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내년 공시가격 산정 착수…강남 보유세 30∼40% 오르나

서미숙 2024. 10. 2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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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3구·마용성 등 서울 인기지역 아파트값 급등…공시가·보유세 상승 전망
작년 내렸던 수도권 빌라도 올해 가격 올라…지방은 집값 하락 '양극화' 심화
대출 규제로 시장 '변곡점'…4분기 집값 하락·공시가격 균형성 제고 등이 변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폐기하고, 새로운 합리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부동산원의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 작업이 이달부터 시작되면서 내년 보유세 변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인위적으로 현실화율을 높이지 않고 집값 변동을 기초로 공시가격을 산정한다는 계획이어서 과거처럼 집값 상승분 이상으로 공시가격이 오르진 않겠지만 올해 집값 상승폭이 컸던 서울 강남 등지는 보유세가 올해보다 30∼40% 이상 뛰는 곳도 나올 전망이다.

9개월 만에 하락한 주택가격전망지수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지난달 가계대출 관리 강화의 영향으로 주택가격전망지수가 9개월 만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6으로 9월보다 3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 9월 119로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추세가 꺾였다. 이 지수는 1년 후 주택가격에 대한 소비자 전망을 반영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2024.10.23 uwg806@yna.co.kr

연내 현실화율 로드맵 폐기 '난망'…현실화율 2020년 회귀, 균형성 제고는?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2일 공시가격 현실화율(주택가격 대비 공시가격 비율) 로드맵 폐기와 새로운 가격 산정 방식을 담은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무리한 현실화율 상향 계획을 없애고 집값 변동에 따라 공시가격을 산정하되 지역별, 가격별, 유형별로 벌어진 균형성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달 말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했다.

새 개편안을 내년도 공시가격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올해 안에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화 계획을 만든 더불어민주당이 로드맵 폐기에 부정적이어서 단기간 내 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이 경우 정부는 11월 중으로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담은 대안을 내놔야 한다.

현재로선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처럼 다시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이번 정상화 계획에서 밝힌 균형성 제고 여부다.

현재 아파트·연립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2020년 현실화율은 평균 69%이나 그간 고가주택 위주로 시세반영률을 높이면서 가격대별 격차가 남아 있다. 로드맵 수립 당시 2020년 현실화율은 9억원 이하와 9억∼15억원 이하가 각각 68.1%, 69.2%인 반면 15억원 초과는 75.3%로 크게 높다.

가격대별 격차를 좁히려면 저가주택의 현실화율을 지금보다 높이거나 반대로 고가주택의 현실화율을 중저가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저가주택은 시세 상승률 이상으로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급등할 수 있고, 반대로 고가주택은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도 현실화율 하향으로 공시가격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평가업계는 "정부가 균형성 제고를 하더라도 당장 무리하게 격차를 좁히기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조정해나갈 것"이라며 "1주택자의 세부담을 줄여주려는 현 정부 정책 기조상 당장은 고가주택의 현실화율을 낮추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서울의 한 중개업소 매물판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남·북 등 가격 편차 클 듯…집값 '변곡점', 4분기 가격 하락 변수

한국부동산원이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에 착수했지만 최근 주택시장이 변곡점에 놓이면서 가격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여름까지 상승세를 보이다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과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인상 등 금융규제가 확대되면서 실거래가 하락 단지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1∼8월 누적 8.04% 올랐지만 9월 전망지수는 0.47% 하락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서울 아파트 9월 거래량은(계약일 기준) 23일 현재 2천807건이 신고돼 전월(6천300건) 대비 반토막이 났고, 10월은 9월보다 더 줄면서 실거래가 하락 단지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매수세가 감소하면서 기존 계약보다 싼 매물 위주로 팔리는 곳이 많다는 얘기다.

부동산원의 월간 주택가격동향 조사에서도 서울 아파트값은 8월에 1.27% 올라 연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뒤 9월 들어 0.79%로 오름폭이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시장 분위기와 유사한 양상이다. 작년에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9월까지 13.13% 상승했으나, 10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연말 누적 상승률이 10.02%로 축소됐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내년 1월 1일자 기준으로 3월에 공개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시장 상황을 계속 지켜보면서 최종 공시가를 산정하게 된다"며 "집값 등락이 클 경우 올해 말∼내년 초 변동폭까지 공시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균형성 제고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내년 공시가격은 올해처럼 지역별, 금액대별로 상승폭 격차가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올해 1월 1일자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은 3.25%(전국은 1.52%)였다. 그러나 강남을 비롯한 인기 지역의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15∼20% 이상 오른 곳이 수두룩했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 59.99㎡는 올해 공시가격이 12억3천800만원으로 작년 대비 24.2% 올랐고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9차 전용 111.38㎡는 올해 공시가격이 27억2천400만원으로 작년보다 16.8% 상승했다.

반면 노원구 상계동 주공5단지 전용 31.98㎡는 올해 3억1천200만원으로 작년보다 15% 가까이 하락했고, 전세사기 직격탄을 맞은 강서구 화곡동의 소형 빌라(연립·다세대)들은 공시가격이 2∼3% 이상 떨어졌다.

내년에도 올해 집값이 약세를 보인 지방은 공시가격이 하락하는 곳이 많겠지만 신고가 행진을 이어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지는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크게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수도권의 연립·다세대주택도 아파트 못지않게 가격이 오른 만큼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상승하는 곳이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의 연립·다세대주택 실거래가 지수는 지난해 연간 0.41% 오르는 데 그쳤으나 올해는 8월까지 누적 6.16% 상승했다.

서울 빌라 밀집지역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파트값 안 내리면 강남 보유세 30∼4% 뛰는 곳도…공정시장가액비율 변수

그렇다면 내년도 보유세는 어떻게 될까.

일단 4분기 집값 변동이 크지 않다고 가정하면 현재까지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강남 등 고가아파트 단지는 보유세 부담도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가 신한은행 우병탁 부동산전문위원에 의뢰해 보유세 변화를 분석한 결과 현 시세 기준으로 강남권 고가아파트의 보유세는 올해보다 30∼40%까지 오르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측됐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93㎡는 최근 실거래가가 40억∼43억원 선이다.

이 아파트의 올해 1월 공시가격은 23억7천600만원이었으나 현 시세에서 2020년 현실화율 75.3%를 적용하면 내년도 공시가격은 31억∼31억6천만원 선으로 올해보다 26∼33%가량 오르게 된다.

이 경우 내년도 종합부동산세를 합한 보유세(1주택자 기준)는 총 1억3천200만∼1억3천800만원대로 올해보다 38∼44%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면적 82.61㎡는 현재 실거래가가 30억∼31억원 선이며 현재 시장에 매물은 32억∼34억원에 나와 있다.

이 아파트의 적정 시세를 3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내년도 공시가격은 올해보다 14.6% 오른 22억6천만원 선이 되고, 내년 보유세는 791만원으로 올해보다 36%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강북에도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폭이 컸던 곳은 내년 보유세 부담이 20% 이상 증가하는 곳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5.6㎡는 현재 실거래가가 평균 19억원 선으로 내년 공시가격은 올해보다 23%가량 오른 14억3천700만원, 보유세는 올해보다 29%가량 상승한 308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 종부세는 정부가 과세 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환원하지 않고 올해처럼 60%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계산한 것이다.

관건은 4분기 집값 향배다. 앞으로 거래 침체로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공시가격도 예상보다 낮아지고, 보유세 부담도 이보다 줄어든다. 여기에 정부가 균형성 제고를 위해 고가주택의 현실화율을 2020년보다 낮출 경우 서울 요지의 공시가격과 보유세는 더 낮아진다.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은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올해 아파트값이 작년보다 떨어진 곳이 많은 지방은 공시가격 하락과 함께 보유세 부담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산세 관련 또 다른 변수는 내년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이다.

정부는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 과표구간별 세율을 0.05%포인트씩 인하해주는 세율 특례를 2026년까지 연장하고,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주택가액에 따라 43∼45%로 낮췄다.

내년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얼마로 할지는 미정이다. 행정안전부는 내년 공시가격 변동에 따라 내년 3∼4월께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확정할 방침이다.

우병탁 부동산전문위원은 "내년 공시가격과 보유세는 연말까지 집값 하락 여부와 현실화율·균형성 제고 수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지방이나 서울 외곽 등 공시가격 하락 지역은 보유세 부담도 줄겠지만, 가격 상승폭이 큰 지역은 정부의 보유세 감면 정책에도 불구하고 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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