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부녀 자백 강압수사 있었나

3일 재심 재판…주요 쟁점은
막거리 구매 밝힐 CCTV 영상·오이농사에 청산가리 사용 여부 등
당시 수사검사·검찰 수사관·경찰·화학과 교수 등 증인 요청 예정
/클립아트코리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일명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재심이 3일 광주고법에서 시작된다.

사건 발생 15년만에 진실을 밝히기 위한 재판이 다시 시작됨에 따라 광주일보는 사건의 전말과 재심의 주요 쟁점을 짚어본다.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은=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은 2009년 7월 6일 오전 순천시 자택에서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마신 주민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건이다.

사망한 피해자의 남편 A씨와 막내 딸인 B씨가 범인이자 공범으로 지목됐다.

이들 부녀는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이자 어머니인 C씨에게 건네 C씨 등 2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1심에서는 A씨는 무죄, B씨는 무고죄만 유죄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부친 A씨에게 무기징역,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핵심 증거인 청산가리가 막걸리에서 검출됐으나 사건 현장 등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청산가리를 넣었다던 플라스틱 숟가락에서도 성분이 나오지 않아 논란이 이어졌다.

A씨 부녀는 11년 만인 지난해 1월 재심을 청구해 재심이 결정됐으나 검찰이 불복해 지난 9월 대법원에서 최종 재심개시 결정이 나왔다.

◇검찰의 강압수사가 있었나=부녀의 자백은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을 뒤집어 유죄를 선고한데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들 부녀의 자백을 이끌어내는 신문 과정에서 검사가 수사권을 남용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재심결정을 내린 재판부도 검사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성립 주장을 받아들였다.

결국 재심 재판과정에서 부녀의 자백이 강압수사에 의한 것인지가 핵심 쟁점인 것이다.

이들 부녀의 강력한 유죄의 증거였던 자백이 강압 수사에 의한 것이라면 위법수집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부녀의 피의자 신문 당시 영상이 주요 증거로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와 수사관 등이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해 검사의 생각을 주입하며 유도신문을 하거나 수사 방향을 단정적으로 제시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이 이들 부녀의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의 주장이다.

박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나 진술 거부권 조차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추가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법정에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처음부터 B씨를 피의자로 수사한 것이 아니다. 강간 피해 무고 혐의가 드러난 B씨가 살인 범행을 자백해 살인 혐의로 수사를 받은 사건”이라며 “자백에 대한 위법 수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법원의 판단과는 다르다”고 반발하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박 변호사는 강압수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검사와 검찰수사관 등을 재판부에 증인으로 요청할 방침이다.

◇A씨는 막걸리를 구매했나=범행도구인 막걸리와 청산가리도 재판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A씨가 2009년 7월 2일 오후 6시께 자신의 화물차를 직접 운전해 순천시 한 시장의 식당에서 범행에 사용한 막걸리를 구입했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하지만 재심결정 과정에서 재판부는 경찰 초동수사 당시 수집된 CCTV자료를 새로 발견된 무죄의 증거라는 주장을 인용했다. 이 CCTV영상은 A씨가 막걸리를 구매했다는 2009년 7월 2일 밤 영상으로 A씨의 화물차가 주차된 장면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이 맞다면 A씨는 범행에 사용된 막걸리를 구매하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되는 셈이다.

또 다른 범행도구인 청산가리를 A씨가 소유하고 있었던 이유도 재판의 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부녀의 유죄를 인정한 재판부에서는 오이농사를 짓던 A씨가 해충방제를 위해 청산가리를 보관하고 있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이러한 쟁점들을 확인하기 위해 CCTV영상을 검찰에 제출한 경찰 관계자와 오이농사를 짓는 농업인, 화학과 교수 등도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강압수사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들 부녀의 무죄와 함께 수사기관이 제시한 부녀의 범행동기까지 사실이 아닌 점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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