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K-팹리스의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칩스앤미디어가 글로벌 고객사를 확대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 기업에 비디오 코덱 IP(설계자산)를 공급하며 성장했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IP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ARM과 경쟁 가능한 'IP 인프라 기업'으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라이선스·로열티 기반 IP…글로벌 시장 확대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칩스앤미디어의 지난해 라이선스 매출은 1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회사는 지난해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과 북미 고객사를 추가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신규 해외 고객사와 관련해 르네사스, AMD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칩스앤미디어는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IP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고객사가 설계 단계에서 해당 IP를 사용하면 라이선스 매출, 반도체 판매에 따른 로열티 매출이 추가로 발생하는 구조다. 이때문에 라이선스 매출 증가는 향후 로열티 매출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행 지표로 해석된다.
일례로 구글이 2021년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AP) '텐서 G5'를 개발하면서 칩스앤미디어의 IP 'WAVE677DV'를 활용한 가운데, 해당 AP를 탑재한 차세대 스마트폰 '픽셀 10'이 지난해 출시되면서 로열티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지난해 관련 로열티를 6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시장도 주요 성장 축으로 꼽힌다. 최근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기금을 투입하면서 현지 팹리스 기업들이 자체 칩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차량용 SoC(시스템온칩)를 개발해 자율주행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해당 칩은 일본 토요타와 스즈키의 글로벌 차량에 탑재될 예정이다.
칩스앤미디어는 호라이즌 로보틱스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회사의 지난해 국가별 매출 비중에서도 중국이 3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작년 영업이익이 7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늘어난 데는 중국 로열티 회복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중국 파트너사와 합작회사(JV)를 설립해 현지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IP 기업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지고 있다.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은 엔비디아 칩의 높은 가격과 공급 부족으로 자체 AI 칩을 출시하며 '탈 엔비디아'에 나서는 추세다. 이에 영상 처리·AI 연산 관련 IP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형 빅테크로 고객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ARM과 경쟁 가능할까…NPU IP 확대 포석

관련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칩스앤미디어가 ARM과 같은 IP 인프라 공급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비디오 코덱 IP를 공급하는 기업으로는 ARM, 프랑스 알레그로 DVT2, 중국 베리실리콘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ARM은 IP 외에도 명령어 집합 구조(ISA)를 개발해 팹리스 기업에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IP 기업이다. 스마트폰 AP의 90% 이상이 ARM의 설계도를 사용할 정도다.
다만 반도체 IP 시장은 기술 장벽이 높아 신규 업체의 진입이 쉽지 않은 분야로 평가된다. 공급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통상 반도체 칩 개발에서 양산까지는 최대 2년이 소요된다. IP를 공급하면 초기 라이선스 비용은 받을 수 있지만 로열티 매출이 발생하기까지는 계약 이후 3~4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구조는 실제 매출 인식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연구개발 투자 부담도 큰 편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매출채권 금액은 107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3% 늘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는 △2023년 33.52% △2024년 39.39% △2025년 3분기 누적 43.55%로 지속 증가해왔다.
칩스앤미디어는 온디바이스 AI 시장 확산에 맞춰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최근 AI 연산을 위한 신경망처리장치(NPU) IP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WAVE-N을 중심으로 IoT 기기와 카메라, 자동차, 모바일, XR(확장현실) 분야에 IP 적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ARM 출신의 베테랑 영업 인력도 영입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칩스앤미디어 관계자는 "고성능 연산과 전력 효율이 중요한 온디바이스 AI 트렌드는 저전력·고효율 IP 기술에 유리한 환경"이라며 "기존 비디오 코덱 IP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으로 NPU와 AI ISP 등 신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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