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지자체의 유보통합 예산 투입은? 책임과 의무 명확히 해야"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아이들의 공평한 출발선, 질 높은 교육과 돌봄을 보장하는 유보통합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다양한 논쟁거리가 있지만 핵심은 예산이다. 아직 정부에선 '유보통합 예산'이라고 할만한 내용을 내놓지 않았고, 각 지자체에서도 시도교육청으로 어린이집 등 영유아보육사무와 행정, 인력, 재정을 이관하는 과정에서 '어디부터 어디까지' 넘겨줄지에 대한 기준과 원칙이 없는 상황이다.
4일 국회에서는 '유보통합에 따른 어린이집 예산 유지 확보를 위한 방안모색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문정복·조정훈 교육위원회 간사, 윤건영·조은희 행정안전위원회 간사, 김승원·유상범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정태호·박수영 기획재정위원회 간사가 공동주최하고,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가 주관해 마련된 자리다.
김병주 영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가 '유보통합 재정확보를 위한 특별법 제정의 쟁점과 과제'를, 홍근석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박사가 '유보통합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지방관리체계 일원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두 명의 발제자는 유보통합 이후 영유아 보육과 돌봄 업무와 권한이 교육청으로 모두 이관되더라도 영유아 돌봄은 지역 주민의 복지와도 연관되어있는 문제이므로 교육청과 연계와 협력을 강화해 그 책임과 의무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유보통합 우선과제는 관리체계 일원화와 재정 확보
우선 김병주 교수는 "유보통합의 우선과제는 관리체계 일원화와 재정 확보"라고 강조하며 "유보통합의 정착에는 현재보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이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 중요한 건 시도 및 시군구가 부담 중인 관련 예산을 그대로 이관해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현상유지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영유아 보육 업무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지자체에서 교육청으로 이관하기에 앞서 지자체의 지방비 부담 의무와 의지를 어떻게 유지할지를 정리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어 "영유아보육 업무에 대한 지자체 권한과 책임이 교육청으로 완전히 이관됐을 때 현재 지자체 특수보육시책사업으로 수행 중인 사업들이 현재와 동일한 수준으로 수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하며 "유보통합을 통해서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영유아보육 업무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교육청으로 완전히 이관할 경우 지자체에 현재와 동일한 수준의 재정 지원을 강제할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도 강조, "어린이집 관련 업무는 결국 지역 주민과 관계된 사안임을 설득해 충분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시도청과 시군구청은 이제 보육업무가 소관업무가 아니라는 사고에서 벗어나 지역의 인구정책, 지역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 측면에서 지원 중인 정책은 지속해서 추진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찾아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도 당부했다.
홍근석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박사는 유보통합 이후 영유아보육 사무의 지방관리체계 일원화 추진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논의했다. 우선 조직과 인력 측면에서 전입 전출 시 개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 인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시군구의 경우 영유아보육 업무 전담 인력이 없을 수 있다는 점, 시군구와 교육지원청 간 관할구역 불일치 해결문제가 있다는 점, 현재 영유아보육 서비스 전달체계 내에서 읍면동이 담당하는 역할은 누가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 등 논쟁사항이 많음을 시시하며 "시·도 및 시·군·구의 영유아보육 관련 인력 및 예산을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것은 생각처럼 단순한 작업은 아니며, 그 안에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여러 가지 쟁점 사항들이 포함되어 있음"음 밝혔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홍근석 박사는 주민참여를 통한 지자체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시도청과 교육청이 추천하는 동수의 시민과 공모방식을 활용해 일정 수의 시민으로 지원단을 구성, 일종의 사회적 협의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아울러 지자체와 교육청이 유보통합 사업의 계획과 집행, 평가 및 환류 전 단계와 예산 부담에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함을 주장하며 "유보통합의 정책 목표를 고려할 경우 정책과정 중 정책 기획(사업 계획) 단계는 교육청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지만, 정책 집행(사업 집행) 단계는 지방자치단체가 현재와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보육에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은 유보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것"
이어진 토론은 각 발제별로 두 가지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 좌장은 공병호 오산대학교 유아교육과 명예교수가 맡고, 발제1에 대한 토론자로 정정희 경북대학교 아동학부 교수, 박경훈 합동법률사무소 경현 변호사, 주상호 서울시교육청 유보통합추진단 팀장, 민미홍 교육부 영유아기준정책과 과장이 참석했다. 2주제 토론에는 김대욱 경상국립대학교유아교육과 교수, 김동균 한국법제연구원 박사, 김진효 경기도 여성가족국 보육정책과 과장, 김광식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유초등교육과 팀장이 참석했다.
정정희 경북대학교 아동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추진해온 유보통합 진행 과정을 평가하고 검토해 성과지표를 개발해야 한다"라며 "유보통합 선도교육청 운영 등 지역단위에서도 통합을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준비조직 구성과 협의체 운영이 미흡하고 기준이나 매뉴얼 제시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보통합에는 유아교육비, 보육료 지원단가 상향, 교사 처우개선, 연수비용 등 많은 예산이 필요하단 점에서 명확한 예산확보 방안제시가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박경훈 변호사는 "정부는 올해 말까지 재정 이관을 위한 법률 개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인데, 현재 상황에 비추어 계획대로 진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하며, "지방 자치 단체의 보육 관련 예산은 해당 단체에서 시행하는 보육 지원 사업에 수반되는 예산임은 당연하다. 그런데 해당 단체의 사업이 교육청으로 모두 이관되면 해당 단체는 없어진 사업에 예산을 집행할 이유가 없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령의 제정 또는 개정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이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교육 예산이므로 이를 보육에 사용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은 지극히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주장이며 유보통합 자체를 반대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유보통합 이후에도 어린이집 관련 예산을 유지 또는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지극히 명료하며 입법 기술적인 문제는 달리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주상호 서울특별시교육청 유보통합추진단 팀장은 "현재까지 유보통합을 위한 국고 대응 투자와 지자체 특수시책사업 예산에 대한 명확한 재정 이관 계획은 부재한 상황"이라며 "만일 이대로 정책이 결정된다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격차 해소와 상향 평준화 실현 측면에서 보면 사업 이관을 받는 교육청 입장에서는 수동적인 입장인 지자체를 설득하여 합리적인 수준의 예산을 이관받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서울시와 자치구 특수시책사업 예산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임을 알리며 "영유아 보육 예산 법령을 재개정할 때 이러한 지자체의 특수시책사업 예산을 아우르는 확실하고 안정적인 재정 확보 방안 반영되지 않는다면 교육청의 열악한 교육재정 여건상 유보통합이 추구하는 목표에 다가서기는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주 팀장은 "지난 몇 년간 교육청 교육재정은 급격한 세입감소로 상당히 열악한 상황"이라며 "영유아 보육 예산을 교육부나 지자체에서 교육청으로 전입할 때 보통교부금이나 법정 전입금 등에 포함하여 통으로 요구한다면 교육청 내 예산 부서에서는 이러한 열악한 재정 상황 때문에 영유아 보육 관련 사업을 다른 교육사업과 같은 하나의 교육사업으로 간주하여 감축 대상에 포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반드시 세출 항목이 별도로 명확하게 지정된 법령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미홍 교육부 영유아기준정책과 과장은 "사무만 이관되고 재정이 이관되지 않는다면, 이 예산이 약 5조원 가량 되는데 그 5조원의 규모를 교육청이 떠안아 집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사무와 재정이 한 묶음으로 이관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을 통해 이런 부분이 해소될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 민미홍 과장 "보조금관리법이나 교부금법 개정을 통해 실행할 수 있다는 교수님의 의견에 대해 보조금을 어레인지하기 어렵고, 오히려 저희 입장에선 교부금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고 제시했다.
김대욱 경상국립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교육부 영유아정책국 인력 확충과 조직개편을 통해 시도교육청 조직개편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도교육청의 영유아교육 담당 인력은 많아야 하고, 1국 6과는 되어야 적정"하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어 시도교육청 내 영유아교육원과 영유아지원센터체제 안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2027년까지 이관 완성, 이와 함께 이관과 특수시책 사업비도 함께 이관돼야 함을 주장했다.
김동균 한국법제연구원 박사는 "유보통합을 통해 현재 보다 발전된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거버넌스에 관해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현재 「유아교육법」 제6조에 따라 시·도 교육청 소속으로 유아교육진흥원이 설치되어 있고, 「영유아보육법」 제7조에 따라 시·도 및 시·군·구에 지방육아종합지원센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양 기관의 수행하는 사무 중 유사한 내용도 존재하는 바, 유보통합 시 양 기관 간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할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동일한 관점에서 유보통합 시 「영유아보육법」상 지방보육정책위원회와 「유아교육법」상 유아교육위원회의 관계에 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진효 경기도 여성가족국 보육정책과 과장은 "그동안 해온 특수시책은 국가의 위임을 받아 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 업무가 교육청에 넘어가면 교육청에 우리가 해야 할 의무는 설명만 하는 것일 뿐"이라며 "보육이라는 국가 사무를 위임을 받을때 당연히 국가가 백프로 재정을 줘야 하는데, 지방에서 소득이 있으니 보조금법에 따라 우선 일단 부담해라는 지침에 일단 지자체가 부담해왔던 것이고, 때문에 이 사무를 저희가 넘기는 게 아니고 국가가 교육청으로 넘기는 것이므로 지자체는 국가에서 위임받은 사무가 없으므로 이에 대한 법적 의무도, 책임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 이관 부분은 교육부와 교육청, 그리고 경기도 등 지자체가 수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인데,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전하며, 교육부가 마련한 안을 비공개로 하지 말고 유치원, 어린이집, 교육청, 지자체, 언론 모두 공개하고 검증을 받아가는 것이 좋겠다고도 제언했다.
김광식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유초등교육과 팀장은 "중앙 단위와 동일한 방식으로 이관 법률 개정 후에 경과 기간을 두어 안정적으로 이관을 추진하는 것은 지방 현장의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며 "재정 사무 인력 이관 범위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은 채 교육부의 지방관리 체계 일원화 법률 개정 취지는 교육청과 지자체 간의 업무 갈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른 부담은 교육청이 떠안게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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