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창작의 샘 솟구쳐, 새벽 5시에 작업"
100호 넘는 대작만 20점
내달 30일까지 UHM 전시
"완전한 자유를 얻으니 오히려 30대 때보다 작업량이 더 많아졌습니다. 최근에도 200~300호 대작 캔버스를 대량 주문했어요."
서울대 교수 정년퇴임 후 지난 5년간 전업 작가로 살아온 김병종 화백(69)이 대작으로 가득 찬 개인전을 4월 30일까지 열고 있다. 서울 후암동 갤러리 U.H.M. 개관 17주년 기념 초대전에 총 40점을 펼쳤다. 200호 크기 '화홍산수'와 '풍죽', '송화분분'을 포함해 100호 이상 대작만 무려 20점이다.
특히 150호 작품 '생명의노래-12세의 자화상'(2021)은 노란 송홧가루가 날리는 광경에 취한 소년이 벌거벗은 채 누워 있다. 흩날리는 암수 꽃가루 사이에서 완전한 자유를 상징한다. 지난해 서초 사랑의교회 지하에 펼쳐 화제가 된, 가로 55m 길이 대형 회화 '송화분분'과도 연결된다.
김 화백은 "열두 살 무렵 황홀한 자연 속에서 첨벙대던 어린 시절 기억이 요즘 더욱 선명해졌다"며 "넘치는 창작열을 불태우기 위해 매일 새벽 5시께 작업실로 나서고 공복에 맑은 정신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강렬한 유년 기억은 생명을 잉태한 회화로 거듭났다. 근작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도 넘나든다. 특히 '생명의 노래' 연작은 따스하면서도 밝은 에너지가 충만해 인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그림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는 '간증' 편지를 받을 때마다 애써 외면했지만, 본인 그림이 긍정적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점이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작은 소도시에서 자연을 벗 삼아 성장한 그는 "그림과 첫사랑처럼 만났다"며 "이처럼 순정을 바치는 작가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김 화백은 큰 스승들을 잃고 손주를 안으며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가 더욱 깊어졌다. 최고의 동양미학자로 우러러본 서세옥 선생이 2020년 떠났고, 생명의 노래 시리즈를 "작가가 생명의 바다에 뛰어들어 생명의 미립자들과 하나로 흘러가는 작품들"이라고 극찬했던 이어령 선생도 지난해 타계했다.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일찍 서울대 미대 교수가 된 그는 1993년 프랑스 파리 FIAC아트페어에 참여하는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예술세계로 주목받았다. 닥종이와 돌가루 등으로 분청사기나 돌담벽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부조 회화 등 40년 이상 재료실험을 계속해 왔다. 대중적 인기가 높아 흔해진 이미지지만, 실물로 봐야 다채로운 질감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김 화백은 고향 남원에 작품 440여 점과 서적 3000권을 기증해 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을 완성했다. 어린 시절 그림이라곤 극장 간판 그림 정도만 볼 정도로 척박한 문화에서 자랐던 만큼 동향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 개관 후 지난해까지 5년간 55만명이 방문했고, 한국관광공사 주관 '관광 명소 100선'에 뽑히며 전국구 명소로 거듭났다. 앞으로 2, 3관까지 확충해 더 많은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지난해 런던 사치갤러리 전시에 이어서 올해도 해외 전시를 준비 중이다. 작년 한 해만 무려 5권의 책을 펴낼 만큼 글쓰기 열정도 여전하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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