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월급 못 주고, 진열대엔 PB 제품만 가득한 홈플러스

김보형 2026. 6. 1. 09:1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슈퍼마켓 사업 익스프레스 이어
마트, 온라인 등 본체 매각한다는데
새 주인 찾을 수 있을까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대형마트와 온라인사업 부문 매각을 재추진한다. 지난 5월 슈퍼마켓 사업 부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하림그룹 계열사 NS홈쇼핑에 매각한데 이어 회사 본체까지 팔아 미지급 채권을 상환하고 회생절차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회생법원이 정한 기업 회생 계획안 가결 기한은 오는 7월 3일까지다.
 하지만 대형마트 시장이 쿠팡 등 이커머스에 밀리고 있는 여건에서 수조원대 자금을 들여 대형마트 사업에 뛰어들 만한 기업을 찾기 쉽지 않다고 유통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홈플러스의 부채도 2조원을 웃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 시행 여파로 점포 폐점과 인력 감축이 이전보다 한층 어려워진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대형마트·온라인 사업 매각 재추진

홈플러스는 지난 5월 25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제외한 잔존 사업부문(본사·온라인·대형마트)에 대한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매각 주관사는 익스프레스 매각 때와 같은 삼일회계법인으로 잠재적 매수 후보들에게 투자 안내서도 발송했다. 홈플러스는 법원 감독 아래 채무를 조정하며 사업을 이어가는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법원이 상환 계획을 인가해야 정상화에 나설 수 있어 이번 본체 매각으로 자금을 추가 확보해 인가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유동성 위기로 지난해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홈플러스는 같은 해 12월 전체 사업부문 매각을 시도했다. 그러나 입찰자를 찾지 못하자 홈플러스는 알짜 자산으로 꼽히는 슈퍼마켓사업 부문인 익스프레스만 떼어내 5월 7일 NS홈쇼핑과 영업양도계약을 체결했다. NS홈쇼핑이 익스프레스 채무 일부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홈플러스에 들어오는 현금은 1206억원에 불과하다. 매각이 지연된 탓에 2024년 1조원으로 추정되던 익스프레스 가치와 비교해서는 12% 수준에 그쳤다. 익스프레스 매각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는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운영자금이 없어 지난 4월 임금 중 25%만 한 달 늦은 5월 21일에서야 지급했고 5월치 임금은 전액 지급하지 못했다. 상품대금도 제대로 주지 못해 진열대가 비어 있는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전국 104개 대형마트 매장 중 37곳 영업을 잠정 중단하고 67개만 영업하고 있지만 상품 부족 등으로 고객 이탈이 잇따르는 분위기다.

메리츠금융과 ‘긴급 자금’ 협의도 난항

홈플러스는 최대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과의 1000억원 규모의 단기 운영자금 대출(브리지론)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이 주요 자산 대부분을 담보신탁으로 확보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운영 자금을 확보할 방법이 없다”며 “슈퍼마켓사업 부문 ‘익스프레스’ 매각 자금이 들어오는 6월 말까지 긴급 운영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홈플러스는 그러면서 공동대표이자 회생절차 관리인인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의 이행보증과 추가 담보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메리츠금융은 배임 논란을 피하고 주주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이행보증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맞섰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이 실제 들어오기 전까지 대출금 회수를 보장해야 할 장치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메리츠금융은 MBK가 홈플러스 경영 악화에 책임이 있음에도 채권자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메리츠금융은 익스프레스 매각대금 유입 시 즉시 조기상환, MBK파트너스의 이행보증, 연 6% 이자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 영업양도는 법원 허가를 받아 회생절차 관리인이 집행하는 절차로 대주주인 MBK가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거래 이행 주체도 홈플러스이고 김 부회장이 관리인으로서 개인 보증도 결정한 만큼 책임 회피가 아니라는 얘기다. 홈플러스 측은 “이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자택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 경영진도 더 이상 여력이 없다”며 “이번 브리지론은 회사를 청산하지 않고 영업을 이어가 채권 회수율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메리츠가 확보한 부동산에 후순위 수익권을 설정하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메리츠금융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점포 운영이 불가능해지면 홈플러스는 청산 절차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마트 3위라지만…매수자는 깜깜

이번 홈플러스 대형마트·온라인 사업 부문 매각 시도도 앞선 매각 무산 때처럼 전망이 밝지 않다. 이커머스의 급성장 속에 오프라인 유통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데다 마땅한 인수 후보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홈플러스 측은 “대형마트가 없는 기업이 인수할 경우 단숨에 국내 대형마트 3위 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고 온라인 채널까지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대형마트를 조 단위의 자금을 들여 인수할 만한 여력이나 의지가 있는 기업을 찾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대형마트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이미 자체적인 점포 효율화를 추진하고 이커머스 대응에 사활을 걸고 있어 경쟁사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부문을 인수할 만한 요인이 크지 않다. 슈퍼마켓사업 부문인 익스프레스를 인수한 하림그룹도 식품 사업과의 시너지 확대를 위해 근거리 기업형슈퍼마켓(SSM)을 점찍었을 뿐 막대한 고정비와 규제에 묶인 대형마트 본체까지 떠안기는 부담스럽다. 유통업 진출을 고민하는 대기업이나 사모펀드(PEF)도 쿠팡 등 이커머스 강세 속에서 사양길에 접어든 오프라인 마트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할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 월마트와 프랑스 까르푸 등 글로벌 기업이 이미 철수할 정도로 시장 전망이 어둡다”며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마트 사업에 선뜻 투자하겠다는 해외 기업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자산가치 급감에…노조 반발도  

메리츠금융그룹은 2024년 홈플러스에 1조3000억원을 빌려주면서 담보로 잡은 4조80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부동산 자산(62개 점포) 가치가 1조5000억~1조6000억원대로 ‘3분의 1토막’으로 폭락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선임한 감정평가법인의 토지감정가액인 2조7000억원과 비교해서도 차이가 크다. 홈플러스의 부동산 가치마저 떨어졌다는 얘기다. 홈플러스가 앞서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한 일부 점포는 주거시설 등으로 탈바꿈해 성공을 거뒀다.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 측 주장에 반박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팔린 신내점·동광주점·유성점 등 3건 매각가는 감정가의 40%보다 비싸게 팔렸다”며 “1조5000억원은 근거 없는 숫자”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영업이 중단된 37개 매장의 인력 재배치와 고용 문제를 둘러싼 노조 반발도 향후 매각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홈플러스 노조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투쟁을 이어가며 정부에 홈플러스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5월 25일에는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 매각대금이 들어오는 6월 말 이전에 운영자금을 마련해 당장 위기를 넘기고 회생 계획안 가결 기한인 7월 3일 이전에 대형마트·온라인 사업 부문 인수 후보를 찾아야만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0여 곳의 홈플러스 전체 점포를 모두 사들일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은 만큼 원활한 매각을 위해서는 입지가 좋은 점포를 우선 매각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