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서 억대 뇌물' 이화영 구속에 탄력 받은 檢..이재명 겨누나
최종 종착지 이재명 대표 향할 듯..소환 저울질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쌍방울그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커넥션' 실체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이 대표와 쌍방울그룹의 주요 연결고리 중 하나로 지목돼 온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현 킨텍스 대표)가 뇌물 혐의로 구속되면서다. 이 전 부지사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주춤했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동시 조준하며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동안 검찰은 이 대표 및 그 측근을 필두로 한 정치권-쌍방울그룹 간 얽히고설킨 관계, 자금 내역 등을 살펴왔다. '키맨'인 이 전 부지사 구속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는 지휘부 변화 등 수사 동력이 추가로 확보된 만큼 실체 규명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법무부는 해외 도피 중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신병 확보에 주력, 막바지로 향하는 검찰 수사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구속된 이화영 '입'이 분수령
수원지법은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부지사에 법인카드 등 뇌물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쌍방울 부회장도 구속됐다. 법원이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적시한 만큼 검찰 수사에서 이 전 부지사의 뇌물 혐의는 상당 부분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사외이사직을 마친 뒤 도 부지사를 역임한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 킨텍스 대표를 맡은 2020년 9월부터 올해 초까지 약 3년간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차량 등 총 4억여원에 달하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전 부지사가 아들을 쌍방울 계열사 연예기획사에 취업시킨 뒤 월급을 받도록 하고, 차명으로 쌍방울 계열의 코스닥 상장사인 나노스(현 SBW생명과학) 주식을 보유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뇌물을 받은 대가로 2019년 1월과 5월 중국 선양에서 쌍방울그룹이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및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등과 경제협력 사업 합의서를 작성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쌍방울이 북한 측과 자원 개발을 논의하는 자리에 이 전 부지사도 동석했다는 내부 진술도 확보했다. 같은 해 7월 쌍방울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 등 그룹 수뇌부는 필리핀에서 열린 아태협의 대북 교류행사에 참석해 북측 고위급 인사를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 합의 과정 전반과 체결 이후 쌍방울 주가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해당 합의로 쌍방울 계열사는 북한의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 사업권을 약정받았다. 2017년 무렵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던 나노스는 해당 계약을 발판으로 대북 사업 수혜주로 분류됐다.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수사 과정에서 이 나노스 주식 일부를 이 전 부지사가 차명으로 소유한 정황도 밝혀냈다.
검찰의 수사 칼끝은 이제 이 대표를 본격 겨눌 방침이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그룹의 대북 사업에 적극 관여하고 금품을 제공받던 시점에 그의 상관이자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가 이들의 '유착 관계'를 어디까지 파악했는지 집중 들여다 볼 방침이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 취임 직후부터 대북 경협 사업에 적극적이었던 만큼 쌍방울그룹이 이에 발을 담그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면서 이 대표 소환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
진용 새로 짠 검찰, 김성태 송환 속도낸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뇌물 의혹 수사는 쌍방울그룹이 중심에 있는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도 연결된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2018년 선거법 사건 변호사 수임료 20억여원을 전환사채 등으로 대신 지불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2017년 3월부터 쌍방울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 대표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으며 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전 부지사의 이력, 이 대표와의 관계, 이후 뇌물 혐의와 변호사비 대납 의혹까지 모두 쌍방울그룹의 그림자가 따라다니는 셈이다.
검찰은 앞서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서는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한계로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불기소결정서에 "쌍방울이 이 대표 변호사비를 대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와 관련한 수사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를 위해서는 김성태 전 회장의 신병 확보가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호화 도피 및 정치권 조력 의혹이 제기된 김 전 회장에 대해 신속한 신병 확보 절차를 밟겠다고 약속했다. 한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 회장의 도피처에 대해 "태국이나 베트남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쌍방울그룹 차원의 조력을 비롯해 특정 비호 세력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 장관은 "사법 질서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하며 "검찰에서 강력 조치할 것이라고 보고받았다. 송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강력 조치' 언급 이후 법무부는 지난 26일자로 수원지검 2차장에 김영일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사법연수원 31기)을 직무대리로 발령내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총괄 지휘자가 교체된 후 두 사건 수사 강도는 한층 세졌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앞서 후원금 의혹 관련 두산건설과 두산그룹 본사를 압수수색 한 데 이어 지난 27일 네이버와 차병원 등 성남FC에 후원금을 제공한 기업 등 10곳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경찰이 이 대표를 송치하면서 적용한 '제3자 뇌물죄'보다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가 적시됐다.
야당 반발 수위도 더 거세졌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의 원포인트 인사와 그 직후 이 대표 겨냥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것에 대해 '국면전환 전략'이라며 맹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한 장관이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를 지휘하는 담당 검사를 돌연 교체한 직후 수사가 확대됐다"며 "이럴 수록 불의는 커지고, 바라보는 국민의 분노는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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