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서 다가구 주택 '기획 부동산 사기' 의혹…피해자 수백명 넘을 듯

경북 구미시청. 매일신문DB

경북 구미에서 건축주·부동산 중개인 간 짬짜미를 통해 '기획부동산 사기'가 벌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동산 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끼고 다가구 주택(원룸)을 매입, 리모델링해 세를 주는 과정에서 대리 명의인(바지사장)을 내세워 명의신탁·거짓가격 신고 등을 한 정황이 포착돼서다.

30일 구미시 등에 따르면 최근 이 같은 신고가 구미시와 구미시의회에 각각 접수됐다. 접수된 내용은 건축주가 바지사장을 세워 세입자의 전세금(보증금)과 일부 대출로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 한 뒤 매수자에게 보증금 반환을 약속하고 매도했지만 이 같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축주·부동산 중개인은 '소액 투자로 다가구 건물 매수가 가능하다'는 광고를 통해 매수자들을 모았으나, 매도 후에는 보증금 반환 책임을 회피해 왔다.

관련 업계에선 이 같은 수법에 대해 '빙산의 일각'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건물 감정평가액을 올리기 위해서 서류를 조작해 전세 대출을 받고, 세입자들의 보증금과 대출금 등으로 다가구 주택을 매입하는 수법"이라면서 "매입 후에는 양도세 공제(연 1회 250만원)를 위해 지인 등 타인 명의로 세를 주기도 한다. 이 같은 수법이면 자기 자본이 없어도 다가구 주택을 매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조폭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 등도 홍보에 이용했고, 2년 간 70채 이상의 건물을 매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말에 다가구 주택을 매입한 매수자들은 매도자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반면, 세입자들은 기약 없이 전세 보증금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들이 다가구건물 매도에 앞서, 소액투자자를 현혹시키기 위해 지인을 전세 세입자로 둔갑시켰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된 피고발인은 건축주 1명과 공인중개사 사무소 4곳 등 총 5명이다. 경찰은 지난달 관련 고발장을 접수,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구미시는 접수된 민원을 토대로 명의신탁과 거짓가격 신고에 대한 의심정황을 인지, 부동산 거래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명의신탁 여부(실명법 위반), 거짓가격 신고여부(부동산 거래 신고법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초과수수료 지급 및 이중계약서 작성) 등 여부다.

현행법에는 부동산 가격을 거짓으로 신고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또 명의신탁 등 실명법을 위반하면 부동산 평가액의 최고 30% 과징금이 부과된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상한을 초과하는 수수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업무정지 6개월이나 등록 취소 등 행정처분에 처한다.

현재 구미시가 진행 중인 조사 대상 계약건수는 133건, 통지대상 195건, 소명자료제출 403건 등에 달한다. 소명자료 제출 건수만 400건이 넘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피해자가 수백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구미시 관계자는 "수백 건의 자료 검토, 진술 등 여부를 다 따져봐야 한다.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며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주무부서에 인력을 늘여 정밀조사에 나서고 있다. 경찰, 세무서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진상을 밝혀내 문제가 있으면 행정 처분하겠다"고 했다.

이영광 기자 kwang6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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