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두 개가 끝? 한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의 부실함
일본 마이니치신문·한국 헤럴드경제, 질문기회 한 번씩 얻어
한일 정상, 강제동원 피해자 언급 없이 '구상권 청구 없을 것'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16일 한일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공동기자회견은 양국 기자별로 한 번씩 질문을 하는 데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6시34분께 일본 총리실 1층 기자회견장에서 한일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일 공동기자회견은 12년 만에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기자회견은 양국 정상의 모두 발언과 약 12분간의 기자 질의응답을 포함해 28분가량, 두 개 질문에 양국 정상이 각각 답하는 것으로 끝났다.
기자회견은 기자들이 손을 들면 사회자가 질문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첫 번째 질문 기회를 얻은 일본 마이니치 신문 기자는 한국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관련해 “한국 재단이 일본의 기업을 대신해 배상 상당액을 변제한다는 것에 대해서 (일본정부에) 상당액의 반환을 원하는 구상권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총리와 대통령께서 구상권 추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가”라고 물었다. 기시다 총리에겐 양국 정상이 서로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외교' 복원의 의미와 총리의 방한 시기를 추가적으로 물었다.
구상권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님의 강력한 리더십 하에 이번에 한국의 재단이 판결금 등을 지급하는 조치가 발표된 바 있다고 알고 있다. 이번 조치의 취지를 감안하여 구상권의 행사에 대해서는 상정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우리 정부는 구상권 행사라는 것은 이 판결 해법을 발표한 취지와 관련해서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 정부는 65년도 협정과 관련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를 정부의 재정으로써 처리를 했다. 그러나 2018년에 그동안 정부의 입장과 또 정부의 65년 협정 해석과 다른 내용의 판결이 선고가 됐다”며 “우리 정부는 이것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한국 정부가 이 협정에 대해서 해석해 온 일관된 태도와 이 판결을 조화롭게 해석해서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고, 발전시켜야 된다는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기금에 의한 3자 변제안을 판결 해법으로써 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질문 기회는 한국의 순방 취재진 중 헤럴드경제 기자에게 돌아갔다. 이 기자는 “평소 대통령께서는 국익을 많이 강조해 오셨다. 최근에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고 결단을 내리신 것도, 오늘 이렇게 정상회담을 하신 것도 모두 국익과 부합한 판단이라고 알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번 회담 결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국익은 무엇이고, 그 국익이 국민들을 만족시킬 만한 수준이라고 보시는지 말씀 여쭙는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에겐 “한국의 노력에 비해 일본 측의 호응 조치가 부족하다는 한국 내 여론이 많다. 이를 호전시키기 위해 총리께서 직접 하시거나 혹은 윤석열 대통령께 제안하고 싶으신 것이 있는지 답변을 부탁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한국의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라며 “이번 해법 발표로 인해서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고 발전한다면 먼저 양국의 안보 위기 문제가 거기에 대응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저도 조금 전 정상회담에서 지소미아(GSOMIA)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 그래서 북핵 미사일의 발사와 항적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반도체 3개 수출 품목에 대한 규제 해제 조치 등 산업 발전에서의 양국간 보완, 양국 국민의 문화·예술·학술 교류 등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2018년 대법원 판결에 의해서 사실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서 평가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양국에서 자주 공조하고, 하나하나 구체적인 결과를 내고자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사이에서 개인적인 신뢰 관계를 확인하고 긴밀히 의사소통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후속 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에선 강제동원 배상안과 양국간 협력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확인된 것은 한일 정상이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을 '과거 협정에 배치되는 판단'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참여는 거론되지 않았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는커녕 피해자들의 구상권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일본 총리와 한국 대통령이 재확인한 자리였다.
양국 정상 답변에 대한 추가 질문 기회는 없었다. 사회자는 기자회견 종료를 알리면서 “기자 여러분은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께서 자리를 떠나실 때까지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고 박수를 권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당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됐던 한미 공동기자회견보다도 부실했다. 당시 사회를 맡은 강인선 대변인(현 해외홍보비서관)은 한국·미국 기자들에게 번갈아 질문 기회를 부여하면서, 자국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나씩 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에 미국 기자들이 추가 질문을 요청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질문은 하나만 할 수 있다”고 웃으며 농담을 던진 바 있다. 이번 한일 공동 기자회견에선 한미 공동기자회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질의응답이 이뤄진 셈이다.
현재 생존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3명은 일본 기업의 참여 없는 윤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반대하고 있다. 피해자 양금덕씨는 고인이 된 피해자 1명의 유족 6명과 함께 15일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을 추심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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