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세계 파시즘 vs 식민지 파시즘 [유레카]

이재성 기자 2025. 2. 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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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새 독일에선 쿠데타 모의 사건이 두 차례나 발생했다.

2022년엔 하인리히 13세라는 옛 귀족 출신 인사 등이 왕정복고를 목표로 총리를 살해하고 정부 기관을 습격하려다 발각됐고, 2024년엔 나치 독일의 부활을 꿈꾸며 테러 조직을 결성하고 실제로 군사훈련까지 진행했던 '작센 분리주의자'들이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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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새 독일에선 쿠데타 모의 사건이 두 차례나 발생했다. 2022년엔 하인리히 13세라는 옛 귀족 출신 인사 등이 왕정복고를 목표로 총리를 살해하고 정부 기관을 습격하려다 발각됐고, 2024년엔 나치 독일의 부활을 꿈꾸며 테러 조직을 결성하고 실제로 군사훈련까지 진행했던 ‘작센 분리주의자’들이 검거됐다. 둘 다 우파들이 벌인 내란음모였고,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 소속 정치인들이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도 독일을위한대안은 지난해 6월 독일에서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기독교민주연합(CDU)과 바이에른기독교사회연합(CSU)의 정치연합(CDU/CSU)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어 명실상부한 유력 정당이 되었다.

기존 체제를 파괴 또는 변경하려는 우파의 대두는 독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폭력 점거나 영국의 브렉시트 운동, 이탈리아 극우 정치인 조르자 멜라니 총리 취임,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의 약진 등 이른바 제1세계의 전반적인 우경화와 쿠데타 시도는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식민지를 거느린 제국이었거나 제2차 세계대전의 추축국이었던 이들 나라에서 극우가 득세하는 현상은 지난 30여년 동안 세계를 휩쓸었던 신자유주의가 낳은 결과다. 사회주의 몰락 이후 자본주의 진영은 ‘역사(체제경쟁)의 종말’(프랜시스 후쿠야마)을 선언하며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사실상 강요했고, 자본의 이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육체 노동자와 농민, 하위 중산층 등은 일자리를 잃고 소득 감소와 사회적 지위 하락을 겪었다. 공장의 해외 이전과 이주 노동자 증가로 자본이 초과이윤을 독점하면서 경제적 격차가 현저하게 커지자 하층 민중이 극우 세력의 정치적 기반이 된 것이다. 제1세계 극우 정당들의 모토가 반이민과 반세계화인 것은 그래서다.

우경화한 기층 민중의 지지를 받는 제1세계 극우와 달리, 12·3 계엄 사태 이후 한국에서 기승을 부리는 극우는 기득권 세력에 의해 ‘동원된’ 파시즘이다. 서구 파시즘은 민족주의와 국수주의를 표방하지만, 일본 군국주의에 뿌리를 둔 한국의 파시즘은 사대주의를 지향하는 식민지 파시즘으로 매국적 성격을 띤다. 특히 최근의 서구 파시즘이 중산층 이하의 ‘경제적 불만’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한국의 식민지 파시즘은 기득권 세력의 권력 상실에 대한 위기감에 터 잡은 ‘정치적 운동’이다.

동원된 파시즘이라고 덜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교회라는 풀뿌리 조직이 돈과 인력을 공급하고, 전통적인 집권 세력인 현재의 여당이 뒷배 노릇을 하고 있어 뿌리 뽑기가 쉽지 않다. 강력하고 광범위한 반파시즘 연합이 절실하다.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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