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 칼럼] 인공지능 주권에 대한 제언
자국 기술로 이룬 中딥시크 큰 충격
李 추진 ‘소버린AI’ 구축 핵심 주권
독자적 개발 인력·데이터 확보 필수
‘보안·윤리’ 한국 특성에 맞춰놓고
美처럼 ‘네거티브 규제’ 채택 중요

거대 언어모델 기반의 생성형 인공지능이 전 세계를 휩쓸며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음성 등 다양한 형태의 입력을 받아 순식간에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이 기술은 신문기사 작성부터 작곡, 동영상 제작에 이르기까지 그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의 효용성은 기존의 어떤 소프트웨어보다도 파급력이 크다.
예를 들어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은 대학 물리학 연습문제를 능숙하게 풀어내 더 이상 교과서 문제를 숙제로 내주는 것이 무의미해질 정도이다. 이처럼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질문하는지에 따라 그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현재 시장을 선도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대부분은 미국 기업들이 개발한 제품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딥시크(DeepSeek)가 오픈소스로 공개되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모델은 미국의 H100보다 성능이 낮은 H800 GPU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적은 개발 비용으로 상당한 성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의 개발은 소리 없는 전쟁터와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소버린 AI’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소버린 AI는 특정 국가나 공동체가 자국의 통제 아래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주권이 확보되어야 한다.
첫째, 기술 주권이다. 이는 인공지능 구동에 필수적인 컴퓨터, GPU, 전력 공급 등을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기술 주권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주권, 즉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과 알고리즘을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중국의 딥시크는 엔비디아 칩을 사용했지만 모델과 알고리즘, 인력은 자국 기술로 이루어냈기에 큰 충격을 주었다. 따라서 소버린 AI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적인 연구 개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재를 양성할 때 인공지능 관련 학과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수학, 생명과학, 공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이 필요하다. 인력양성 재원을 특정 전공에만 집중시키기보다 다양한 분야에 발현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데이터 주권이다. 인공지능 학습의 핵심은 데이터에 있다. 오픈AI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자국어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해 빠르게 기술을 발전시켰다. 우리나라도 고유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나아가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타 언어로 표현된 데이터까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의료, 교육, 산업, 사회데이터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대규모 언어모델에 바탕을 둔 생성형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각 데이터의 특성에 맞는 특화된 인공지능 개발 역시 인공지능 주권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셋째, 정책 주권이다. 이는 보안, AI 윤리, 규제 방식을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게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생성형 AI 역시 우리의 정책을 따를 때 비로소 정책 주권이 확보된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데이터 주권 보호를 위해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기술 개발을 우선시하여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단기간에 소버린 AI를 달성하려면 개발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미국과 같이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중요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개발 속도는 지수함수적으로 가속 성장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예측하여 규제할 수 없다. 첨단 기술은 규제 샌드박스를 마련하여 선 시행해 보고 사후적으로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소버린 AI가 ‘우물 안 개구리’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개발 초창기부터 세계인을 대상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재우 인하대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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