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국민 볼펜 모나미, 생존을 넘은 진화를 꿈꾸다

모나미. 국내 문구 업계 1위 브랜드예요. 문구 시장 점유율이 44%입니다. 시장 점유율 2, 3, 4위 양지사와 모닝글로리, 동아연필을 다 합치면 모나미랑 점유율이 비슷할 정도죠.

그렇다고 아주 느긋한 상황은 아니에요. 학령 인구가 줄고 있는 만큼 필기구 매출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어요. 양지사와 동아연필이 2년 연속 적자를 낼 정도예요. 모닝글로리도 지난해에 겨우 적자를 탈출했죠.

이 와중에 모나미만 선방하는 분위기예요. 2022년 매출은 1110억, 전년(973억원) 대비 14.1%가 올랐어요. 2014년 이후로 매출액도, 매출액 성장률도 최고치예요. 2013년에 영업 손실을 본 걸 빼면, 1996년 이후 적자를 낸 적도 없어요.

63년 역사의 이 회사, 이 팍팍한 문구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 걸까요?


63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모나미' ⓒ모나미

Chapter 1. 국내 최초의 볼펜, 모나미 153

모나미는 고故 송삼석 회장이 1960년에 세웠어요. 당시 회사 이름은 광신화학공업주식회사. 송 전 회장은 원래 무역인이었어요. 일본에서 문구류를 수입해 팔았죠. 그러다 문구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한 거예요.

1963년에 만든 제품이 바로 ‘모나미 153’에요. 국내 최초의 볼펜이었죠. 모나미(Mon Ami)는 프랑스어로 ‘내 친구’란 뜻이래요. 153은 당시 15원이었던 제품 가격에 세 번째로 만든 제품이라는 의미를 합친 것이죠.

송 회장이 볼펜을 처음 만난 건 1962년, 경복궁에서 열린 국제 산업박람회장이었어요. 일본 문구회사에서 온 한 직원이 볼펜을 쓰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잉크를 찍지 않아도 되는 펜을 생전 처음 본 거죠. 송 회장은 알음알음 일본 볼펜 회사를 찾아가 거기서 유성잉크 제조 기술을 배워왔어요.


그렇게 탄생한 모나미 153. 검은색 머리와 흰색 몸통, 지금 모습 그대로에요. 153은 날개 돋친 듯 팔려서 1974년엔 회사 이름을 모나미로 바꿔버렸어요.

송 회장은 굉장히 실용적인 스타일이었어요.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멋을 내지 않고 만들었죠. 153엔 클립이 없어요. 대신 볼펜이 굴러다니지 않도록 몸통을 육각형으로 만들었죠.

이후에 모나미가 낸 네임펜, 유성매직, 플러스펜 3000 다 마찬가지예요. 밋밋하다 싶을 만큼 수수하고, 기본에 충실하죠. 그래서 국민 제품이 됐어요.

지금까지 모나미 153은 무려 43억 자루나 팔렸어요. 모나미 신동호 마케팅 팀장은 비결을 이렇게 분석해요.

“모나미의 시그니처 제품들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핵심 기능만 부여했어요.

그래서 누구에게나 부담 없는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죠. 그게 60년을 버틴 비결이라 생각해요.”

_신동호 모나미 마케팅 팀장
인터뷰 중인 신동호 모나미 마케팅팀장. ⓒ롱블랙

Chapter 2. 문구 산업의 위기, 디자인 씽킹에서 생존법을 찾다

잘나가던 모나미는 2000년대 들어 위기 의식에 빠져요. 학령인구가 갈수록 줄었거든요. 2003년 1092만 명이던 학령인구는 2023년 628만 명까지 줄었어요. 디지털화로 옛날처럼 종이와 펜을 많이 쓰지도 않았죠.

모나미는 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해요. 2000년대 초 사무용품 유통사업을 시작했죠. 2006년 프린터 회사 HP와 손잡고 총판 계약도 맺었어요. 1990년대 1000억원이 채 되지 않던 모나미 매출은 2010년 2800억원까지 늘었어요.

하지만 2013년, 모나미는 방향을 틀었어요. 사무용품 유통도, 프린터도 아닌 과감하게 부가 사업을 축소하기로 해요. 다시 문구 제조업이란 본업에 집중하기로 한 거예요.


송하경 회장이 찾은 돌파구가 바로 '디자인 씽킹'이예요. 소비자를 관찰해서 문제 해결을 찾는 사고법이죠. 모나미는 유명 컨설팅 회사 아이디오의 조언을 받아요.

이때 나온 전략의 핵심은 빠른 프로토타이핑. 시제품을 빠르게 내놓고, 시장 반응을 보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고객의 숨은 욕망을 찾을 수 있다는 거였어요.

사내에 열 개가 넘는 제품 개발 TF가 생겨요. 고객을 관찰하고 다양한 시제품을 내놓기 시작하죠. 수산시장 상인을 관찰해 만든 ‘물기에 잘 써지는 마카’, 네일아트가 취미인 사람들을 관찰해 만든 ‘네일아트 펜’, 의사들이 일반 마카로 수술 부위를 표시하는 걸 보고 만든 ‘스킨라이너’가 대표적이에요.

이렇게 사고를 확장하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대요. 가장 성공적인 전략이 바로 ‘프리미엄화’에요. “과연 펜을 필기구로만 봐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전략이죠.

모나미식 리브랜딩 이야기를 담은 『모나미 153 브랜딩』. ⓒ위즈덤하우스

Chapter 3. 프리미엄 전략 : 300원짜리 153에 가치를 더하다

모나미는 “문구 소비자의 기호가 바뀌고 있다”는 걸 뚜렷하게 인식하고 있었어요. 당시에 이미 10만원 넘는 독일 만년필 ‘라미’가 유행하고 있었거든요.

“이제 소비자들에겐 수집과 소장의 가치가 중요하단 걸 인식한 거예요.

과거의 모나미처럼 기능적 용도로 펜을 생산한다면 성장이 영원히 불가능할 거라고 판단했어요.

기능성을 넘은 가치를 전달하는 것, 그게 프리미엄화였죠.”

_신동호 모나미 마케팅 팀장

2014년 본격화된 프리미엄 전략은 모나미 153에 집중돼요. 모나미 제품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인데도요. 그런데 모나미는 153이 가장 파워풀한 브랜드라고 보고 있었대요.

“153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친근하고, 애틋한 향수를 불러일으키죠.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거라고 봤어요.”

_신동호 모나미 마케팅 팀장
'국민 볼펜’으로 불리는 모나미 153. ⓒ모나미

2014년. 첫 프리미엄 제품이 나왔어요. ‘모나미 리미티드 1.0 블랙’. 볼펜의 몸통을 황동으로 바꾸고 니켈로 도금했어요. 차분한 은빛의 금속 볼펜이 탄생했죠. 판매가는 2만원. 153 볼펜의 60배가 넘는 가격이었어요.

결과는 대성공. 한정판 1만 개는 2시간 만에 품절됐어요. 중고가는 40만원까지 오를 정도로 인기였죠. 153의 프리미엄화가 가능하다는 게 증명된 거예요.

모나미는 힘을 얻고 153 프리미엄 제품들을 계속 선보여요. 지금까지 출시한 프리미엄 볼펜만 20종이 넘어요.

2017년 나온 ‘모나미 153 골드’는 프리미엄의 끝판왕 같은 버전이었어요. 볼펜 몸통뿐 아니라 케이스와 리필심까지 금으로 도금한 제품이에요. 한 자루 가격이 무려 5만원. 역시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어요.

“프리미엄 제품은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수집할 만한 것, 소장하고 싶은 것, 또는 선물하고 싶은 것. 기능적으로 우수할 뿐 아니라 반드시 특별해야 하죠.

그래서 각인 서비스도 추가했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_신동호 모나미 마케팅 팀장

10년째 진행 중인 프리미엄화. 사업적으로도 효과가 있었어요. 모나미의 프리미엄 제품 매출은 2014년 이후 연평균 30%씩 성장했어요.

모나미의 첫 프리미엄 제품인 ‘모나미 리미티드 1.0 블랙’. ⓒ모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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