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백기사, '누가' 어떤 '조건'에 들어올까
백기사에 사모펀드 유력…출구전략 조건 관건
사모펀드 백기사와 자사주 매입 투트랙 전략
고려아연 대항 공개매수 기간이 임박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 가격을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인상하면서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1조원 이상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고려아연이 외부 자금(사모펀드)과 내부 자금(자기주식)을 활용해 공개매수에 대항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관건은 법원의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 결과와 '승자의 저주'가 일어나지 않을 만큼의 조건으로 사모펀드를 유치할 수 있느냐다.
고려아연 백기사, 대기업보단 사모펀드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항 공개매수를 준비하는 고려아연의 백기사 찾기가 막바지다. 베인캐피탈,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한화 등이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의 백기사가 되기 위해 공개매수에 필요한 예치금을 이미 국내 금융 기관에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조건도 문제다. 코너에 몰린 고려아연이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백기사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조차도 MBK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조건을 달았다.
글로벌 투자사 입장에서도 투자심의위원회 등 내부 절차를 통과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과열된 주가에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 탓에 경영권 분쟁 이후 주가가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게 될 경우 손실을 보지 않을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경영권 분쟁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승리도 끝나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단 얘기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현재 고려아연의 주가가 펌핑 된 상황에서 백기사가 그 가격으로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주식 가치 보존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배임'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의 싸움에 백기사로 본인의 돈을 쓰는 거니까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권 분쟁이 없어지고, 주가가 얼마 이하로 낮아지면 우리(고려아연)가 특정 가격에 사주겠다는 약정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기업이 고려아연 백기사로 나서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 기업이 고려아연의 주요주주가 될 경우 상법의 신용공여 금지에 따라 돈을 대여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 고려아연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고려아연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한다면, 순환출자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제22조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들 간의 계열회사 간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자산이 10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있으며,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받는다.
한화그룹의 지주사인 ㈜한화는 자사주 교환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7.25%를 갖고 있고, 한화임팩트 등 한화 계열사는 증자에 참여해 고려아연의 지분 6.88%를 인수한 상황이다. 여기에서 추가로 주식을 인수할 경우,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려아연이 한화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화 계열사가 고려아연 지분을 인수하게 될 경우, 양사가 서로의 지분을 보유하는 순환적 지배 구조가 형성될 수 있어서다.
자사주에 달린 경영권 분쟁 향배
고려아연이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백기사를 유치하기 위해선 자사주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상황이다. 내부 현금을 활용해 우호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사모펀드 등 외부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조건도 유리해질 수 있어서다.
지난 19일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진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은 이르면 이날 중에 결론날 예정이다.
법원이 고려아연과 영풍이 서로 등을 돌렸다고 판단하면, 고려아연은 보유 현금을 최대한 활용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게 된다. 자사주를 제3자에게 팔아 백기사를 세울 수 있어서다. 반면 법원이 두 회사가 여전히 '특수관계'에 있다면 판단하면, 고려아연은 자사주를 매입할 수 없게 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MBK·영풍이 과반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어떻게든 경영권을 방어하고 사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양측 다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최지훈 (jhcho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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