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기 좌석은 승객의 편안함과 항공사의 수익성 사이에서 큰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승객 입장에서는 당연히 좀 더 여유 있는 간격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원하지만 항공사는 그보다 한 명의 승객이라도 더 태우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에 반대의 입장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좌석의 배치에 관한 논의, 디자인 변화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비행기 인테리어 엑스포 2023’에서 ‘2층 좌석’이 주목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좌석을 2층으로 구성하는 것은 반비례 관계를 타개해 보려는 대표적인 아이디어입니다. 그리고 스페인 출신으로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학교(TU Delft)에서 공부한 누녜스 비센테(Alejandro Núñez Vicente)의 '긴 의자 이코노믹 좌석(Chaise Longue Economy Seat)'은 그 예입니다.

기내 인테리어 디자인에 있어 '오스카상'으로 비유되는 '크리스털 캐빈 어워즈(Crystal Cabin Awards)'의 2021년 시상에서 주목받은 이 객실 개념은 지난해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항공기 인테리어 박람회(Aircraft Interiors Expo, AIX)에서 보다 발전된 버전을 선보이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비행기 승객에게 가장 불편한 것은 무엇보다 다리를 뻗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좌석을 위아래 지그재그로 구성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긴 의자'의 주요 콘셉트입니다. 아랫줄에 탑승하는 승객에게는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윗줄의 승객들에게는 공간감과 함께 등받이 각도 등을 통해 편안함을 제공한다는 것.
비행기 2층 좌석 시대 올까?

비행기 좌석 디자이너 알레한드로 누네즈 비센트는 2022년 처음 2층 좌석을 공개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CNN에서는 그를 인터뷰했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2층 좌석에 탈 것인가, 말 것인가를 가지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2023년 알레한드로는 좀 더 발전한 2층 좌석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가 처음 2층 좌석 디자인을 공개했을 때" 흥미롭다"는 반응도 있지만" 폐소공포증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견해와 "항공사가 더 많은 좌석을 채우려는 의도에 부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알레한드로는 "모두 오해"라며 적극 해명하고 나섰습니다. 알레한드로는 비행기 내 모든 이코노미 좌석을 2층 좌석으로 바꾸자는 게 아닙니다. 창문 쪽 좌석은 기존 그대로 나두고 가운데 열 좌석을 2층 좌석으로 대체하자는 것입니다.

188cm의 키를 가지고 있는 본인의 경험과 좌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에 더 우선순위를 두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건설적인 피드백을 수용하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하며 현실화하는데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좌석이 지그재그로 2층으로 만들어지면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 생깁니다. 또 같은 층 바로 뒤에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좌석을 뒤로 충분히 젖힐 수 있습니다. 알레한드로는 VR 회사와 협력해 2층 좌석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홈페이지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녜스의 시도가 비행기 좌석을 2층으로 구현하는 것의 최초는 아닙니다. 장거리를 여행하는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을 위해 2층으로 된 평평한 좌석을 설계한 제퍼 에어로스페이스(Zephyr Aerospace)의 '제퍼 시트(zephyr seat)'는 이미 2018년에 임시 디자인과 특허 출원을 거쳐 2019년에 프로토타입의 실물 크기 모형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제퍼 시트의 특징은 다리를 펴고 구부리는데 용이하며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어 프라이버시 보호도 가능하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또한, 짐칸은 각 통로 끝에 만든다는 현실적인 방안을 포함하고 있고 밀도의 손실 없이 공간을 사용한다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운입니다.
여러모로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아직 실제적인 적용은 요원한 상태입니다. 파격적인 시도에 대한 항공사들의 호응이 부족하고 프로젝트와 펀딩이 지지부진한 관계로 거의 보류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음.. 밑에 앉은 사람은.. 공기도 많이 탁하고.. 먼지도 많이 떨어질거 같고... 발냄새 날거 같기도 하고... 옆에서 사다리 타고 올라가는거 걸리적 거릴거 같고.. 뭐 그럴거 같군요... 혁신을 싫어하는게 아니라 전혀 혁신적으로 보이지 않아서 싫어하는게 아닐까요" ,"다른 문젠 둘째치고 윗층에서 똥싸듯 방구 뀌면 어쩔건데. 장거리 타봐. 똥방귀 엄청 뀌어댄다. 고문이야...." ,"밑에 좌석은 반값인가요?" 등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떨고있는 항공사들' 앞으로 기내 좌석의 크기가 더 넓어지는 진짜 이유는?.

요즘은 좌석의 크기가 좁아지는 추세입니다. 항공사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좌석을 더 많이 배치하길 원하고, 이로 인해 좌석은 더욱 좁아지는 것이죠.
항공기에서 앞뒤 좌석 간 간격을 피치(pitch)라고 하는데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피치는 31~34인치 수준입니다. 그러나 국적 저비용항공사는 좀 더 좁습니다.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비행기 중 두 대(B737-900ER)는 28~30인치,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가 보유한 B737-800은 29~31인치이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저비용항공사 중에서도 피치가 넓은 편인데요. 29~32인치 정도입니다. 사람들이 돈을 좀 더 주고라도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비행기를 탄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죠.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는 이 좌석 간 간격이 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소식에 항공사들은 떨고 있다는 후문인데요. 왜 그런 것일까요?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항공기 좌석 크기의 최소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미국인들의 신체 사이즈는 커지는 반면 비행기 좌석 간격은 좁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승객들의 불만이 커지면서입니다. 일각에서는 실제 비행기 좌석이 넓어질 경우 항공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2022년 10월 1일 워싱턴포스트(WP)는 미 FAA가 항공기 승객의 안전과 건강을 고려해 비행기 좌석 크기에 대한 최소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FAA는 비행기 좌석 크기의 최저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진 않았습니다. 크기에 상관 없이 비상시 대피하는 데 90초 이상 걸리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고, 좁은 좌석으로 인한 승객의 불편은 항공사와 고객 사이의 문제일 뿐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항공업계 역시 현재 좌석 크기가 기존 FAA에서 마련한 안전 기준에 충족한다며 새 기준 마련에 반대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승객들은 좌석이 과도하게 좁아 건강과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며 불만을 표출해 왔습니다. 미카 엔드슬리 인간 요소 및 인체공학협회 대정부 관계 책임자는 "비행기가 정상 운항할 때의 안전도 중요하다"며 "좁은 좌석에 앉아 있는 것은 대피 상황은 물론 평상시에도 승객의 몸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 남성의 평균 체중은 약 90㎏, 여성은 77㎏으로 1960년대보다 각각 13.6㎏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비행기 좌석 폭은 47㎝에서 43.2㎝, 좌석 사이 앞뒤 거리는 89㎝에서 78.7㎝로 줄었습니다. 일부 항공사는 앞뒤 좌석 간격을 71㎝까지 줄이기도 했습니다 . 최대한 많은 좌석을 배치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에서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좌석 크기의 기준 제정이 항공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FAA가 좌석 크기와 간격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 시행할 경우 저가항공사를 중심으로 줄어든 좌석에 대한 매출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 항공료 인상 조치가 있을 것이란 주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