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이틀 만에 이의제기…정진상 노림수는
법조계 "사정 변경 없어 인용 가능성 작아"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된 지 이틀만인 21일 구속 적부심을 청구하면서 그 이유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다른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실질적 필요다.
정 실장 측은 구속영장을 발부한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과연 명확한 증거관계나 구속 필요성을 엄밀히 따져서 영장을 발부한 것인지 의심하고 있어서다.
18일 8시간 10분간 이어진 구속전 피의자 심문이 끝난 지 4시간 반 만에 구속영장을 발부한 건 '모종의 정치적 고려'에 따라 이미 결론이 정해졌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 실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그의 압수수색 영장뿐 아니라 이 대표의 다른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두 최측근의 혐의 사실은 별개 사건이 아니라 연결·결합됐고 이들이 '이재명 측'으로 묶이는 만큼 김 부원장의 영장을 발부한 상황에서 정 실장의 영장청구를 기각한다는 것은 자기 부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정 실장 측은 이번 사건에 '편견'이 없는 다른 재판부의 판단을 다시 받아봐야 한다는 필요가 생겼다.
최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구속된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나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구속 적부심을 통해 풀려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거란 관측이다.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의 구속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당내 입지가 흔들릴 위기에 처한 점도 신속한 구속적부심 청구의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실장으로선 석방된다면 최선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혐의를 극구 부인하는 만큼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부각해 민주당 내부와 지지층의 결속을 다지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그가 구속되면서 당내에선 커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불안과 비판이 점증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정 실장 구속을 계기로 이 대표 본인이 아닌 측근 수사에 당력이 소모되는 것에 비판적이던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공개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내 비주류로 꼽히는 조응천, 박용진 의원은 각각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유감 표명, '기소 시 당직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에 따른 관련자 조치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검찰이 이 대표를 소환하거나 체포동의서를 보내면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 방법을 놓고 당이 내홍을 겪을 수도 있는 만큼 정 실장이 구속적부심 청구로 자신이 무고하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구속적부심이 인용된다면 민주당은 검찰 수사의 부당성과 편파성을 주장할 수 있고 동시에 검찰의 최종 과녁인 이 대표로 향하는 수사 길목을 차단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현재로선 법조계의 전망은 구속적부심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미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 이유로 증거 인멸과 도망 우려가 있음을 인정한 터에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이상 판단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 실장의 범죄사실 자체에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들어있는 점도 불리한 조건이다.
'서해 피격' 사건으로 풀려난 서 전 장관 등의 사정과도 차이는 있다. 서 전 장관 등은 구속 후 충분한 검찰 조사가 이뤄진 점을 고려해 법원이 석방 결정을 내렸다.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옅어졌다는 취지다.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은 구속기한(20일)이 거의 만료될 즈음 구속적부심을 신청했다.
그러나 정 실장은 구속 후 실질적인 조사가 진행되지 못한 데다 사건 관계인인 남욱, 유동규 씨 등이 불구속 상태여서 이들과 접촉할 가능성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원 입장에서 구속 결정 후 사정변경이 하나도 없는데 풀어주게 된다면 뭐하러 구속했느냐는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며 "정 실장의 구속적부심 청구는 '보여주기식'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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