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2.0] 일반 주택으로 전락···'무늬만 실버타운' 왜 반복될까

김정수 기자 2026. 3.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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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주상복합으로 용도 변경
용인 고기동 의료시설 축소
명지엘펜하임 운영 중단 사태
개발비·운영비 부담 구조 한계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제작 이미지 /구글 나노바나나 생성

실버타운을 내세워 허가를 받은 뒤 일반 주거시설로 전환되거나 운영 과정에서 복지 서비스가 축소되는 사례가 있다. 사업 단계에 따라 아파트로 바뀌거나 건물은 유지된 채 서비스가 줄어드는 등 실버타운 기능이 약화하는 것이다.

사업 단계 거치며 실버타운 기능 상실

2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서는 실버타운 건립을 전제로 허가를 받은 사업이 주상복합 아파트로 용도 변경을 추진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해당 부지는 원래 주거시설이 제한된 구역이지만 실버타운 계획으로 73층 규모 건축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시행사가 사업성 등을 이유로 공동주택 개발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규제 이전 사실상 마지막으로 허가된 분양형 실버타운인 경기 용인 고기동 노인복지주택 사업은 당초 요양병원을 포함한 복지시설 중심으로 계획됐다. 하지만 2014년 용인시가 분양 비율과 공용시설 기준 등 자체 규제를 폐지한 이후 사업 구조가 재편됐다. 분양 비중이 90% 이상으로 확대되고 요양병원 계획이 축소되면서 복지시설 중심 사업이 분양형 주거에 가까운 형태로 바뀌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사업은 주민 반발과 인허가 문제로 장기간 지연됐다가 최근 용인시와 시행사 간 협약을 통해 공사 재개 단계에 들어섰다. 사업자는 교통 대책 마련과 함께 약 55억원 규모 협력금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운영 과정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경기 용인 엘펜하임은 운영 주체의 재정 악화와 소송 등이 겹치며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졌다. 2019년 민간 임대업체에 운영이 넘어가면서 구조가 임대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후 2021년부터 식당·셔틀버스 등 주요 서비스가 입주민 동의와 관리비 절감 등을 이유로 중단됐다.

현재 해당 단지는 법적으로는 노인복지시설로 분류되지만 실제 운영은 일반 임대아파트와 유사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실버타운 기능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수익 구조 한계 드러난 실버타운

세 사례를 종합하면 실버타운은 계획·인허가·운영 단계에서 사업 성격이 달라지는 구조를 보인다. 부산은 착공 전 단계에서 사업 방향이 바뀌었고 고기동은 인허가 과정에서 복지 기능이 축소됐으며 엘펜하임은 운영 단계에서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 같은 현상을 이해하려면 사업 구조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실버타운은 초기 건설 단계에서 토지·건축 비용이 크게 들어가고 분양·입주금 등을 통해 일부 비용을 회수하는 구조를 가진다. 운영 단계에서는 식당·커뮤니티·생활 서비스 유지에 필요한 인건비·관리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현장에서는 실버타운 사업 자체의 수익 구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해당 실버타운 사례들에 대해 "개별 사업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실버타운은 분양이나 입주 단계에서 투자비를 회수하는 구조와 이후 서비스를 운영해야 하는 구조가 동시에 맞물려 있는데 두 구조가 모두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수익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운영 단계에서 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초 접근 단계에서 수요와 비용 구조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획이 수립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강대빈 회장은 "부지를 확보한 뒤 개발을 추진하더라도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업성이 맞지 않게 되면 일부 복지 기능을 포기하고 분양 중심으로 방향을 바꾸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은 전세금 중심 구조로 인해 개발비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해외처럼 임대료를 통해 개발비와 운영비를 함께 회수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초기 입주금 중심으로 사업이 시작돼 운영 단계에서 재정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버타운은 운영 과정에서 인건비와 서비스 유지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데 일본처럼 장기요양보험 등을 통해 이를 보전해 주는 제도도 없다"며 "노인복지주택은 일반 임대주택보다 세제 지원도 낮아 사업성이 더 떨어지는 상황이다. 민간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비용 구조를 보완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양형 실버타운= 소유권을 개인이 가지며 매매와 상속이 가능한 형태의 노인 주거 시설이다. 투기 조장 등의 부작용으로 2015년 폐지됐으나 2024년 정부가 인구감소지역 89곳에 한해 재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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