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최고 신용등급’ 상실한 까닭은? [Vault@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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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이 국내 최고 신용등급 타이틀을 잃게 됐다. 소비자금융의 단계적 철수 여파로 시장 지위가 약화하고 수익성 저하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29일 한국기업평가는 한국씨티은행의 무보증 사채 신용등급을 'A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4월에도 한국씨티은행의 신용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꾸며 등급 강등 가능성을 내비쳤다.
신용등급 체계에서 AA+는 채무상환 능력이 높지만 AAA와 비교하면 안정성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쉽게 말해 과거와 비교해 빚이 늘고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빚을 갚을 능력이 저하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가장 높은 등급인 AAA 다음 등급이지만 현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대다수의 은행이 신용등급 AA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등급이다.
소비자금융 철폐...여신 중심 시장지위 약화 추세
한국기업평가는 소비자금융의 단계적 폐지에 따른 고객 감소로 시장지위 약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한국씨티은행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익 중 소비자금융의 비중이 42%에 달하는데, 폐지 절차를 밟게 되면서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21년 10월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 결정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소비자금융 신규 영업을 중단했다. 대상은 여신 및 수신, 카드, 펀드, 방카슈랑스 등 소비자금융사업부문 전체로, 모기업 미국 씨티그룹의 사업 전략 재편에 따른 조치였다.
특히, 크레딧 업계는 여신 사업의 50%대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가계여신 사업 철폐가 씨티은행의 시장지위 약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씨티은행의 가계여신 규모는 13조4190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소비자금융의 단계적 축소 과정을 거치며 가계여신규모는 2022년8조7250억원으로 급격히 쪼그라 들었다. 지난 3월 기준 가계여신 규모는 7조8830억원으로, 총여신 규모의 52.1%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의 총여신 규모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씨티은행의 지난 3월 말 기준 총여신 규모는 2021년 말(24조원) 대비 35.9% 줄어든 15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결국 2021년 말 1.6%를 기록했던 총여신점유율도 지난 3월 기준 1%를 하회한 0.6% 수준이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사업 부문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하면서 고객 이탈에 따라 고객기반 및 여수신 기반 약화가 이어질 전망“이라면서 ”이에 따라 은행산업의 핵심 영역인 여수신 부문의 경쟁력 저하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리 유지 추세·당국 압박... 수익성 감소 전망
소매금융 철수 외에도 수익성 전망이 밝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기평은 기준금리가 최근 유지 추세에 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예금대출금리 안정화 주문 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NIM(순이자마진)은 줄어들어 영업이익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NIM이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자산운용으로 발생한 수익에서 자금조달비용을 차감한 후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기관의 수익창출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된다. 전체 이자부분의 수익성을 측정한 만큼 해당 금융사의 순수한 이자마진을 뜻한다.
다만,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 확대로 1460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한 상황이다. 지난해 이자이익은 8520억원으로 전년 7880억원 대비 8.1% 증가했다.
아울러 소매금융 철폐로 판매관리비용 절감 효과도 거뒀다. 지난해 ROA(총자산이익률)가 0.7%로 전년 동기 0.3% 대비 개선세를 보이면서다. ROA는 당기순이익을 자산총액으로 나눠 계산한 수치로, 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를 나타낸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 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기업금융 수익성 강화 '관건'
씨티은행의 신용등급 회복을 위해서는 기업금융 부문의 강화를 통해 수익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씨티은행의 기업금융 사업은 기업 고객에 대한 여신, 수신, 수출입, 신용카드 업무, 유가증권 및 파생상품 운용업무 등을 포괄한다.
현재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 중인 씨티은행은 지난해 말 기업금융에서 2374억원의 순익을 거둬들였다. 2021년 당시 해당 사업 부문에서 1319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한 점을 감안하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도 성장세에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 1분기 말 기업금융에서 1239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동 사업 부문에서 지난해 같은기간 533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한 점을 감안하면 두 배 넘게 순익이 증가했다.
앞으로도 씨티은행은 모기업 씨티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기업 등을 중심으로 금융상품 판매, 자금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지난 1분기 말 기업금융에서 전년 대비 112 % 증가한 순익을 시현하는 등 전략적 사업 재편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대형 글로벌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집중적으로 투자해 한국 시장에서 견고한 성장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업평가는 수익성 개선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경률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수수료 수익을 중심으로 수익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지, 전반적인 수익성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개선되고 있는 지 여부 등에 대해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