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집단 성폭행 댓글 고소 건 진술서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불송치' 결과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래 글은 경찰서 조사를 받고 조서(?) 마지막에 첨부한 내용 입니다.

첨부할 내용은 경찰서에 출두하기 전에 미리 작성해두었고, 밀양 사건 당시 가슴에 와 닿았던 보배 회원님의 게시글이나 댓글을 일부 차용해서 작성을 했습니다.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진술서

 

밀양 사건 가해자로부터 '모욕'으로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고소 내용을 검토했습니다. 고소인이 주장하듯 저는 '보배드림 가입자'가 맞고, 게시글 작성이나 댓글 작성을 통해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고소인이 작성한 원글이 삭제되어 있기에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삭제하기 전에 제3자가 미리 캡처, 복원한 복원 게시글(펑복글)에 댓글을 단 것 같습니다.

 

고소인의 고소장에서도 위와 같은 상황(펑복글에 단 댓글)이 설명되어 있고, 모욕을 느꼈다고 주장하는 댓글 내용에 "어이, 자산가 씨. 혀가 참 길어요" "너에게는 아직 벌이 하나 더 남았다. 천벌"이라는 댓글 일부분을 적시했는데, 현재는 원 게시글과 펑복글 모두 삭제되어 있어 검색이 안 되기에 제가 작성한 정확한 댓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이지만, 다행스럽게도 당시 펑복글에 달린 댓글들을 캡처해 둔 분이 계셔서 그분께 자료를 요청해서 제가 단 댓글 전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보배드림 유저분께서 캡처해두셨다가 제게 제공해주신 펑복 게시글에 제가 쓴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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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자산가 씨. 혀가 참 길어요. 그리고 뭘 더 잃어버렸다는 거지?

그날 이후 피해자분은 무려 20년 동안이나 철저하게 무너진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치유될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데 너는 뭘 다 잃었다는 건지.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풀며 봉사하며 살겠다?

지금까지 그런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가 일이 터지니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디?

어이, 이 훌륭한 사람아. 너에게는 아직 벌이 하나 더 남았다. 천벌.

 

천벌(天罰): 인간이 인간을 벌하지 못하였기에 초월적 존재가 인간에게 내리는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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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댓글을 2024.06.06 18:34분에 작성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저는 보배드림 활동을 하면서 게시글이나 댓글을 스스로 삭제한 적 없습니다. 지금도 밀양 사건의 가해자들이 보배드림에 올린 게시글(해명글 또는 사과문)에도 제 댓글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이며, 몇몇 가해자들은 자기가 작성한 해명 게시글들에 엄청난 비난 댓글이 달리자 자삭(게시자 본인이 삭제)하고 조용히 잠적을 해버렸습니다. 해명에 자신이 있고,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반성하며 '어떠한 비난도 감수하겠다'며 올린 사과문을 왜 스스로 삭제하고 고소를 남발하는 건지, 이런 행위가 진심으로 반성을 하고 있는 자가 취해야 할 태도가 맞는지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최초 경남 경찰청으로부터 밀양 사건과 관련된 모욕 댓글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확인 전화가 걸려왔을 때, '경상남도경찰청 수사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범죄수익추적수사팀'이라는 부서에서 걸려와서 '댓글 고소 사건을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하나?'라며 보이스피싱을 의심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고소건이 너무 많아서 여러 부서들이 할당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반성을 하면서 조용히 살아도 모자랄 판에 고소를 남발하는 이런 행태는 경찰 행정력을 낭비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작금에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에 대해 우리가 분노하는 건, '인간이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을 상실했기에' 분노하는 것이며, 그것을 '공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비록 모욕죄로 고소를 당한 상태이기에 진술서를 작성하며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하겠지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이 반성도 없이 가해자들끼리 모임을 만들어서 부를 과시하고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행위를 무용담처럼 얘기하며 그렇게 잘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는 순간순간마다 자기가 저지른 심각한 범죄행위가 발목을 잡아서 넘어지고 끌어내려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재점화된 밀양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국민적, 사회적 분노가 폭발했을 때, 피해 당사자분이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화내주시고 분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구에게나 현재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역할이 주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은 학생다워야 하고, 부모는 부모다워야 하며, 선생님은 선생님다워야 하고, 수사기관은 수사기관 다워야 합니다. 그런데 당시 밀양 사건에 있어서 위에서 열거한 대상들은 범죄를 저질렀고, 제대로 훈육하지 못했으며 피해자를 위로하고 보듬어주지 못했음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누구나 공감하고 느끼는 기본적인 것들이 실종된 채 피해자만 철저하게 망가진 채로 사건이 마무리가 되었기에 이미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은 받았겠지만, 20여 년이 지난 2024년에도 이렇게 국민적 분노가 폭발한 데에는 사법적 처벌과는 별개로 사회적 처벌을 통해 한 번 더 단죄하고 싶은 '인간적인 분노'가 아니었을까요.

 

'혀가 참 길다' '세 치 혓바닥 함부로 놀리지 말라'

'천벌을 면치 못 할 것' '천벌 받을 놈' '하늘이 용서치 않을 것' 등

이러한 표현들에서 모욕감을 느낄수도 있겠지만, 위와같은 표현들은 상대의 큰 잘못을 꾸짖거나 지적을 할 때 일상에서 널리 쓰이고 흔히 사용하는 표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배드림에 올라온 여러 가해자들의 게시글에도 고소인의 펑복 게시글에 단 댓글처럼 비슷한 성격 또는 같은 문장으로 댓글을 달았지만 고소장은 이 자한테서만 받기에 당혹스럽습니다. 두 줄 특정 문장으로 인해 모욕감을 느꼈다고 하는데 유감을 전하며

 

죗값은

'시차는 있어도 오차는 없이 주인을 찾아간다'는 이 말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