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의 씁쓸한 마침표, 무엇을 위한 ‘클라이맥스’였나?

주지훈, 하지원, 그리고 차주영까지. 이름만으로도 압도적인 ‘초호화 캐스팅’을 내세우며 화려하게 출발했던 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가 최종회 시청률 3.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남기며 종영했다. 방영 전 텐트폴 드라마로서 10%대 진입까지 점쳐졌던 기대치에 비하면, 초라하다 못해 무색한 수치다. 거대 자본과 톱스타들을 쏟아붓고도 시청자의 마음을 붙잡지 못한 채 ‘용두사미’로 끝난 이 작품의 패착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짚어본다.
장르적 쾌감 실종, 편성의 한계인가 대본의 부재인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패착은 **'정체성의 혼란'**이다. 태생적으로 19세 시청 등급을 타겟으로 한 대본이 ENA라는 플랫폼을 만나 15세 등급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극의 밀도는 급격히 낮아졌다. 치명적인 욕망과 어른들의 비정한 암투를 다루어야 할 서사가 표현의 검열에 막히다 보니, 인물들의 행동 동기는 설득력을 잃고 전개는 헐거워졌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장르물 특유의 촘촘한 두뇌 싸움보다는 자극적인 설정(동영상 유출, 살인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스타 검사 방태섭(주지훈 분)과 톱배우 추상아(하지원 분)가 서로를 이용하며 정점으로 향하는 과정은 세밀한 심리 묘사 대신 작위적인 사건들로 채워졌다. 결국 시청자가 기대했던 ‘정치적 수싸움’은 사라지고, 인물들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던져준 운명에 이끌려가는 인형처럼 느껴졌다.
이지원 감독의 연출, 장르의 본질을 놓치다

연출을 맡은 이지원 감독의 스타일 또한 극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영화 '미쓰백' 등을 통해 보여주었던 특유의 미장센과 감각적인 영상미는 여전했으나, 이는 텔레비전 드라마라는 호흡, 그리고 ‘클라이맥스’가 지향해야 했던 속도감 있는 전개와는 불협화음을 냈다.
감독은 매 장면을 지나치게 탐미적으로 그려내려 애썼으나, 정작 중요한 서사의 리듬감은 놓치고 말았다. 긴박하게 흘러가야 할 정치적 격돌 장면에서조차 과도한 슬로우 모션이나 정적인 앵글을 고집하며 극의 텐션을 스스로 갉아먹었다. 장르물의 본질인 '긴장감'보다는 '분위기'에 취한 연출은 시청자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주된 요인이었다. 결과적으로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드라마가 가진 서사의 결함(등급 조정으로 인한 개연성 부족)을 보완하기는커녕, 오히려 단점을 부각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불협화음의 정점: 차주영의 과잉된 연기와 캐릭터 해석의 실패

작품의 몰입도를 저해한 또 다른 결정적인 요소는 재계 실세 이양미를 연기한 배우 차주영의 과잉된 연기 톤이다. 전작의 성공을 의식한 탓인지, 차주영은 권력의 정점에서 판을 흔드는 포식자의 카리스마 대신 시종일관 우악스럽고 정형화된 악인 연기에 매몰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독특한 중독성을 의도한 듯한 말투와 과장된 안면 근육의 사용은 극의 전체적인 톤앤매너와 심각하게 어긋났다. 주지훈과 하지원이 절제된 감정선 안에서 묵직하게 극을 끌고 가려 할 때마다, 차주영의 널뛰는 감정 과잉은 극의 흐름을 끊어먹는 역효과를 냈다. 세련된 권력자의 암투가 아닌, 단순한 감정적 히스테리로 비친 그녀의 연기는 캐릭터의 당위성을 무너뜨렸고,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이 이양미라는 인물에 공포나 경외감을 느끼기보다 피로감을 느끼게 하는 패착이 되었다. 배우 개인의 '차력쇼'에 가까운 열연이 작품 전체의 조화와 얼마나 따로 놀 수 있는지를 보여준 아쉬운 대목이다.
배우들의 고군분투, 그러나 공허한 메아리

주지훈과 하지원의 연기는 비판의 화살을 피해 갈 만하다. 냉소적인 야망가 방태섭을 연기한 주지훈의 수트 핏만큼이나 날카로운 연기, 그리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톱스타의 광기를 보여준 하지원의 열연은 이 드라마를 지탱한 유일한 힘이었다. 하지원이 보여준 '피칠갑 엔딩'과 같은 강렬한 퍼포먼스는 왜 그녀가 '드라마 퀸'인지를 증명했다.
하지만 배우들의 호연도 구멍 난 서사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인물 간의 관계가 이해타산을 넘어선 공조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느껴져야 할 감정의 진폭이 대본의 한계로 인해 시청자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았다. 배우들은 최선을 다해 절규하고 음모를 꾸몄으나, 그들이 처한 상황 자체가 논리적으로 빈약하다 보니 그 열연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총평: 화려한 시작, 초라한 퇴장

최종회 시청률 3.9%. 월화극 1위라는 타이틀을 간신히 거머쥐긴 했으나, 이는 경쟁작들의 부재와 후광 효과에 기인한 성적표다. 권력의 최정점에 선 부부의 승리라는 결말 또한 도덕적 모호성을 남기며 시청자들에게 찝찝한 뒷맛을 남겼다.
'클라이맥스'는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기획, 장르물의 문법을 무시한 연출, 그리고 주조연 간의 밸런스 붕괴가 만들어낸 총체적 난국이었다. 화려한 캐스팅에만 기댄 채 내실을 다지지 못한 드라마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보여준 씁쓸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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