 많이 실려있었다. 40분여의 기자회견 중 손흥민 관련 질문은 5개가 나왔다. 이들의 거취가 큰 관심사라는 뜻이었다.

#기자회견 시작 전

기자회견을 취재하기 위해 가던 중 트레이닝 센터 앞에서 영국 기자를 한 명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역시나 관심은 손흥민이었다. 필자에게 한국 기자의 관점에서 손흥민의 이적 여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쉽지 않은 질문이었다. 역시 상대도 기자이기에 섣불리 말했다가 이상하게 기사로 나올 수도 있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리고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다.

"이적이라는 것이 쉽게 결정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선수와 구단 등 관계자들의 의견이 취합되어야 하죠. 모르겠어요. 여러가지 가능성이 존재하겠지요. 지켜보자고요."

기자회견장 안에서도 그동안 보아왔던 기자들과 계속 손흥민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차적으로 내린 결론은 '프랑크 감독의 멘트를 들어보자'였다.

#1라운드, 본론으로 직진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개괄적인 질문과 답이 오갔다. 토트넘 부임 소감이나 앞으로의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어 손흥민 관련 질문이 나왔다. 본론부터 훅 찔러들어갔다.

질문 : 주장 손흥민 선수와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 선수에 대한 여러 추측이 있는데, 두 선수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과 다음 시즌 이들을 중용할 계획이 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답변 : 두 선수 모두 최상급 선수입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년을 보냈고, 올여름에 마침내 그가 받아야 마땅했던 트로피를 손에 넣었어요. 팀과 클럽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존재입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월드컵 우승자이고, 유로파리그 우승자이자 코파 아메리카 우승자예요. 우리 팀에서도 정말, 정말 중요한 선수입니다.

두 선수 모두 훈련을 정말 잘해주고 있고, 훈련장에서 팀의 기준을 세워주고 있어요. 내일 경기에 두 선수 모두 출전할 예정이라 저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예상대로였다. 민감한 시기였다. 구단의, 그리고 감독의, 진의를 내비칠 이유가 없었다. 프랑크 감독은 원론적인 이야기로 피해갔다.

#2라운드, 떠보기

기자들의 마음에 들리가 없었다. 떠보기로 돌입했다.

질문 : 손흥민과 로메로 얘기로 다시 돌아가서, 두 선수와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으신가요?

보통 신임 감독이 부임하고, 선수들이 휴가에서 돌아오면 면담을 하곤 한다. 특히 손흥민 급의 베테랑 에이스, 여기에 캡틴이라면 감독과의 면담은 필수이다. 면담 여부를 물어보면 감독이 이야기하면서 정보의 파편을 얻어서 기사를 쓰겠다는 의도였다.

답변 : 제 기대는 모든 선수들이 여기 있고, 또 잘 훈련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제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그거예요.

두 선수 모두 정말 인상적입니다. 훈련장에서 기준을 세우고 있고, 아주 열심히 훈련하고 있어요.

앞서 말했듯이, 두 선수는 내일 경기에 나설 예정이고, 그건 그들이 이 팀에 있다는 강한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프랑크 감독은 넘어가지 않았다. 원론적인 답변을 한 번 더 했다. 선수들과 훈련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손흥민과 로메로를 칭찬했다.

다만 정보의 파편이 살짝 흘렸다. '훈련장에서 기준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손흥민과 로메로의 영향력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그들의 경험과 능력을 쓰겠다는 프랑크 감독의 의지가 살짝 흘러나온 듯 했다.

기자들은 다음 스텝을 밟았다.

#3라운드, 기출 변형

프랑크 감독이 흘린 정보의 파편을 가지고 기출 변형 질문이 들어갔다.

질문 : 손흥민 선수와 관련해서 여쭤보면, 캡틴 선임은 결정하셨나요?

껄끄러운 질문이었다. 캡틴 손흥민은 단순한 캡틴 이상의 존재다. 아시아인이기에 더욱 의미가 큰 측면도 있다. 캡틴 유임 여부는 손흥민의 이적설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다른 선수를 캡틴으로 임명한다면 손흥민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유임시킨다면 손흥민을 이적시키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줄 수 있었다.

답변 : 좋은 질문이에요. 아직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원론적으로 피해갔다. 그러면서 '익스큐즈'를 덧붙였다.

제가 처리해야 할 항목들이 아주 긴 목록으로 있어서, 순서에 맞게 하나씩 진행하고 있어요.

손흥민은 지난해 주장 역할을 했고, 내일 두 번의 45분 경기에서는 손흥민과 로메로가 각각 주장 역할을 맡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진 않았습니다.




#4라운드. 감독의 책임이 아니야

여기까지도 큰 멘트를 잡지 못했다. 뭔가 조금 더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했다. 기자들은 프랑크 감독에게 있을 수 있는 '책임'을 지우기로 했다. 신임 감독에게 베테랑 에이스의 거취를 결정하게하는 것은 큰 압박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질문 : 손흥민이 만약 '지금 이제 내가 떠날 때'라고 이야기한다면, 그것을 존중하실 건가요?


프랑크 감독은 잠시 고심했다. 이런 질문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답변 : 음, 제 생각에는… 그런 상황은 언제나 복잡하죠.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요. 지금 현재로서는 손흥민은 완전히 헌신적인 자세로 훈련에 임하고 있고, 내일 경기에 출전할 예정입니다.

역시 원론이었다. 그리고 책임을 수뇌부로 미뤘다.

제가 지금 ‘손흥민’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상황에 대해 말하는 겁니다. 어떤 선수가 한 클럽에 오랫동안 있었다면, 그때는 항상 클럽 차원의 결정이 필요합니다. 물론, 감독과 함께 결정권자들이 상의해야겠죠.

이번 경우에는 다니엘(레비 회장)과 요한(랭 단장)이 그 주체가 될 겁니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어느 시점에 떠나고 싶어 한다면,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상황의 핵심은 항상 클럽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5라운드, 불확실성은 계속 된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여전히 손흥민 이적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계속 될 수 밖에 없었다. 기자들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질문 : 2년전에 해리 케인도 프리시즌을 뛰다가 결국 이적했어요. 그런 상황을 마주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불확실성이 계속 되다보면 팀 전체의 운영에 영향이 갈 수 있다는 것을 짚어주었다.

프랑크 감독도 그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더 이상의 말은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계속 이 주제가 나올 것을 예상했다.

답변 : 네, 일단... 가장 중요한 건 그가 지금 여기 있다는 겁니다. 저는 지금 그것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어요. 그건 앞으로 5~6주쯤 지나면 받을 질문이 될 수도 있겠죠. 아마 다음 주쯤 또 이런 질문을 받게 될 것 같으니, 그때를 위해 답변 연습을 해두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그는 여기 있습니다.


손흥민에 대한 질문 그리고 이에 대한 두루뭉술 답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