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NCT·NMIXX … 당당하게 ‘밈’ 외치는 Z세대 아이돌
인터넷 용어를 쓰는 아이돌이 뭇매 맞던 시절은 지났다. 그들의 뮤직비디오에도, 공연에도, 일상에서도 밈이 사용되는 걸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때 음지 문화로 여겨졌던 ‘밈’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어디서 본 듯한 이 장면, 한국인 최초로 '빌보드’ 핫 100 1위를 기록한 'Dynamite’(BTS) 뮤직비디오(MV)의 일부다. MV가 공개되고 몇 분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해당 장면이 MBC '무한도전’의 노홍철 밈을 패러디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글로벌시장을 노린 곡인데 설마, 싶었지만 한 인터뷰에서 BTS가 직접 "‘무한도전’의 팬이라 촬영 리허설에서 장난스럽게 해당 밈을 따라 하다 실제 MV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K-밈(meme)의 위력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아이돌 산업에서 밈은 꾸준하게 활용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보이 그룹 NCT와 음악 밈 크리에이터 'J.E.B(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SMTOWN LIVE 2022’ 컬래버 무대가 그 예다. J.E.B는 어울리지 않는 음원을 섞어 새로운 곡을 만드는 매시업 DJ로, 피츠 앤드 더 탠트럼스의 'HandClap’과 '전국노래자랑’의 테마를 섞은 '전국 handclap 자랑’이 대표곡이다.
방송에서도 아이돌이 밈을 이용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미디쇼 'SNL 코리아’에 출연해 자신과 연관된 밈을 따라 하며 망가지는 모습은 하나의 통과의례가 됐고, MBC '라디오스타’에서도 출연진을 소개할 때 밈을 활용한다.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탄생한 밈이 콘서트와 방송국의 세계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다.
의외로 밈의 기원은 사뭇 진지하다. 밈은 1976년 출간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등장했다. 문화도 생물학의 유전자처럼 자기복제를 통해 전파된다는 것. 본래 문화의 진화 과정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용어지만, 21세기 인터넷 환경이 더해지면서 모방력·전파력이 강한 인기 웹 콘텐츠를 지칭하게 됐다.
특히 K-밈은 2000년대 '웃긴대학’이나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의 초창기 이용자가 공유하던 은어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게 아닌 대부분 기존 방송이나 영화 등 각종 콘텐츠에서 2차 가공을 거쳐 만들어졌다. 당시 '어도비 포토샵’ 등 합성 프로그램도 유행해 '엽기’ 'B급 문화’의 영향으로 이용자 사이에선 누가 더 웃기고 저속한 밈을 만드는지 일명 '드립’(부정적 의미의 즉흥적인 발언) 경쟁이 일기도 했다. 그렇게 퍼진 밈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인 Z세대에게는 모국어처럼 자리 잡았다.
아이돌을 판타지로 여겼던 과거 엔터테인먼트 산업구조에선 밈 사용이 사실상 금기시됐다. 대부분의 밈이 검증 불가한 인터넷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Z세대가 아이돌 산업에 유입되는 3세대 아이돌 시대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브이라이브’ '인스타그램 라이브’ 등을 비롯해 소통의 벽이 낮아졌고 팬과 대화를 나누는 데 있어 밈이 중요한 표현 수단이 됐다.
이처럼 밈은 더 이상 특정 사상이나 집단의 문화가 아닌 일상어로 자리 잡았다. 우리 사회가 K-밈을 하나의 현상으로 바라보고 인문학적으로 해석해볼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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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MBC 유튜브 'HYBE LABELS’ 유튜브 'SLLDLAB’ 캡처
김경수(@인문학적개소리) 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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