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빛낸 번역처럼 백종원·신민아도 '더빙 날개' 달았다
한국 드라마 '손해보기 싫어서'로 외국어 더빙 서비스 시작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한국 콘텐츠 더빙 확대
4~5년 전과 비교해 최대 5배 증가
한국 예능 해외 시청자 중 40% 이상 더빙 버전으로
외국인 성우 대상 한국어 강의도
외국 배우들도 한국어 더빙 뛰어들어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들이 한국 드라마와 예능의 외국어 더빙 제작을 확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외국인 성우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까지 실시했다.
한국과 달리 브라질, 일본, 프랑스 등 해외 시청자들은 자막보다 현지어 더빙으로 외국 콘텐츠를 보는 걸 선호한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건 그의 글을 세계인의 언어로 풀어낸 '진화된 번역'이었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해외 각국 독자를 매료시킬 번역의 힘이 크게 작용한 것처럼, 외국어 더빙 확대는 곧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더 깊숙하게 파고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막으로 외국 콘텐츠를 보는 게 불편한 해외 장년층까지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와 예능의 외국어 더빙 제작은 해외 글로벌 콘텐츠 유통사 주도로 이뤄진다. K콘텐츠의 세계적 위상이 커진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손해보기 싫어서'가 토고서 1위한 사연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신민아 주연의 한국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로 K콘텐츠 외국어 더빙을 시작했다. 올 초 한국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로 해외 시청자 반응이 뜨거운 걸 확인한 뒤 한국 드라마의 외국어 더빙 제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외국어 더빙 없이 번역 자막으로만 이 플랫폼에서 유통됐다. '손해 보기 싫어서' 제작 관계자는 18일 "'손해 보기 싫어서'는 힌디어 등 10개 언어로 더빙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소개됐다"며 "이 OTT에서 한국 드라마 외국어 더빙 유통을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구독자 수가 약 1억 8,0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넷플릭스와 함께 세계 양대 OTT로 꼽힌다. 10개 언어 더빙으로 세계에 퍼진 '손해 보기 싫어서' 는 지난 1일 종방 후 멕시코, 베네수엘라, 브라질, 파라과이, 토고 등 29개국에서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세계의 관심을 바탕으로 글로벌 OTT들의 K콘텐츠 외국어 더빙 제작은 급증하는 추세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의 외국어 더빙은 2020년 전엔 4~5개 언어로 제작되는 데 그쳤으나 '오징어게임' 시즌1(2021)이 공개된 뒤엔 많게는 22개 언어로 제작되고 있다. 글로벌 OTT의 한 관계자는 "외국어 더빙은 해외 현지의 요구나 반응이 뜨거울 때 추가로 제작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디즈니플러스도 '무빙' 등 한국 콘텐츠의 외국어 더빙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대박'은 이런 뜻 입니다" 외국인 한국어 강의도
K콘텐츠 외국어 더빙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작업 과정도 정교화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수백 명의 외국인 성우 등을 대상으로 한국어 관련 교육을 지난 6월 실시했다. 한국어의 의미 축소와 문화적 왜곡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다. 이 한국어 교육에선 '대박'의 뜻과 고모부 등 한국 가족 관계 호칭, 한국식 이모티콘의 사용 방식까지 다뤄졌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한국 속담이나 표정 등 한국식 보디랭귀지에 대한 교육도 이뤄진다"고 말했다. '피지컬100' 등 한국 예능을 본 해외 구독자 중 40%이상이 더빙 버전으로 시청했다. 글로벌 OTT가 K콘텐츠 외국어 더빙을 확대하고 한국어 교육까지 나서는 배경이다.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브라질 출신 카를로스 고리타는 "전엔 20, 30대가 브라질에서 한국 콘텐츠를 봤다면, 요새는 더빙 제공으로 70대까지 관심이 확대됐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콘텐츠의 외국어 더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배우들도 한국 콘텐츠 더빙 작업에 뛰어들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 배우 오스틴 쿠니요시는 '피지컬100' 시즌2에서 소방관 출신 홍범석 영어 더빙 제작에 참여했다. 그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배운 한국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어의 자연스러운 영어 전달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오겜' 시즌2도 같은 성우 쓰는 이유
외국 더빙 인력도 전문화하고 있다. 작품이 달라져도 특정 배우의 목소리를 한 외국인 성우가 도맡는 식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2023)과 '닭강정'(2024) 속 안재홍이 맡은 배역의 일본어, 태국어, 헝가리어, 힌디어 더빙은 각각 같은 외국인 성우가 맡았다. 한국 배우의 목소리 톤을 일관성 있게 해외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12월 공개될 '오징어게임' 시즌2 일부 외국어 더빙도 시즌1과 똑같은 성우들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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