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정부 "증시 열기전 결단을" UBS 압박 … 위기진화 속도전

박민기 기자(mkp@mk.co.kr),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3. 3. 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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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해결 미루면 공멸"…주말에 신속 협상
CS, 하루 최대 13조 인출 사태
당초 인수에 부정적이던 UBS
전염은 막자는 데 공감대 형성
월요일까지 구체안 발표 추진
당분간 전세계 은행권 '살얼음'
향후 연준 금리인상 행보 촉각

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스위스 2위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에는 스위스 정부의 막후 역할이 컸다. 당초 UBS 내부에서는 "CS를 인수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만 해도 UBS는 CS 인수설에 선을 그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스위스 정부가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자 UBS 내부에서는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은행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스위스 위상이 떨어지고, 결국 UBS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8일 오후 5시(현지시간)께 시작된 인수 협상은 빠른 속도로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UBS는 자사가 CS를 인수하는 조건의 일부로 스위스 정부에 60억달러 규모의 지급 보증을 요구했다. 일부 사업 부문 축소와 소송 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한 차원이다. 양측은 증시가 개장하는 20일 전에 구체적인 계획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 불안이 꺼지지 않으면서 지난주에만 하루 최대 100억달러의 CS 예금이 인출되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을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CS는 잇따른 투자 실패와 스캔들에 휘말리며 지난해에만 약 1조원 손실을 냈고, SVB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CS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국립은행마저 추가 지원을 거부하면서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이 지난 16일 500억스위스프랑 긴급 신용지원을 제공했지만 유동성 위기를 떨쳐내기엔 역부족이었다.

UBS 참전으로 인수와 관련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자산관리 부문을 남겨두고 투자은행 부문은 처분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UBS가 CS의 스위스 국내 소매금융 부문을 어떻게 할지도 관건이다. 해당 사업부는 CS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UBS로 넘어가면 국내 은행 부문에만 사업이 너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UBS와 CS 자산은 각각 1조1000억달러와 5800억달러로, 합병하면 초대형 글로벌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시가총액은 지난 17일 현재 각각 650억달러, 80억달러다. UBS는 지난해 76억달러 순이익을 낸 반면 CS는 79억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편 인수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금융 불안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다만 SVB 파산 등이 촉발한 미국 은행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2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도 위기 확산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CS에 이어 SVB까지 인수설이 나도는 가운데 미국 당국은 후속 조치 마련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 의회에 SVB와 시그니처은행처럼 경영을 잘못해 파산한 은행의 경영진을 더 강력히 처벌할 수 있도록 입법 강화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규제당국이 잘못된 경영과 과도한 위험 감수로 부실해진 은행 경영진의 보수를 환수하고, 민사 처벌을 통해 이들이 은행업에서 다시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게 더 쉬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또 별도 자료를 내고 의회가 SVB 같은 부실 은행 경영진이 주식 매각으로 얻은 차익 등 보수를 환수할 수 있게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SVB 파산 사태가 일단락되더라도 전 세계 주요국의 긴축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을 통해 "경제에 큰 충격이 닥친 후에는 부채와 지출이 늘어나 경기가 과열되는 패턴을 보인다"며 "이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진정세를 보인다 해도 미래에 있을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연준이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달 연준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나 은행발 위기가 진정세를 보이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순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민기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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