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 피해자 급한 마음에 변호사 찾았는데…또 걸렸다, 2차 사기의 덫
충격과 자책으로 무너진 심리
다급한 마음에 구제책 찾지만
피싱 검색해도 광고부터 노출
법무법인 사칭 브로터도 판쳐
막상 소송해도 솜방망이 처벌
정부 대책엔 기대와 불안 교차
보이스피싱에 당한 피해자에게는 또 다른 덫이 기다리고 있다. 돈을 잃은 상실감에 빠져 있는 동안 범죄 직후 흘러나간 피해자들의 개인정보가 인터넷과 불법 거래망을 떠돌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무너진 이들을 대상으로 ‘2차 사기’를 노리는 자들은 ‘피해 복구’라는 이름으로 피해자들이 접근해오길 기다린다. 이미 충격과 자책으로 무너진 피해자들이 또 다른 사기 수법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심리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13일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ATM에 보이스피싱 예방과 관련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주형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5/mk/20250905193907359lant.jpg)
이는 포털에서 ‘자살’을 검색했을 때 상담센터와 예방 핫라인이 먼저 노출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포털사이트에 자살을 검색하면 최상단에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자살예방상담, 정신건강상담전화 등 24시간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번호는 물론이고 각종 지원센터 배너가 눈에 들어온다. ‘우울을 예방·극복하는 방법’과 ‘먼저 병원에 가야 하는 이유’ 등 첫 화면에서부터 “지금 당장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캠페인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셈이다.
피해자들은 ‘찾기 힘든’ 지원센터 대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기 쉬운’ 법무법인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상 피해 복구가 어려운 사건을 무리하게 수임하는 법무법인도 있다. 이미 전 재산을 잃는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은 수임료까지 지불하고, 사건은 흐지부지되는 결말을 맞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2차 사기에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거절을 잘 하지 못하거나 자존감이 낮은 성격 특성을 가진 피해자가 많아 충격을 겪은 뒤 또다시 타깃이 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피해를 당한 이후 심리 치료와 함께 본인이 2차 범죄에 취약성을 지녔음을 이해하고 상담을 통해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사회적 재난 피해자로 봐야 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상담과 치유 지원, 교육을 마련해 피해자를 적극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현행법 제도에서는 ‘솜방망이’라는 점도 이들에게는 상처로 남는다.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피해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사기범에 대해 1년 이상 징역형이나 범죄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상습범은 형량을 절반까지 가중할 수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24년 보이스피싱과 보험사기를 사기범죄 양형 기준에 포함하고, 50억원 이상의 초고액 사기에 대한 권고 형량을 높였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김 모씨(56)는 “어떤 재판부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형량이 달라 재판을 준비할 때마다 불안하다”며 “사기꾼들 때문에 전 재산을 잃고 삶이 무너졌는데, 가해자는 고작 몇 년 살고 나오면 끝나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왜 사기꾼 때문에 생긴 대출이자까지 갚아야 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피해자들은 기대 속에서도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피해자 최 모씨(52)는 “지금이라도 보이스피싱을 엄벌하겠다고 밝히고 대책이 나온 건 다행”이라면서도 “정작 범죄를 지휘하는 총책을 잡을 방법이 빠져 있어 범죄 근절이 될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가족 홍 모씨(40)는 “이번 정부 대책 발표로 이미 피해를 본 사람들의 상황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 새로운 대책도 필요하지만, 과거의 문제점과 민원을 먼저 분석했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기획취재팀 = 이수민 기자 / 김송현 기자 / 지혜진 기자 / 양세호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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