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코믹콘 현장...만화·영화·게임 등이 활화산 같이 뿜어지는 콘텐츠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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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애리조나주(州) 투손에서 총 9시간 걸려 여기 뉴욕까지 왔어요. 일일이 재료를 사서 이 복장을 만드는 데 10개월이나 걸렸다고요!”
전 세계 온갖 캐릭터 덕후(마니아)는 뉴욕에 총집결한 듯했다. 지난 19일 미국 뉴욕 재비츠 컨벤션센터. 영화 스타워즈 속 외계 제국의 여군주 ‘다스 아트록사’의 시뻘건 얼굴을 완벽 재현한 애리조나주 주민 베벌리 세틀마이어가 붉은색 광선검을 휘두르며 자신이 얼마나 캐릭터 분장에 공을 들였는지 자랑했다. 역시 스타워즈 캐릭터 분장을 했던 남편 조니 세틀마이어는 “이 축제에 참가하려고 1년을 꼬박 보냈더니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흥분된다”고 했다. 이들 ‘스타워즈 부부’는 지나가던 털북숭이 켈나카(스타워즈 등장인물)를 붙잡더니 함께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북미 지역 최대 콘텐츠 박람회 ‘뉴욕 코믹콘(NYCC·New York Comic Con)’이 지난 17~20일 나흘간 뉴욕 재비츠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WEEKLY BIZ가 찾은 행사 현장에선 만화,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 전시, 상품 판매를 비롯해 ‘팬심’을 자극하는 각종 부대 행사가 이어졌다. 특히 올해 코믹콘 현장에선 웹툰을 중심으로 K콘텐츠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분위기였다.
◇1000억원 넘는 코믹콘의 경제적 효과
매년 20만명 이상의 인파가 찾는 코믹콘 현장은 올해도 인산인해였다. 축구장 40배가 넘는 크기의 재비츠 컨벤션센터는 행사장 주변부터 토이스토리의 버즈, 수퍼 소닉, 피카츄 등 국적 불문 다양한 캐릭터로 분장한 사람들이 등장하며 테마파크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코믹콘 전시장 주 무대는 1250여 콘텐츠 업체와 크리에이터들이 자리 잡은 1층과 영화 출연진 또는 작가들과의 만남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지하 1층으로 구성됐다. 1층 메인 출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캐릭터가 올해 출시 40주년을 맞는 ‘드래곤볼’의 손오공이다. 코믹콘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언제 적 드래곤볼이냐’는 말을 하지만 드래곤볼이 수년째 박람회장에서 가장 좋은 이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미로 같은 박람회장에 서 있는 부스 사이사이에는 영화나 만화 속에서만 볼 수 있을 법한 코스튬(costume·복장)을 만들어 입고 포즈를 취하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부스 앞에 있던 관람객 엘턴 웡은 초록색 슬리머(먹깨비) 인형을 흔들며 “나는 슬리머의 광적인 팬”이라면서 “나는 아이가 없지만 이 슬리머가 내 아이”라고 했다.
그러나 코믹콘은 괴짜들의 서브컬처(Sub-culture·하위 문화) 축제를 넘어 당당한 주류 문화의 하나로 편입된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유명 작가들도 팬 사인회를 통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팬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기도 하고, 스트리밍 업체 시리즈물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무대에 올라 모여서 귀를 쫑긋 세운 팬들에게 새로운 에피소드와 관련한 힌트를 주기도 했다. 이미 서브컬처가 ‘그들만의 문화’가 아닌 하나의 주요 문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고, 이 콘텐츠 업계의 에너지가 압축됐다가 뿜어져 나오는 활화산 같은 현장이었다. 행사가 열린 나흘 동안 이곳에 몰려든 각종 콘텐츠 팬들은 올해도 약 20만명으로 집계됐다. 뉴욕시 관광국은 “코믹콘이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는 8000만달러(약 110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올해부터 각종 무대 인터넷 중계까지
올해 뉴욕 코믹콘은 콘텐츠나 캐릭터 팬들을 위한 축제에서 한발짝 더 진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하 1층에 있는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하루에 다섯개씩 각기 다른 무대 행사가 열렸는데, 만화나 스트리밍 업체들은 이를 새롭게 공개하는 에피소드에 대한 흥미를 불어넣는 기회로 절묘하게 이용했다. 예를 들어 19일 메인 스테이지에선 1989년 처음 선보인 ‘심슨 가족(The Simpson)’이 12월 새롭게 선보일 크리스마스 스페셜 에피소드와 관련한 행사가 열렸다. 연출가와 작가 등이 무대에 올라 이번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게 된 계기나 영감을 얻게 된 과정 등을 심슨 가족 팬들에게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올해로 25주년을 맞는 ‘스펀지 밥’의 경우 스펀지 밥에서 캐릭터 목소리를 담당한 전설적인 성우들이 프로듀서와 함께 무대에 올라 25주년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앞으로 새롭게 방영될 에피소드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코믹콘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 업체 입장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톡톡한 홍보 효과를 누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코믹콘은 올해부터 메인 스테이지에서 열린 행사를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도록 제공하기도 하고, 지하 1층에선 아티스트와 팬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도 운영했다.
만화나 영화뿐 아니라 각종 게임 관련 부스도 다양하게 마련돼 관람객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일본 게임 소프트웨어 기업인 ‘캡콤’이 여러대의 컴퓨터와 모니터를 두고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부스엔 20여 명이 줄지어 서 있었고, 가상의 애완동물을 키우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인 ‘다마고치’ 부스에도 관람객들 발길이 이어졌다. 전시장 곳곳에선 각종 캐릭터 상품도 판매 중이었다. 가방 같은 곳에 달 수 있는 뉴욕 코믹콘 공식 핀은 10달러, 모자는 35달러, 후드 티셔츠는 75달러 등 코믹콘 행사를 활용한 각종 상품 가짓수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존재감 오른 K웹툰
올해 뉴욕 코믹콘에선 한국 K웹툰의 남달라진 인기도 눈에 띄었다. 미국 내 웹코믹스 서비스 플랫폼 1위 회사인 네이버웹툰은 올해 처음으로 뉴욕 코믹콘에 자체 홍보 부스까지 차렸다. 지난 6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뒤 이번 행사에 적극적 행보를 보인 셈이다. 네이버웹툰 부스에선 나흘간 총 11명의 작가가 사인회를 열었는데, 특히 ‘언오디너리’ 등 미국 내 유명 작품을 그려낸 작가들이 인기를 끌었다. 또 네이버웹툰은 전 세계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억360만명에 달하는 모바일 학습 플랫폼 듀오링고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는데, 행사 부스에 듀오링고의 올빼미 마스코트 ‘듀오’가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만든 한국 공동관에선 씨엔씨레볼루션, 콘텐츠랩블루, 리버스, 트루라이트코리아 등 콘텐츠 기업 네곳이 참가해 웹툰과 한국 만화를 홍보하기도 했다. 콘텐츠랩블루의 존 남 대표는 “한국은 웹툰이라는 장르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면서 “하루에도 2000여 명이 부스에 다녀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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