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벤츠 배터리 개발 총괄 “설계 문제 아니다...파라시스 당분간 유지”
“배터리나 셀 설계는 모두가 사용하는 표준 설계 방식에 근간해 제작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공급 업체 선별과 엄격한 품질 관리 프로세스에 따라 배터리를 제대로 양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본사 임원진이 지난 21일(현지시간) 국내 취재진과 만나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EQE 화재 사고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벤츠 본사 임원진은 한국 고객과 관계자들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표했지만, 명확한 결론과 최종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배터리 설계에 대한 지적과 파라시스 공급 계약에 대한 의혹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Q. 국과수 조사에서 외부 충격으로 인한 배터리팩 손상이 언급됐다. 이를 어떻게 보나?
우베 켈러 박사 : 현재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자세히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 말할 수 있는 것은 메르세데스-벤츠는 모든 충돌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배터리가 견딜 수 있는 외부의 힘을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 경찰이 진행 중인 조사에 대해 지금 당장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점을 양해 부탁한다.
Q. 엔지니어로서 해당 배터리 제품에 설계 이상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나?
우베 켈러 박사 : 현재로서는 이번 사고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파악한 부분이 매우 제한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사고 직후부터 한국 정부에 최대한 협조하며, 전문가들을 현장에 파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전과 소비자는 메르세데스-벤츠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쓰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모두에게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상황 파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Q. 한국에서 지금 벤츠 전기차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굉장히 높다. 해소 방안은?
카르스텐 브레크너 박사 : 지금 공식 조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사안에 대해 깊이 답할 수 없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문제들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으며, 최선의 노력을 다해 실제 조사에 최대한 많은 지식과 협조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진정한 방향이자, 초석이라고 말할 수 있다.
Q. 한국 정부가 곧 도입할 배터리 사전인증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베 켈러 박사 : 우리는 한국의 새로운 배터리 인증제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벤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더 높은 표준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전 기준에 있어서 우리는 시장을 구분하지 않고, 특정 국가의 규정에 상관없이 최고의 배터리 안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Q. 한국의 EQE 차주들은 본사가 파라시스 배터리의 결함을 알고도 이를 은폐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차주들은 파라시스 제품의 화재 위험이 높은데,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설계나 장치를 갖추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우베 켈러 박사 : 배터리나 셀 설계는 우리나 다른 OEM사, 배터리 제조사들이 모두 사용하는 표준 설계 방식에 근간해 제작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공급 업체 선별과 엄격한 품질 관리 프로세스에 따라 배터리를 제대로 양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배터리 설계 자체에 문제라 생각하지 않으며, 열폭주 등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들도 분명 다른 배터리 시스템과 동일하게 취하고 있다.
Q. 파라시스 배터리의 경우 CATL이나 다른 제품들과 다른 모양새를 갖췄고, 더 열악한 구조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다.
우베 켈러 박사 : 배터리 시스템은 A업체의 셀이든, B업체의 셀이든 다양한 셀 모듈이 들어갈 수 있도록 개발된다. 이 배터리 팩 자체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정의하고 설계한다. 셀 모듈의 내부 개발은 공급업체가 결정하기 나름이지만, 그 역시도 품질이나 제품 기준을 맞추도록 협력해서 진행하고 있다. 어찌 됐건 배터리 시스템 자체는 최고의 제품 표준에 준해 생산된다. 물론, 개선될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그 당시 제조 기준으로 봤을 때 가장 최첨단 기술이 적용됐다고 말할 수 있다.
Q. 규모가 작은 파라시스를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Q. 공급업체 선정은 VDA 기준만 맞추면 되나?
카르스텐 브레크너 박사 : 공급사 선정과 관련해 우리는 VDA 기준뿐만 아니라 TS16949와 같은 글로벌 표준도 중요시 여긴다. 또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품질 증명이 필요한지, 어떤 품질 평가를 살펴봐야 하는지 자체 기준도 반영한다. 파라시스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이지만, 그들의 품질에 대해 끊임없이 점검해 왔다. 모든 공급업체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며 예외는 없다.
Q. 한국에 들여오는 벤츠 전기차의 경우 대다수 CATL 혹은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다. 이 기조는 앞으로도 유지되나?
카르스텐 브레크너 박사 : EQS와 EQE 등 EVA2 플랫폼 기반 모델은 CATL과 파라시스가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 같다. 다만, 차세대 상위 클래스 차량의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고, 현재 공급업체 선정 프로세스는 새로운 플랫폼에 맞춰 진행해 나간다. 어찌 됐건 연구팀과 구매팀이 함께 기술 품질, 안전, 비용 등 전반적인 부분을 따져 공급업체를 선정한다. 한국에서의 사고로 인한 잠재적인 인사이트가 있다면 추후 반영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아직 결론을 도출할 인사이트가 없다.
Q. 파라시스가 아닌 다른 공급사로 교체할 계획도 있는가?
우베 켈러 박사 : 아직까지 사고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상위급 전기차는 두 개의 공급사 전략을 따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시장별로 차량에 변화를 주거나 차별을 두지 않는다.
Q. LG에너지솔루션이 벤츠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와 협력을 더 강화하나?
카르스텐 브레크너 박사 : LG와 수개월 동안 많은 소통이 있었다. 이는 다른 공급사들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세 곳의 한국 (배터리) 공급사와 모두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다. 3사는 제품 포트폴리오와 폼팩터, 활물질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것이 굉장히 다양한 강점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3사 모두 글로벌한 입지를 가지고 있어 훌륭한 파트너라 생각한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각 사가 미국에서 IRA와 관련된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강점이라 생각한다.
Q. 한국 배터리 업체와 다양한 관계를 쌓고 있다고 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은?
카르스텐 브레크너 박사 : 한국 업체들은 제품이나 기술 면에서 많은 강점을 갖고 있다. 또한, 각자 나름의 차이도 있다. 폼팩터에 있어 파우치형, 실린더형, 각형 등 개발하는 것도 조금씩 다르고, LFP나 NCM 등 각자 특화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더 좋고 나쁘다고 할 수 없고, 순위를 매겨 정하는 것도 아니다. 각 업체마다 제공할 수 있는 독특한 특징과 가치가 있기 때문에 3사 모두와 긴밀하게 협력한다.
Q. 벤츠도 GM과 LG의 ‘얼티엄’과 같은 합작 조인트벤처를 검토하는지, 혹은 다른 완성차 브랜드와 함께 배터리 공동 구매 그룹을 만들 생각은 있나?
우베 켈러 박사 : 기본적인 목표는 벤츠의 DNA를 가진 고유한 셀을 자체 개발하고, 파트너들과 함께 양산화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가 개발한 지식을 셀 공급업체에게 전수해 생산할 수도 있고, 합작사나 ACC처럼 주주 형태로 참여할 수도 있다. 우리는 글로벌 회사이기 때문에 하나의 파트너와만 협력할 수 없다. 유럽과 아시아,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각 시장의 규제와 여러 이슈를 고려해 로컬 파트너들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슈투트가르트=신승영 sy@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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