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미국 내에서 가장 저렴한 차로 불리던 닛산 베르사가 사실상 그 타이틀을 내려놓게 됐다. 1만 6,000달러대부터 시작했던 가격은 이제 2만 달러를 넘기기 시작했고, 한화 기준으로는 2,700만 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이로 인해 베르사는 더 이상 ‘가성비’라는 이름으로 소비자 곁에 남을 수 없게 됐다. 특히 저소득층과 첫 차 구매 수요층에게 귀중했던 선택지가 사라지면서 미국 내 자동차 시장 전반에도 균열이 일고 있다.


구조적 가격 인상
소비자 선택 축소
베르사의 가격 경쟁력은 수동변속기 기반의 1만 6,000달러대 시작가 덕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부의 부품 관세 부과와 멕시코산 수입차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이 구조가 무너졌다. 현재 수동 모델도 배송비 포함 약 1만 8,331달러(한화 약 2,475만 원)에서 시작하고, 자동변속기 모델은 2만 130달러(약 2,720만 원)를 넘어선다.
더 큰 문제는 닛산이 수동 모델을 단종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제는 ‘2천만 원 이하 신차’라는 이름조차 남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저가 차의 대표주자로 불리던 베르사의 상징적 가치도 함께 희미해지고 있다. 판매 인센티브도 축소됐다. 기존에는 제조사 리베이트나 할인을 통해 1만 달러대 중반의 실구매가를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정가 판매가 대부분이다. 금융 프로모션이나 현금 할인도 거의 사라졌으며, 저가 차를 고집해 온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닛산은 일시적으로 관세 이전 생산분을 미리 들여와 재고를 활용하고 있지만, 이 전략 역시 유효기간이 한정적이다. 결국 베르사는 구조적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으며, 이는 곧 소비자의 선택지 축소로 이어진다. 특히 첫 차를 고려하는 젊은 소비자층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고객들에게 이번 변화는 체감할 수 있는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 부과로 인한
수익 구조 흔들려
베르사는 멕시코 아과스칼리엔테스 공장에서 센트라와 킥스 등과 함께 생산된다. 이 세 차종은 닛산 미국 내 전체 판매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지만, 멕시코산 차량에 대한 관세 부과는 이들의 수익성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기존에는 무역협정 혜택을 받아 저렴한 원가를 유지했지만, 개정된 조항에 따라 원산지 기준 강화와 부품 비율 제한이 적용되면서 수익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닛산은 장기적으로 센트라의 생산지를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며, 이는 원가 절감과 공급망 안정을 동시에 노린 고육지책이다. 저가 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는 명확하다. 부품 단가 상승뿐 아니라 수동변속기의 판매 부진과 생산 효율 저하가 맞물려 닛산은 결국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베르사는 122마력의 1.6리터 엔진과 30mpg 연비, 기본적인 안전 사양으로 미국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선택지였지만, 더 이상 제조사 입장에서도 유지하기 어려운 모델이 된 셈이다. 신차 평균가가 5만 달러에 근접한 지금, 2천만 원대 차량의 퇴장은 자동차 시장의 구조적 재편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