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임신 상담 10건 중 1건은 임신중지… 지자체 상담 매뉴얼 '無'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보호출산제 시행 100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전국 16개 위기임신 지역상담기관 현황을 최초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위기임신 상담 10건 중 1건은 임신중지 상담이었는데 대부분 지자체는 임신중지 지원책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 위기임신 상담 10건 중 7건은 임신·출산 정보 문의… 보호출산 21.5%에 임신중지도 11.4% 달해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전국 17개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위기임신 지역상담기관 상담현황을 최초 분석한 결과, 보호출산제 시행 직후인 7월 19일부터 8월 31일까지 한 달여 간 총 307건의 위기임신 상담이 접수됐다. 상담경로는 직통전화가 223건(72.6%)으로 가장 많았으며, 대면상담 40건(13%), 카톡채널 39건(12.7%), 기타 5건(1.6%)이 뒤를 이었다.
지자체별 상담 건수는 경기 68건(22.15%), 서울 67건(21.82%), 인천 30건(9.77%)의 상담이 접수되어 전체 상담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었다. 세종, 광주, 전남, 울산, 대전, 대구의 상담건수는 한 자릿수에 불과해, 지자체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용 의원 측은 분석했다.
내담자는 주로 10~30대 여성이었다. 내담자 성별은 여성 277명(90.2%), 남성 29명(9.4%), 성별 미상 1명(0.3%)으로 여성이 대다수였다. 내담자 연령은 10대 66명(21.5%), 20대 79명(25.7%), 30대 72명(23.5%), 40대 21명(6.8%)이었으며, 연령 미상도 69건(22.5%)으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내담 사유(복수응답)로는 임신·출산 정보가 213건(69.4%)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제문제(30.6%), 심리정서 문제(27.4%)가 뒤를 이었다. 보호출산을 희망하며 찾아온 내담자는 66명(21.5%)였다. 보호출산을 결정하고 찾아온 내담자보다 임신 이후의 어려움에 대해 포괄적인 정보와 지원을 희망하는 내담자가 더 많았다는 게 용 의원 측 설명이다.
임신중지 관련 상담은 전체 307건 중 35건(11.4%)이었으며, 10대 내담자가 16명(45.7%)으로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임신중지 상담이 집중되어 있었다. 서울시의 경우, 임신중지 상담이 12건에 달해, 보호출산 상담(3건)보다 더 많았다. 경기도도 내담자의 7.4%가 임신중지를 희망했다.
위기임신 지원사항(복수응답)은 전체 지원건수 941건 중 정보제공이 407건(43.3%)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지속적 상담, 병원동행 등 사례관리가 268건(28.5%)으로 뒤를 이었다. 임신중지 상담에 대한 지원건수는 33건으로 정보제공이 20건(60.6%), 기관연계 8건(24.2%), 사례관리 5건(15.2%)이었으며, 보호출산을 지원한 사례는 전무했다.
용혜인 의원은 "임신중지 상담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인되었지만, 지역상담기관에는 이렇다할 임신중지 상담 매뉴얼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용혜인 의원이 전국 16개 위기임신 지역상담기관의 상담 매뉴얼을 확인한 결과, 임신중지에 대해 세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지자체는 전무했다"고 전했다.
◇ "테스트기 두 줄 어떡하죠"에 이제는 사라진 모자보건법 14조 언급하는 러브플랜
일부 지자체에서는 '생명의 소중함과 생명윤리에 대한 상담을 함께 진행한다', '임신중절로 인한 심리적·정서적 상실감, 죄책감에 대한 상담을 제공한다' 등 임신중지를 생명윤리를 거스르는 부도덕한 일로 간주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위기임신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를 요청할 경우, 러브플랜에서 상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고 밝혔다. 러브플랜은 보건복지부가 지원하고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운영하는 성건강 관련 상담서비스 제공 사이트다. 그러나 용혜인 의원실에서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온라인 상담을 신청한 결과, 러브플랜에서도 의료기관, 비용 등 임신중지와 관련된 세부적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러브플랜은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처벌 효력이 사라진 모자보건법 14조의 예외적 낙태허용 사유에 해당해야만 임신중지 수술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또한 미소프로스톨 등 현재 처방 가능한 약물 중 유산유도 기능이 있는 약물이 존재함에도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당시, 헌법재판소는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명시된 예외적 낙태 허용 사유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에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으로 인해 임신한 여성이 '임신·출산·육아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 직장 등 사회생활에서의 어려움, 학업 계속의 곤란, 경력단절 등을 포함한 각종 고통까지 겪을 것을 강제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의 취지와 달리 러브플랜을 비롯한 여러 상담, 의료현장에서는 여전히 모자보건법 제14조를 이유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용혜인 의원은 지적했다.
용혜인 의원은 "원가정 양육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기 어려운 임산부도 존재한다"며 "내담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임신을 지속할지, 중단할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역상담기관에서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용혜인 의원은 "보호출산과 원가정 양육만큼이나 임신중지에 대한 안내와 지원도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혜인 의원은 "지자체가 임신중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책임을 러브플랜에만 맡겨둬서는 안된다"며 "성재생산권 보장 조례 도입 등 지자체 차원의 임신·출산에 대한 포괄적인 상담,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용혜인 의원은 "궁극적으로는 보건복지부가 유산유도제 도입, 건강보험 적용 등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5년 동안 미뤄뒀던 임신중지 지원체계 구 축의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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