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마이산 탑사 정화수에 하늘로 솟은 역고드름 맺혔다
전북 진안의 마이산 탑사에서 기도를 위해 떠 놓은 정화수 그릇에 소위 ‘역(逆)고드름’이 만들어졌다.
26일 진안군 등에 따르면, 최근 기온이 영하 17도를 밑도는 한파가 이어지면서 탑사는 정화수 그릇 곳곳에서 7~10cm가량의 역고드름이 자라났다. 탑사 측이 제공한 사진을 보면, 물이 밑으로 흐르다가 얼어붙어 아래로 공중에 길게 매달리는 얼음인 일반적인 의미의 고드름과는 달리 하늘로 솟은 모양의 고드름이 보인다.
역고드름은 사전에 등재된 단어는 아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거꾸로 자라나는 고드름 현상을 두고 사용하는 표현이 조금씩 다르다. ‘역성장 고드름’ ‘솟는 고드름’ 등이다. ‘오르는 얼음’이라는 뜻의 ‘승빙(乘氷)’이라는 단어도 같은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1928년 원불교 회보에 마이산 역고드름 현상을 적은 글이 역고드름 관련 국내 첫 기록이다. “마이산에서 청수를 떠 놓고 기도를 드리면 물이 거꾸로 올라와서 얼음이 되어 불체(佛體)로 화한다”는 내용이다. 탑사와 같은 산에 있는 은수사 수행승(修行僧) 혜수(惠修)도 1967년 관련 기록을 남겼다. 청정수를 다기에 담아뒀는데 다음 날 아침, 15cm쯤 솟아오른 역고드름을 확인했다는 수기를 적었다. 이는 관련‘은수사의 미스터리’로 세상에 소개돼 왔다.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명예교수는 과거 언론 기고 칼럼에서 역고드름 현상의 원리를 설명하는 글을 기고했다. 찬 공기가 그릇 표면과 수면을 얼리는데, 이때 채 얼지 않은 중앙 부분에 일종의 ‘숨구멍’이 생긴다. 내부에 있는 얼지 않은 물은 점점 차가워져 부피가 늘어난다. 그 뒤 내부 물은 이 ‘숨구멍’으로 밀어 올려지고, 얼음 기둥은 계속해서 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의 변희룡 교수팀은 2003년 12월 마이산 일대에서 ‘승빙’ 실험을 한 뒤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승빙 현상은 마이산에서만 나타나는 불가사의한 현상이거나 허구가 아니라, 아무 곳에서나 조건이 맞으면 형성될 수 있는 자연현상이다.” 마이산 탑사 관계자는 “혹한이 닥치는 겨울에도 신비한 역고드름을 보기 위한 탐방객들로 붐빈다”며 “추운 겨울이 지나가기 전에 꼭 한번 들러서 역고드름을 보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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