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시대’ 나미꼬 이세은, 두 딸 육아하며 이어가는 일상

2000년대 초반 신드롬을 일으켰던 대작 드라마 속에서 단아하고 도도한 매력으로 전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명배우가 있다. 2002년 SBS 대하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주인공 김두한(안재모 분)을 연모하던 일본 여성 '나미꼬' 역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각인시켰던 배우 이세은이다. 방영 당시 인형 같은 이목구비와 특유의 세련된 분위기로 스타덤에 올랐던 그는 이제 두 아이를 둔 엄마로서 치열하면서도 따뜻한 일상을 채워가고 있다.

1999년 MBC 28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첫발을 디딘 이세은은 '야인시대'의 대성공 이후에도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MBC '대장금'에서는 장금과 대립하는 의녀 열이 역을 맡아 서늘한 악역 연기를 완벽히 소화했고, KBS2 '보디가드', SBS '연개소문', KBS1 '근초고왕' 등 현대극과 정통 사극을 유려하게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화려한 외모 뒤에 감춰진 탄탄한 발성과 안정적인 대사 전달력은 작품마다 극의 완성도를 탄탄하게 지탱했다.

승승장구하던 그가 연기 활동의 호흡을 잠시 고른 것은 인생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면서부터였다. 지난 2015년 3살 연하의 금융업계 종사자와 백년가약을 맺은 이세은은 이후 가정을 꾸리고 출산과 육아에 전념하며 긴 공백기를 가졌다.
2016년 첫째 딸을 품에 안은 데 이어 둘째 딸을 출산하며 슬하에 두 딸을 둔 어머니가 된 그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하고 아이들의 성장을 묵묵히 곁에서 지켜보는 삶을 선택했다.
공백기 동안 겪은 육아의 시간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세은은 자신의 SNS와 방송 등을 통해 장난감과 빨랫감이 가득한 일상을 숨김없이 보여주며 "우당탕탕 난리도 아닌 우리 집"이라는 유쾌한 고백과 함께 현실적인 '독박 육아'의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여배우라는 화려한 껍데기를 내려놓고 아이들의 밥을 챙기고 놀아주는 여느 평범한 부모의 땀방울이 그의 일상을 묵직하게 채워나갔다.
놀라운 것은 두 아이를 키워내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20여 년 전 '나미꼬' 시절의 미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40대 중반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고 투명한 피부와 군살 없는 비주얼은 대중의 감탄을 자아내며 '방부제 미모'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팬들에게 정기적인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생활 속 건강 팁을 공유하는 등 따뜻한 소통을 이어가는 모습 역시 대중의 큰 호감을 사고 있다.
가족에 헌신하는 동안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의 불씨는 결코 꺼지지 않았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 '무엇이든 물어보살' 등에 출연해 "결혼과 육아를 겪으며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감수성이 한층 더 깊어졌다"며 "배역의 크기나 주인공 여부에 연연하지 않고 단단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면 언제든 도전하고 싶다"는 진솔한 속내를 드러내 박수를 받았다. 실제로 독립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등에 출연하며 조심스럽게 스크린 복귀의 시동을 걸기도 했다.
치열했던 청춘의 전성기를 지나 이제는 성숙한 어른이자 든든한 어머니로서 삶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배우 이세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찬란한 캐릭터의 기억을 품은 채,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일상을 살아내는 그의 소탈한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엄마로서 쌓아 올린 삶의 깊이가 훗날 배우로서의 복귀작에서 어떤 농익은 울림으로 피어날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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